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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에 대한 추억이라 하면 대단한 일이나 있는

혹은 성지 예루살렘의 십자가의 길에서 생긴 추억거리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러한 차원에서의 십자가의 길에 대한 추억은 아닙니다.

중학1년 부활절에 세례받은 후 가장 좋아한 기도가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묵주기도를 하여도 고통의 신비로하였습니다.

묵주기도 15단을 바칠 때에는 고통의 신비를 일단 먼저 드린 후 15단을 시작하곤 하였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그렇게 좋아하였던 이유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를 위하여 그러한 형틀을 받으셨다는 것에 제 마음이 끌렸던 것인지 모릅니다.

사순시기는 물론 1년 365일 내내 십자가의 길을 바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활절 미사 후 십자가의 길을 바치다가 “오늘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 아니냐???~~@@”하는 생각으로 멈칫거리며 기도를 마저 하여야 할런지 기도를 마쳐야 할런지 고민을 한 기억도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부활시기에는 십자가의 길을 안 바쳐도 좋다. 오히려 부활의 기쁨을 기도해야 한다” 라 하신 후 부활시기에는 십자가의 길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이런 제 기도 행각에~~@@ 이상한 눈으로 바라다본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러던지 말던지 저는 십자가의 길을 드리기 위하여 성당을 들락거렸습니다.

그렇게 잘 하였던 십자가의 길 기도를 어느 날부터 단숨에 끊어?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시어 죽으신 것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30대 초반에 병원에 입원을하고 큰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큰 수술이었기에 수술 후 얼마안가 제 체중은 머리털과 함께 엄청 줄어 몰골이 형편없이 되었습니다. 그 몰골을 가지고도 병원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하였는데 그 모습을 원목수녀님이 보셨습니다. 나중에 병실로 오신 수녀님께서 “잘 걷지도 못하면서 웬 십자가의 길이냐?”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길이야 말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도여서 매일 해야 적성이 풀린다”라 말씀을 드렸더니 “그 모습자체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린 것과 같은 것이니 다음부터는 십자가의 길을 하지 말고 차라리 부활과 기쁨에 대한 묵상을 하도록 하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시점에서 주님처럼 십자가를 짊어지는 고통은 청하지도 말라 하셨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기도의 원의에 따라 저처럼 이렇게 부서진 갈대처럼 되어질 수 있으니 그러한 고통을 주님께 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제가 고통스럽다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었으나 마치도 미이라처럼 말라버린 제 몰골을 간혹 볼 때 “죽어도 이전 내 모습을 찾은 후 죽겠다”라는 비장한 생각도 하곤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어느날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며 샘터에 다달았을때 거기에는 아이들이 샘터에 놀러와 있었습니다. 무심코 아이들 곁을 지나가는데 제 모습을 본 아이들이 모두 깜짝 놀라며 저를 괴물을 보는 것처럼 피하더라구요.....

왜 그럴까하고 돌아와 거울을 보았는데

그때서야 저도 제 모습이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라고 보여진 것 이었습니다.

수녀님은 “형제님은 젊어서 큰 고통을 받고 계시니까 십자가의 길 기도는 이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고통-십자가에 대한 묵상 기도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자신도 십자가에 달리는 원의를 가지게 되고 실지로 그런 상황을 받는 수도 있으니 이제부터는 (십자가를 거친) 부활의 기쁨에 대하여 묵상하고 기뻐하는 기도에 몰두하라” 이 말씀이 거울을 보면서 떠오른 그날부터 저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멈췄습니다. 아마도 그 이래 지금까지 한번도 십자가의 길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순절이 이제 끝자락에 와 있음인데도 십자가의 길을 한번도 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제 마음이 십자가의 길에서 단숨에 멀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성당 밖에서 친구들이 떠들고 놀고 있을 때에도 홀로 십자가의 길을 드릴 때가 아주 행복하였는데요...

기도가 추억으로 여겨지기는 지금이 처음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때가 즐비하였지만 지금은 기도를 드린 후엔 과연 기뻐졌는지 생각해 봅니다.

어미닭을 쫓아가는 병아리처럼 성당을 오고가며 십자가의 길을 따라갔던 추억 그 기억에 오늘은 잠시 머뭅니다.

기쁜 부활을 맞아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