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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상처란 부모에게는 살을 에는 아픔이고 뼈를 저미는 고통이다.

자식의 고난에 부모들은 도무지 객관적일 수 없다. 부모에게 전이되는 자식의 아픔은 직접적이고 실존적이다. 고통은 어떠한 매개도 없이 전달되며 통증은 어떠한 사고과정 없이도 공유된다.

자식의 안위에 목을 매는 부모의 외마디 심정은 차근차근한 분석적 사유를 통해 도달하는 논리가 아니라 번쩍이는 직관을 통해 감지되는 감성이다.

이때 발하는 ‘아!’ 하는 탄성은 위기에 처한 생명의 절규라 할 수 있다.

종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내부 욕망과 그것을 말살하고자 하는 외부 사태의 엇갈리는 맞부딪힘에 대해 부모들은 짧은 부르짖음으로 절박하게 대응한다.

그 비명은 동물생태학적으로도 타당하다. 자식의 고난에 반응하는 부모의 울부짖음은 그것이 어떤 형식이든 정당한 법이다.

여기에 시비를 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 자체 고해(苦海)이며 그 고난의 바다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이라 하여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부모들은 자식의 고통에 짧은 외침과 긴 통곡을 거리낌 없이 거듭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부끄러움이 아니다.

밀양에서 발생한 사촌 여중생 자매 집단성폭행 사건은 피해부모로선 그 자체 피를 토할 일이었음에도 사건 처리에 경찰공권력이 개입하면서 피해는 사건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밀양의 3개교 폭력조직인 ‘밀양연합’(경찰 발표) 소속 고교생 41명으로부터 사촌여중생 3자매가 지난 2004년 1월부터 동년 11월까지 수시로 협박, 폭행 및 집단 윤간(輪姦)을 당하였다는 것인데 경찰은 당초 피의자 41명 중 3명만을 구속하고 나머지를 훈방 조치하여

‘돈을 주고 성매매한 사람들은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하면서 집단성폭행한 놈들은 훈방 조치하다니 도대체 이 나라 경찰들은 강간을 조장, 방조, 장려하는 것이냐.’

라는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비난과 분노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경찰은 여성수사관을 배치해달라는 피해자의 요구를 묵살하였고 피해자 안전 조치 역시 소홀히 하여 피해자와 가해자 대면수사를 거리낌 없이 시행하였다. 여성 피해자에 대한 편견 역시 노골적으로 드러내 수사관들은 피해 여중생에게 폭언조차 서슴지 않았다.

경찰의 태도가 이러하니 가해자들은 어린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사도중 ‘너, 나가서 보자’는 등의 막말과 협박을 거듭하였고 가해자 가족들 역시 피해 학부모에게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보자’는 따위의 공갈(恐喝)까지 퍼부었다는 것이다.

또 텔레비전 시사보도에 의하면 가해 관련 학부모 중 한 사람은 피해 학부모를 향해 “내가 밀양의 폭력조직의 일원인데 앞으로 가만있지 않겠다.”고까지 하였다 한다.

여성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남성 위주의 수사 태도, 수사 미진, 여성 수사관 배치 거부, 가해남성과의 대질신문, 수사관 폭언, 수사사실 공개 등의 피해자 인권 소홀이라는 경찰의 해묵은 수사 관행과 더불어 이 사건에는 가해자의 협박이 덧붙여졌고 언론의 선정 보도와 오보가 더해졌다.

공명심에 눈이 먼 경찰이나 특종 취재에만 열 올린 언론이나 피해자 보호는 처음부터 뒷전이었다. 그 피해자란 것이 어린 여중생이었음에도 그들에 대한 따뜻한 보호나 세심한 배려는 당초부터 실종되었던 것이다.

오히려 수사관들은 ‘밀양 물을 다 흐린다’는 따위의 폭언으로 어린 여중생들을 매춘부 취급하였고 언론들은 피해자 부모들이 사촌 자매 3명 중 막내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누누이 강조하였음에도 여전히 ‘사촌 여중생 3자매 성폭행사건’으로 동 사건을 보도하였다. 또 언론은 ‘피해 여중생이 산부인과 치료를 받았고 그중 한 명은 약을 먹고 자살까지 기도하였다’는 등의 확인되지도 않은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비공개수사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의 대강의 신원 역시 이미 노출된 상태다.

이처럼 피해의 확대에는 경찰의 ‘수사관행’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선정적 보도태도 역시 한 몫 가세한 셈이다.

그런데 이것이 다 무엇 하자는 짓들인가.

이 모두가 어린 피해 여중생들을 디딤돌로 삼아 스스로 양명(揚名)하겠다는 수작 아닌가.

도대체 이 나라의 인권은 어느 시대 어느 시각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피해 부모들은 통곡한다.

우리 사회의 야수성(野獸性)에 통곡하고 이 나라의 가학성(加虐性)에 통곡한다.

경찰의 수사관행에 통곡하고 언론의 보도행태에 통곡한다.

나도 그들 피해부모와 함께 통곡한다.

여성부니 국가인권위니 이 무슨 말라빠진 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말인가.

여성 인권 보호와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감시가 네티즌들의 아우성에 의해 이처럼 사후적으로 작동되는 것이라면 그런 기관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국민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권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이토록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얼어 죽을 개혁(改革)들이란 다 어디로 실종되었단 말인가.

이 같은 사태는 경찰 공무원에만 한정되는 ‘늘 하던 대로의 사태’가 아니다. 좀더 광범한 범위의 공무원들이 이처럼 ‘늘 하던 대로’ 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일상이고 가끔씩 운위되는 개혁이란 그들에겐 짜증일 뿐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짜증이 나는 법이다.

그리고 그 같은 사태로 빚어지는 피해는 너와 나의 일로 머물지 않고 결국 우리 모두의 일로 확산되어 간다. 그 피해는 예외 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이 와중에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의 가슴은 더욱 찢어져 가는 것이다.

왕수님의 블러그

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