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하면
도대체 첫사랑을 언제 하였기에
너무도 빨랐단 말이던고? 라 물으실줄 추측합니다만
그렇습니다.
너무도 빨랐던 첫사랑입니다.
이 첫사랑이 저를 온통 뒤흔들어 놓았고
그래서 제 삶의 길은
제가 꿈에도 생각지도 못하였던 두갈래의 길중 전혀 엉뚱하였던 다른 길로 걷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원교습이라던지 과외공부라던것 등은 생리상 맞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학권열풍, 과외열풍에 휩싸였지만
저도 학원에 한번 등록을 하였건만 한달을 견디지 못하고 집어치워 결과적으로 부모님께 효도를 하게되었습니다.
수학이건 과학이건 국어건 혼자 교과서를 중심으로 참고서를 가지고 몰두를 하다보면 풀지못한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학원수업이나 과외수업을 한답시며 가는 시간 오는시간 그리고 웅성웅성 모여 시시덕거리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제 생리상 도저히 그런 것은 적성에도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조용히 독서실에서 밤 깊도록 홀로 파고들듯 공부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무슨 말을 할려고 이리도 서설이 긴고? 라 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2개월 다가온 중학교 3학년 12월초
저는 다를 광적으로 몰려다니는 학원교습대신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주택가안의 독서실을 2개월치 끊었습니다.
기필코 최고급 고등학교에 응시하여 붙어서 "여봐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은 좀 덜 그렇지만
당시 저는 홀로 조용하게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행복감도 맛보고 마지막으로 치르는 고등학교 입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독서실을 택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 운명을 바꾼 길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독서실의 제 책상에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평범한 얼굴(사실은 좀 못생긴 얼굴)인듯한 애가 오고가며 저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못생긴 가시나가 대담하게 왜 꼬리를 치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연히 저는 눈길을 주지않고 공부만 하였습니다.
"얘, 좀 쉬면서 해라. 니 문제집 풀은 걸 보니까 이젠 적당히 해도 경기고등학교는 따 놓은 당상으로 보이네"
"마지막까지 해 보는 기라"
하면서 흘낏 그러면서도 처음으로 유심히 그 애를 쳐다보았습니다.
~~@@ 헉 @@~~
그순간
못생긴 줄만 알았던 그 애가 웬지 모를 매력으로 제 가슴을 힘껏 때리며 덮쳐오름을 느꼈습니다.
바로 "제 눈의 안경임"을 직감하였습니다.
그 애는 그 이후로 집에 다녀올때마다 제게 간식을 가져다 주었고
밤 2~3시경에 집에 갈 때에는 함께 갔습니다.
통행금지시간이었지만 집이 독서실 근방이고
"책을 들고" "시험공부한 후 집으로 가는 것"이라고하면
입시가 눈앞 닥친 것을 동네 순경들도 아는고로 아무런 말없이 "빨리 빨리좀 다녓" 하고 맙니다.
우리집이나 그애집이나 거리도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2~3일 이렇게 하다보니
독서실에 들리면 온통 그애 얼굴만 그려집니다.
그래서 앉아서 애써 무얼 끄적거리고자 하면 그애가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얘 눈이 온다 우리 잠시만 밖에 한번 나갔다 오자"
두말할 필요없이 우리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은 깊어갔고 함박눈이 펄펄 날렸습니다.
우리는 인정사정없이 아랫길로 내려갔습니다.
아랫길로 조금가면 한강이 나오고 철뚝길이 있습니다.
가는 길에 누가 먼져었는지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정말 한강이 멋있다."
"너 무섭지 않냐?"
"니나 무서워하지 말아라, 난 이래뵈도 강심장이야"
말같지 않은 말도 금새였습니다.
우리는 묘한 기분으로 철길 옆 한강 뚝방길에 앉았습니다.
눈이 펄펄내려 춥지않은 밤이었습니다.
우리는 "딱" 붙어 앉아 말없이 그냥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타오르는 묘한 감정과 애틋한 마음으로 그애를 꼭 껴안게되었습니다.
그애가 먼저인지 제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분명히 그 가시나가 먼저였던것 같습니다.
은근히 강하게 밀어부치듯 제게 기대었고 그래서 제가 그애를 꼭 껴안았던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때 저는 첫 키스를 하였습니다.
물론 "뽀뽀"가 아닌 "진정한 키스" 말입니다.~~^^
그 이후 우리가 독서실에 나오면
5분 공부하고 55분을 나가서 놀았습니다.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한강으로 가서 한강 뚝방가에 꼭 껴안은채 앉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디 꼭 껴안고만 있었겠습니까만서도.
이렇게 한달 이상이 흘러가니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길을 갈때에도
그애 얼굴이 아롱아롱
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그애 얼굴이 아롱아롱
독서실에서 공부하고자 다짐을 할때에도 그애 얼굴이 아롱아롱
밤에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헤어질 때에는
멋있는 폼으로 놓기 싫었던 그애 손등에다 뽀뽀를 해 주며 "잘 들어가"라 하였으니
헤어지기 싫어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돌리며 안타깝게 돌아서 집에 들어가던 시간 시간들
우리는 이렇게 사랑의 극점믈 향해 달렸으며 동시에 입학시함의 날짜도 종점으로 치달았습니다.
