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홈페이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가끔 가는 음식점이 있다.

그집 음식이 맛있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데 더 입맛을 떨어뜨리게 하게 만드는 글귀가 그 집 벽에 걸려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8.7)

개신교인 집이라 생각된다. 성경 개역개정판 글귀이고 많은 음식점에서

부적처럼 걸어 놓는 글귀이니 굳이 주인에게 묻지 않아도 무슨 의미로

걸었는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과연 저 말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인가 살펴본다.

공동번역판 성경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처음에는 보잘것없겠지만 나중에는 훌륭하게 될 것일세.

비슷한 표현이니 번역의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욥기를 살펴보자.

욥기 8장1~6절까지의 내용을 보면 욥이 당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을

이야기 한다.

지은 죄가 있으면 벌받고 착한 일을 하게되면 상을 받는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식으로

욥의 고통의 원인과 해법을 말하고 있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다.

인과응보설은 구약성경의 대표적 시각 중에 하나이다.

장수와 물질적 복이 야훼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그려지며 단명하거나 고통을 받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 곧 야훼와 멀어지는 삶의 결과로 그려내는 것이 구약의 주류적 관점 중의 하나이다.

아브라함이나 야곱 그리고 다윗과 유다왕국의 역대 왕들의 묘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과응보만으로는 현실적 모습을 설명하기에는 예외적인 것들이 존재하였기에

(야훼께 충실한 사람들의 단명이나 가난 등) 그들이 겪는 고통을 무조건 죄의 결과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점을 보완-또는 도전-하기위한 글이 욥기라는 생각을 해본다.(의인의 단명->지혜서에서 보완적 설명)

(아마 바빌론 유배를 바라보는 시각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지만 결말부를 다른 저자의 솜씨가 들어갔는지,

아니면 결말부와 초반부에다가 중간 내용을 집어 넣는지는 아리송....)

그럼 저 구절은 누가 한 말일까? 욥? 야훼?

아니다. 욥의 주변인(친구) 수아 사람 빌닷이다.(욥기8.1)

욥기의 마지막 결론 부분의 한 장면을 보자.

야훼께서 욥과 말씀을 마치신 다음에 데만 사람 엘리바즈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너의 두 친구를 생각하면 터지는

분노를 참을 길 없구나. 너희는 내 이야기를 할 때 욥처럼 솔직하지 못하였다.

이제 너희는 수소 일곱 마리와 숫양 일곱 마리를 가지고 나의 종 욥에게로 가서 너희를 위하여 번제를 드려라.

나의 종 욥이 너희를 위하여 기도를 드려주리라. 그러면 그의 기도를 듣고 나는 너희를 크게 벌하지 않으리라.

너희는 내 이야기를 할 때 나의 종 욥처럼 솔직하지 못하였다."

데만 사람 엘리바즈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바르는 곧 야훼의 분부대로 하였다. 야훼께서는 욥의 기도를

기꺼이 들어주셨다.(욥기42.7-9)

옳은 말만 하는 것 같은 욥의 친구들이 오히려 하느님의 분노를 사게 되며 욥의 기도로 그들의 잘못을 용서받게 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욥과 야훼의 말도 아닌 야훼께 솔직하지 못한 주변인의 말을 성경 구절을 걸어 놓는 것은 마치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고 머리털로 발을 닦아주는 마리아를 보고 가리옷 유다가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돈을 꺼내 쓰기 위해 한 말인

이 향유를 팔았더라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았을 것이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데 무슨짓인가?

하고투덜대는 성경 구절을 걸어 놓는 것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요한12.1-8)

같은 구약성경을 보아도 사람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은 다를 것이다.

정말 구약성경에서는 음식점에 걸어 놓고 되새길 만한 구절이 욥기의 내용 뿐일까?

이제 욥기의 구절은 내려 놓고 정말 구약에서 찾고 싶은 야훼의 말씀을 걸어 놓고 싶다면 아래 내용을 추천해주고 싶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에게 유산으로 주시어 상속받게 하신 땅에 틀림없이 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니 너희 가운데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하여라.(신명15.4)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만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내리는 그 명령을 다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반드시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개역 개정판)

너희 중에 가난한 자 없도록 하여라는 빼 놓는 센스를 발휘하는 음식점도 본 적이 있다.

너무 길어 어쩔 수 없이 뺏으리라 생각해 주고 싶다.^^;

2005. 7월 어느날 멍멍이를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