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내려줄 것 같았지만
비때문에 산에 못오르랴~~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비를 올 것 대비하여 도봉산 자인봉을 택하였습니다.
비가 많이 올 경우 대피소에 카페가 하나 있어 거기서 산속에 내리는 비를 바라다보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입구까지는 비교적 비가 내릴 것같지않은 분위기를 느꼈습니다만 산에 접어들자 습기로 가득하여 후덥지근한 기운으로 벌써 땀이 흐릅니다.
집을 나설때 좀 설쳤더니만 반다(등산용 손수건)도... 수건도 모두 두고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바지 뒷호주머니에 손수건이 하나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비가 내릴듯 말듯 하는 기분으로 오르락거립니다. 계곡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이슬비처럼 비가 내립니다.준비한 우산을 재빠르게 펼쳐들었습니다.
날씨가 이런데도 한무더기 아이들이 지나가고 아줌마, 아저씨부대도 지나갑니다. 아예 비옷까지 걸쳐입은 완전군장부대도 지나갑니다.
비가 좀 더 내리더니만 곧 그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페를 뒤로 하고 다시 산길을 올랐는데 그런후 잠시 뒤 비가 마구 뿌리기 시작하는거였습니다. 배도 슬슬 고파졌지만 배를 채우기위해서는 비를 막아줄 나뭇잎 우거진 곳이나 바위기슭을 찾아야하므로 계속 올랐습니다. 자인봉을 200여미터 밑에서 바라다보는 곳에서 쉬기로 하였습니다. 나무로 우거진 바위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고 김밥을 먹으려하는데 바로 밑 바위틈에서 한마리 고양이가 나타나더니 저를 바라다보는 겁니다.
"나비야... 김밥하나 주랴?" 하고 물아보았는데 그놈이 배가 고픈지 눈빛이 축축해 보입니다. 그래서 고양이 근처에 김밥을 하나 던저주니 그 놈은 재빠르게 김밥을 물고 오른쪽 바위밑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저도 김밥을 좀 더 먹는데 이슬비처럼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우산을 펼쳐들고 앉은채 고양이를 불러봅니다. "나비야, 나비야..." 저는 이미 김밥을 한줄 먹었기에 나머지 김밥은 고양이를 먹여도 될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보이질 않습니다. 한참 그대로 앉아 고양이를 부르다가 무심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 왼쪽 바위위에 고양이가 비를 맞으며 저를 바라다보는 거였습니다.
왜 오른쪽만 쳐다보며 고양이를 불렀는지 제가 생각해도 바보같았습니다만 고양이에게 김밥 두어개를 주자 고양이는 다시 그 김밥들을 물고 오른쪽 바위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김밥이 세개밖에는 남지않았는데 비는 더 많이 내려붓고있습니다. 비가 덜 오기를 기다리며 나비를 불렀는데 나비는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보이지않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지만 그래도 비가 덜 뿌리는 나무밑에서 나비를 계속 부르며(나비가 저를 주시하고있으리라 소망하면서) 서성이다가 그 자리에 김밥들을 놔두고 그만 산길을 내려오기로 하였습니다. 이 김밥을 나비가 먹어주기를 바라면서
이 산속에 야생고양이가 살아간다는게 너무 신기합니다. 그러나 그 고양이는 야생이라기보다는 그냥 집고양이처럼 사람을 잘 따라보입니다.
우리 집으로 밥먹으러 오는 나비들은 제가 부른다고 제 곁으로는 오지않는데요.
그놈은 부르니까 언제왔는지 제 왼쪽에 있는 바위위에 앉아 저를 계속 바라다보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밥을 먹었던 곳에서부터 멀지않은 곳에 절이 있습니다. 필시 저 고양이는 절에서 기르지는 않을 것이라도 절밥을 간혹 얻어먹거나 겨울은 절에서 났을 것 같은 예감들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는 밥을 계속 먹는 고양이보다 처음 만난 고양이가 제게 더 사교적이니 세상살이가 알길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주 토요일에도 자인봉을 한번 더 올라볼까요? 그 고양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정말 궁금해서요.
국립공원직원들은 공원안의 야생고양이, 유기견들에게 먹이를 주지말라고하지만 먹이를 못 먹었을때 그 아이들은 배를 채우려 생태계안의 다른 약한 동물들을 잡아먹기에 오히여 배가 고프지않게 하여야 하리라는 것이 제 생각합니다만
산봉우리 근방에서 만난 검은 고양이가 오늘 종일 저를 상상의 나래에 붙잡아둡니다.
제목: 처음보는 그놈이 더 싹싹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