당연히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는 나가 떨어졌습니다.
그애는 더 당연히 나가 떨어졌습니다만.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행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집에서였습니다.
시험에 떨어진 저는 내키지않은 그러나 두려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으며
추측대로 "고입시험에 떨어졌다"라는 소식에 분개한 아버지는 저에게 목침으로 후둘겨 팼습니다.
그 충격이 아마도 그 이후로부터 제가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않게된것으로 추측합니다.^^
저는 애견 스피츠 "제키"를 껴안고 뒤꼍에서 서러운 마음으로 펑펑 울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큰누나가 뒤꼍으로 오더니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않은 것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독서실에서 염분을 뿌렸다메?? 니가 제 정신이었니?" 하면서 약을
올리대더군요.
울다가 이말을 듣고보니 가슴이 그만 덜컹하고 내려앉았습니다.
큰누나가 무얼 듣고 왔기에 저런 소리를 하는거여??
저것이 엄마한테 일러바치지나 않았을까?? ~~~@@@
고등학교 2차 시험을 준비한답시고 독서실 말을 꺼냈다가 다시 저는 아버지에게 목침으로 더 얻어 맞았습니다.
"공부하겠다는데 왜 때리는거야" 라며 다시 서럽게 흐느끼며 울었지요.
지은 죄를 알고 있었기에 큰소리로는 울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할수없이 형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였지만,
틈만 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신 거짓말을 해서라도 밖으로 나가서 그애를 몰래 만났습니다.
여전히 날씨가 추웠으므로 뒷골목에서 꼭 껴안기도 하였고
주위 살펴보며 진한 뽀뽀도 하였지요.~~@@
물론 헤어질때에는 손등에다가도 뽀뽀도 해 주었고
우리는 서로가 없다면 죽을 것 같다고 동시에 생각을 하였음이 틀림없었습니다.
당연히 고등학교 후기 모집에서도
우리는 둘이 동시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친구들은 물론 학교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조정제가 전기 후기 다 떨어졌다. 학교 망신이 갈때까지 간것이 아니냐??"
그도 그럴것이 저는 국민학교때에는 전교에서 1등을 하였으며
중학교에서도 전교에서 우수한 학생들만 따로 가르친다는 "특별학습반" 출신이었거던요.
개망신이 뭔지 그때 저는 터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떡하여야 할까??
어린 나이에 재수를 하여야 한다는 말이던가????
이런 저를 보며 아버지는
"재수는 무슨 얼어죽을 재수?
저놈에게 구두통을 만들어 줘라. 나가서 돈이나 벌어오라하게"
엄마는 그래도 엄마였습니다.
"그래 다른 방법이 없다디?"
"마지막 고입시험이라 경쟁율이 워낙 심하였으나
붙어놓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들어가지 않은 애들 대신 새로 시험을 쳐 몇명을 모집하는 학교들도 좀 있대 그리고 ```"
"그러면 한번 찾아봐라. 연애는 대가리에 피가 좀 물들거던 하고 응?"
그래서 저는 창피한 것을 무릅쓰고 중학교 담임선생님을 통해 3번째로 고입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모" 학교를^^
지원하였습니다.
그 시험도 저같이 전후반기 모두 떨어진 아이들이 대거 몰려들어 전후반기 시험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율이
이루어졌습니다.
시험을 치르자니 창피해서 한숨이 나오고
그애를 생각하면 그애도 얼마나 힘들까하는 주제넘은 생각으로 한숨이 나오고 정말 못살것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창피하여
기도도 책상위에서 하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뒤집에 쓴채 기도를 하였습니다.
"예수님 이젠 더 이상 떨어트려서는 아니되옵니다. 붙여 주소서 붙여주소서, 그애도 붙여 주소서"
이런 제가 불쌍해서인지 주님은 저도 그애도 3번째 고입시험에는 붙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자랑스럽기는 커녕 부끄러워 나다니질 못하였습니다.
봄향기가 물씬거리는 어느날
우리는 여전히 달라붙어다녔는데 그애가 먼저 이상한 말을 꺼냈습니다.
"이젠 우리 자주 만나지는 못할 것 같다"
" ??? "
"오빠가 낌새를 알았는가봐. 아니면 우릴 봤는지도 모르겠고 `````"
" ????"
" 한번만 더 걸리면 아주 죽여버린다더라"
그애는 말만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차분하게 변해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
그애가 저를 피하는 것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당시는 전화가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으나 우리집이나 그애집이나 모두 전화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전화할 필요가 없었으나 상황이 달라진
지금 --- 염치불구하고 전화질을 마구 해 대었습니다.
그애 엄마가 저를 좋아해 주셨는데도 그 이후론 반가워는하여도 따스한 느낌은 감지되지않았습니다.
