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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자유

두 사람이 한 공간에 밀착되어 오래 살다보면
서로를 간섭하고 조정하려 하는 습성이 생긴다.
여자의 경우 특히 심하다.
자라면서 은연중 어머니들의 행동을 보고 배웠기 때문일까?

한 식구처럼 가까워지자 나도 모르게 밥을 간섭하기 시작했나 보다.
그럴 때마다 밥은 웃으면서 외쳤다.

“공간과 자유”

밥이 하던 일을 멈추고 쳐다보는 것이 무엇인가 또 진지한 이야기를 할 모양이다.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밥은 꼭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리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공간이 필요해요.
너무 밀착되어 있으면 서로의 자유를 구속하게 되죠.
공간 속에 공기가 자유롭게 흐르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공간과 거리가 있어야
자유가 있는 거예요.
‘공간과 자유!’
무슨 말인가 알겠죠?”

부끄러웠지만 밥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아요.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들을 간섭하고 조정하려고 하지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마리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공간과 거리가 있어야
오랫동안 그 관계가 유지 될 수 있는 거예요.
하느님께서도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사랑하시니
다른 사람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려 들지 마세요.
내 버려 세요. (Let go!)

다음 날 마루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종이가 한 장 놓여있었다.

가만히 놓아둔다는 것은 (Let go)
그냥 놓아둔다는 것은 보살핌을 멈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가 그것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놓아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을 조절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내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연스러운 상황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놓는다는 것은 아무런 힘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항상 내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놓는다는 것은 다른 이를 바꾸려 하거나 비난하려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 최선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놓는다는 것은 내식으로 원하고 바라며 관심 갖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써주며 염려해 주는 것입니다.
놓는 다는 것은 지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짜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지지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놓는다는 것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나의 인간 존재가 되는 것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놓는다는 것은 모든 결과를 억지로 조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그들 자신의 목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허락하는 것입니다.
놓는다는 것은 방어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진실을 직면하도록 묵인하는 것입니다.
놓는 다는 것은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놓는다는 것은 잔소리나 꾸짖거나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 대신 나 자신의 결점들을 살펴보아 그것들을 올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놓아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 소망대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오는 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소중히 품는 것입니다.

놓아둔다는 것은 어떤 누군가를 비평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것이며,
내가 꿈꾸는 내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놓아둠은 과거를 후회하는 것이 아니며, 성장이며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놓아둠으로서 덜 두려워하며,
더욱 사랑하는 것입니다.

-작자 미상

내가 그 종이를 가져다 읽은 것을 알고 밥이 기뻐하면서 물었다.
“어때? 좋지. 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조정하고 싶을 때마다
서로에게 이렇게 외쳤다.
“Let go 합시다.
충분하게 이야기 했으니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본인 문제가 아닐까요?
우리는 다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할 수 있다면 나 자신만 어떻게 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다른 사람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잖아요?”

복잡한 사람을 위한 간단한 프로그램

수도생활을 하거나
남을 위해 살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자칫 복잡해지기 쉽다.
남을 가르치려 들고
남의 일에 지나치게 걱정하면서 간섭하려 들고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속상해 하고.....
밥이 지나치게 걱정하는 친구수도자에게 이런 글을 써보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일해야 하고,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나머지 모든 것들은 신의 손에 맡겨라.
‘밤에는 신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아침에는 그의 도움을 요청하라.’
이것은 굉장한 복잡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