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날 행사에 있었던 짧은 단상.
여느 해보다 많은 내용을 소화하느라 준비부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성서전시회,공연,바자회, 등 참 할일도 많았다.
아침 밥도 먹지도 못하고 청소를 하고
전시에 필요한 물픔을 만들기 위해 건물 한 쪽에 마련된 찻집의 탁자위에서 홍보물
수선작업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떨어진 부스러기 때문에 찻집 담당했던 자매님이 볼멘소리를 한다.
"청소 다 해놨는데 여기서 이러면 안되는데...."
"네. 저희가 말끔하게 치우고 갈게요."
주임신부님이 이곳저곳 둘러보시다가 찻집에 들어오셨다.
자매님 : 신부님 식사는 하셨어요?
신부님 : 네.
자매님 : 그럼 커피라도?
신부님 : 네
신부님은 커피를 받아 들고 우리의 작업을 보시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해주신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커피 먹을 줄 아는데..."
물론 그 자매님이 볼멘소리 대신에 커피를 권했어도 사양했을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빈속에 커피 먹으면 화장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체질이라^^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 사건을 통해 깨닳은 것이 있었다.
"아 이것이구나.!!"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었다.
누구나 다 마음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사제를 향한 신자들의 마음이다. 그것이 교회내에서 사제의 지위를 수직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나온 행위이라해도 한국 사회의 특유의 윗어른(^^)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다고한들 어떠하랴^^
사제를 향한 마음이 내 주변, 교우들에게 향하도록 전환되기만 해도
대단한 기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풀어나가기가 적용하는데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누구에게 말꺼내기도 힘들다.
어설프게 '커피 사건'을 이야기 했다가 마음씨 좋은 찻집담당 자매님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에 고심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자회 음식을 마구마구 다른 봉사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었다.
"먹고 하세요! 우리 잔치날인데 죽도록 고생만 한 기억만 남으면 되겠어요?^^
음식조리 당당자께서는 눈을 흘기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것이 그 날 내가 할 수 있는 주변 챙기기의 유치한 시작이었다.
명절이 다가왔다.
명절 즈음에는 으레 주변의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도 하고 식사, 선물, 혹은
돈봉투로 마음을 표시하기도 한다. 물론 성당도 예외가 아닐 듯 싶다.
정중히 거절하는 사제도 계시지만 교우들이 그 마음을 몰라주기에
사제분들도 쉽사리 손사레를 치지 못하기도 한다.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수녀님과 식사 계획을 세운다.
관례적으로 신부님은 사목회 등에서 많이 챙겨주니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수녀님을 조금 젊은 사람들이 챙겨준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듯싶다.
언제 무슨 음식으로 저녁을 먹을지 이야기하다가 문득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다.
"수녀님들 사실 식사대접받는 것 좋아라 하지 않다는데...우리도 봤잔아요. 무슨 날이다해서
주일날 점심먹으러 12시에 가서 3시에 돌아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때 참 곤욕이겠다. 밥은
30분먹고 일어나고 싶어도 못일어나고"
그럼 어떻게 할까? 묻는 형제님이 계시어 옳다구나 미끼를 물었다고 좋아했다.
커피 사건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조금 각색하여 이야기 해줬다.
"어쩌구 저쩌구~그래서 이번에는 신자들 중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 고기 한근이라도 끊어서
드리자."
모두 찬성!!
집주소를 사무실에서 알아내고 보잘것 없는 명절 선물을 전해 드렸다.
밝히기 부끄러웠지만 "성당에서 왔어요. 드셔도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원 계획은 고기만 살짝 놓고 오기로 했는데 세상이 하도 뒤숭숭해 어떤 음식인지도
모르고 먹는 것도 위험하니 어쩔 수 없이 밝혀야만 했다.
집 주변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참 많다. 그전에는 왜 몰랐을까?없었나?
아니었다. 보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내 삶이었기 때문이지, 그 할머니들은
그전에도 지금도 그 자리에 계셨고, 세월이 흘러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다른
누군가의 할머니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혼자먹으면 한달을 밥안먹고 먹어야 할 정도로 우연찮게 고급 빵이 많이 생겼다.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았다. 용기내어 할머니 몇분에게 가져다 드렸다.
많이 드릴 수 있었지만 맛만 보실 정도로만 조금씩 드렸다.
할머니들은 좋은 음식이나 먹을거리가 생기면 당신이 드시지 않고 보관했다가
손님이나 손주들에게 주시려는 마음을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에서 이미 경험했기에
아쉽지만 상할까봐 조금씩만 드렸다. 음식이라 상하게 두었다가 드시면 나도 곤란해지니..
그 할머니들 대부분이 박스를 주우신다. 아침 점심 저녁 종일 해도 2천원도 안된다고 한다.
그 할머니가 눈에 들어오고 난 후부터 마트에 가면 꼭 봉투가 아닌 박스에 담아온다.
봉투값도 아끼고 박스는 목적이 있었기에.....
물건을 정리하고 남은 빈 종이박스는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에 넣지 않고 가지고 단지 밖으로
나가 길거리에 살짝 놓고 온다. 아파트 관리 경비실은 그래도 적은 월급이라도 있고 다른
재활용품판매로 약간의 부수입이 생기니 단지 밖에 놓으면 할머니들이 돌아다니다가
가져가신다.
누군가 나에게 그러더라.
웃기는 짓 하지말고 도와주고 싶으면 한 달에 얼마씩 정기적으로 도와 드리라고.
쓸데 없이 인권단체에 후원금 보내는 것 때리치고.
괜히 할머니들 주우려고 돌아다니게 힘들게 하지말고.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 수준이 아직 그 정도 뿐인 것이 아쉽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일회성이거나 잠깐 동안 한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나도 바랄 뿐이다.
제목: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