그러한 느낌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듯한 중압감이었습니다.
전화는 바꿔주지 않았습니다.
어딜 심부름 보냈다나요?? 거짓말인 걸 다 아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몇 주일후
아주 어렵사리 우리는 만났습니다.
그애는 제게 거리감을 두었지만 진심은 아닌듯하였습니다.
그러나 단호하였습니다.
"이젠 그만 만나야겠다.
주님 보기도 미안스럽고~~"
"??"
"사실 내가 네게 맨처음 갔을때엔 니는 잘 기억을 못해내던데
나는 니를 우리 성당 중학생회에서 처음 보았었고,
그래서 반갑고해서 다가간거였어. 그런데 어째```````"
우리는 한 성당에 다녔다는 겁니다.
중학교 1학년때 금호동 성당에서 세례받았고 그 이후 학생회등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 중순에 저는 저도 모르는사이에 교적이 행당동 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금호동 성당이 분가되어 저는 새로 창설된 행당동 성당 구역에 속해서 그리고 교적이 옮겨졌던 것이었습니다.
가을에 이 사실을 알았고 하여 행당동 성당으로 저는 나갔습니다.
그애의 집은 전형적인 우리 신자 가정으로
어머니가 특히 독실하여 아침공동기도는 물론이며
저녁 7시만 되면 가족이 다시 모여 묵주기도와 저녁기도를 함께 바치고나서야 저녁식사를 하였으며
저도 그 자리에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여 그애 어머니는 제가 성실하다하여 저를 특히 사랑하여 주셨습니다만 ````
가정 분위기가 100% 가톨릭분위기였기에
지금생각하면 그애가 그당시 제 문제로 엄청 심한 갈등을 겪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어느날 그애 어머니가 저녁기도때 와서 기도하고 밥먹으라며 저를 불렀습니다.
그애 어머니가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나는 일찍 시집을 와서 니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요즘시대론 아직은 때가 아니지않니?
니가 생각해도 그렇지??
고등학교 졸업도 해야하고 대학도 가야하고
대학갈때에도 고등학교 시험때처럼 그렇게 소문내며 떨어지면서 자존심 다 상해가면서 갈래?
고등학교때만이라도 서로 잠시 만나지 말고 대학에 가서 만나면 안되겠니??
니는 그렇게 열심히 성당활동도 하던 애였는데 말을 듣고 보면 요즘은 활동도 하지 않는다메??"
그애 어머니의 말씀은
감성에 의하여
억눌려있었던 제 자신의 의지가 되살아나며 제 가슴을 때렸고
제가 간혹 제게 "좀 지나친것이 아니냐?"라 생각이 드는판에
그애 어머니의 말씀은 용기와 힘이 되었습니다.
"네 대학가서 만나겠습니다. 간혹 성당에서 만나게되는 것은 되겠지요??"
그런 후 그애와 나는 성당에서 간혹 만났습니다.
물론 제가 금호동 성당에 가서 만나게 된 것이었지만
그때부터 서로는 다시 제위치로 되돌아오는 듯 하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무척 많은 그리움으로 고통과 상처를 입었었지만 말입니다.
대학에 가서 만나 서로를 이어가겠다하여놓고는
고등학교 졸업후 부터는 그애를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마음으로의 그리움은 마음뿐이었고
고등학교 중반이후 저도 또 다른 애에게 한눈을 돌리기 시작하였기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죽으면 없으면 도저히 살지 못할 것 같았던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고
저 역시 본당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니 그 그리움은 곧 잊혀지는듯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간간히 끊이지않고 그애를 생각하였고 그리워하였음은 물론입니다.
우리가 마지막 만났을 때는 그애 혼인미사에서 였습니다.
한때였지만
안타깝고 쓰라렸으며 또한 아린 마음으로 보낸 시간들은 뒤로한채
그애는 제게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고 저는 기꺼이 그애의 혼인미사에 들렸습니다.
혼인미사가 끝이나고
되돌아오는 길은 멀기만 한 길었습니다.
지금도 미련이 남은 제 마음의 모퉁이에선 간혹 그애 생각을 합니다.
그 중요한 시기에
그애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애를 만나게되었고
제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그애의 느낌은 간혹 아직도 살았어보입니다.
"머리통에 피도 마르지않았다"던 큰누나의 웃음섞인 약올리는 소리와
목침으로 제 등짝을 향해 휘둘러대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제게 닥쳐온 첫사랑의 독침은
그 이후 제가 오늘까지 걸어오는 길가에 수놓아있었다 생각합니다.
그애는 여전히 주님안에서 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그냥 앞으로도 잘 살아가주기를 빕니다.
이 못된 것이~~~^^
혹시지만
아직까지 저를 조금이라도 생각이나 해줄런지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묻지는 않을 겁니다.
첫사랑은 기억안에서 무궁하기에 구태여 유한한 언어를 통하여 확인하고픈 생각이 없겠기
때문이지요.
제목: 카사노바가 아닌 카사노바-너무도 빨리온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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