오래된 친구가 불현듯 세상을 떠났습니다.
간혹 주말밤에 칵테일 바에 가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려면 택시잡기도 번거럽고 택시도 잘 잡혀주질 않고하여 애를 먹었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이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자다가 말고 차를 가지고 제가 있는 곳까지 나와 저를 집으로 데려다 주곤한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당연히 할 일을 네가 한 것이라 친구에게 말하였습니다만, 이 말은 나중에 주위를 웃게 하고자 한 말이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제가 한 말을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게 말할 것이 틀림없겠기 때문입니다)
주로 홀로 한잔을 하곤 하지만 이 친구와 함께 한잔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냥 한잔 하는 겁니다.
저나 친구나 모두 술을 많이 마시는 스타일이 아닌
위스키 한잔 두고 이곳 저곳 바라다보며 눈요기하며 시간을 즐기는 타입이라 취해서 문밖을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친구와 함께 한잔 할 때엔 노래도 함께 부르곤 하였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이쪽 저쪽 테이블의 여인네들이 보내는 술이 오는데요
그 친구는 자기가 잘나서 술이 이곳 저곳에서 오는줄 늘상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인들을 위해서 한곡조 뽑아 주기위해서 한잔하는 거라나요?~~@@
김장때에는 자기네 집에서 만든 배추김장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김장 무 등등 이것 저것 골라가며 먹고 넘칠만큼 제게 가져다주곤 하였는데요.
그래도 대 놓고 고맙다는 말을 한번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이래 저래 제게는 알게 모르게 꼭 필요한 친구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지난주 수요일 밤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심장마비후 병원으로 실려온 의식불명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에 너무 가슴 아픕니다.
천년 만년 살 것같이 모두 이야기 하지만 이렇게 불시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허무해 지기도 합니다.
개신교 신자였지만 냉담자로 살은 세상이었으므로 보속도 많을 것이라 생각듭니다.
"오늘은 네차례, 내일은 내 차례"라는 라틴 속담이 떠 오릅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세상을 참 많이 살았습니다. 수술 직전 제가 무척 힘들 것이라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는 말을 듣고
담당의사에게 "제가 (세상을 떠날 ) 준비를 해야겠습니까?" 물어보자
"하느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하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그런 답변을 할수있는 그런 의사는 참다운 신앙인으로 생각합니다.
모두들 제가 얼마 되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라 이야기 하였으나 뜻밖에도 다른 사람들이 저보다 먼제 세상을 떠나 갑니다.
저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이 저를 떠나 갑니다. 제가 매우 사랑하였던 생명체들도 많이 떠나갔습니다.
떠난 친구와 지난 날들의 즐거웠던 일들이 떠 오릅니다. 가슴아팠던 사연도 생각나는데요
저를 영영 떠났다는 것보다 더 가슴아픈 것이 있을까요?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언제가는 저도 이승을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국에서는 물론 다시 불멸의 몸으로 살아나
영원토록 정다운 존재들과 살아갈수있다는 것이 슬픔을 이기도록 해 줍니다.
하늘이 맑고 드높은 청명한 가을날에 정겨운 친구가 이승을 떠나갔습니다.
친구의 영원한 안식을 바랍니다. 영원한 빛속에 머물도록 또한 불멸의 몸으로 다시 살아날 것을 기도합니다.
이 사건으로 제가 저 자신을 다시금 돌볼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빕니다.
죽지않으면 다시 태어날수 없으리라 믿으면서도 언제나 죽음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미련은 언제까지 갈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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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가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