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여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즈음
오늘은 발길이 아주 무거웠습니다.
아침 출근때에는 너무 추워
새들이 보이지도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간혹 들리는 새소리는 <짹, 짹>하는 단말음 한두 소리가 고작이었습니다.
오늘은 전보 간 직원을 위한 송별식이 있었습니다.
1차로 직원끼리 식사를 한 후 식당문을 나오는데
저쪽 사무실 앞문에서 애완견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그 사무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많이 있었기에 주인과 함께 온 견공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식당 문 앞에서 커피를 한잔씩 하고 2차로 간단히 호프한 잔 하고 돌아가자며 직원들이 웅성대고 있었는데
저는 다시금 그 사무실 주변에서 서성대는 그 애완견이 눈에 띄였습니다.
그 애완견은 그 주변에서 무엇을 찾는지 뱅뱅 돌면서
이리 저리 불안한 듯 찾아 돌아다닙니다.
형색을 보아서 떠돌이 개는 아니듯 보였습니다만
멀리 가지도 못한채 그 사무실 주변과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을 맴돌고 잇었습니다.
그러한 반복된 모습을 본 후에야
"저 개가 이곳에서 버려졌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떠돌이 개들은
몰골은 비록 흉하게 바꾸었어도 장소 이전에 능숙합니다.
그러나 이 애완견은 그 자리를 멀리 떠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다가 바로 잎에 있는 큰 차로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차도를 재주를 피우듯 건너갔습니다.
건넌 후에도 주변을 맴돌다가 다시 곡예를 하듯 차도를 건너
제가 그 개를 처음 보았던 그 사무실 주변에서 다시 맴돕니다.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직원회식이고 뭐고 정신이 없어집니다.
"저놈을 어떻게 하여야 하나???"
저는 혹시 주인이 저 개를 다시 찾으러 오질 않나 하여 식당 뒤 모퉁이에 서서 한참이고 그 애완견을 주켜보았습니다.
그러나 무정한 주인은 보이질 않았고
그 개는 다시 차도를 건너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모두 2차를 위하여 가고 없었습니다.
차도를 건너 지나철 입구에는 <한사랑 동물병원>이라는 동물병원이 보입니다.
간판에까지 한사랑이라는 말로 강조함을 보니
분명히 그 병원은 사랑이 없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습니다만
제가 기댈 곳은 그 병원밖에는 없어 보였습니다.
<오늘은 밤이 깊어가니
하루만 저 개를 보호해 주시고 내일 동불보호단체를 알아보아 맡겨주시면 어떨까>하는 실날 같은 희망이 보였기 때문입니다만,
한사랑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한마디로 잘라말했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직접 동물 유기센타로 연락하세요~~>
병원을 나와
저는 추위로 굳은 몸을 끌고 다시 길가에 서서 살펴보았습니다.
몇명의 청년들이들이 그 개에게 빵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서로 의논을 하더니만 동물병원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치 베드로처럼 멀찌감치서 그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그 친구들도 결국 하는 수 없이 개를 남겨두고 갔습니다.
제가 그 개를 안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기에는 너무 컸 보였습니다.
그 애완견은
이제 그 한사랑 동물병원 문앞에서 계속 기웃거리고 있었으며
그 모습을 뒤로 한채 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갔습니다.
1시간 동안 추위에 떨면서
어떻게 되는지
누가 도와주는지만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저는 지하철을 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종아리가 추위에 굳어 쥐가 납니다.
그럼에도 마음은 더 무겁고 아픕니다.
제가
도움이 필요한 생명체에게 는 결국 아뭇거도 아니라는 것
인간들의 냉정하고도 이기적인 질서안에서
저 역시 결국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워 가슴이 짓누릅니다.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가고 싶습니다.
거기에서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생명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했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사실 그리 호라호락한 문제가 아님에 가슴만 저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지하철 안에서 <주님의 기도>만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어서 오시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그것이 오늘 이 추운 밤 한시간동안 버림받아 맴도는 개를 누가 도와주질 않나 하면서 추위에 떨고 난 후
제가 한 일의 전부 였습니다.
그럼에도 사실 저는알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그리 쉽게 오시지 않으실 것이며
주님이 오실 때까지
주님 대신 제가, 우리가 주님처럼 하여야 할 것임을
그러는사이에 슬픈 생명체들은
한 많은 이 세상살이를
어느 골목길 모퉁이에서 싸늘하게 얼어붙은채 사람믈에게 발견될 것 입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이 세상은 왜 이렇게 힘약한 사람이나 생명체들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한 세상인지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이 세상안에서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 제게 저희에게 용기를 주십시요.
제가 저희가 주님처럼 주님으로 일을 할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무엇보다고
어서 빨리 오소서, 주 예수여.
ps
지금은 없어졌지만 2005년 1월 천주교주교회의 사랑방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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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결국 아무것도 하질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