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로 나로도에 다녀 왔습니다.
나로도는 고흥반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는 섬인데, 다시 그 나로도가 다리로 하나 더 이어져 외나로도라 부릅니다.
이곳은 예전에 두어번 다녀 왔던 곳인데 올해 한번 더 보고 싶었기에 그 곳으로 휴가 일정을 정했습니다.
염포해수욕장을 가기 위해서 외나로도의 좁은 산길과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달려서 염포해수욕장까지 다다를 즈음,
저는 두마리의 야생 노루가 염포 해수욕장과 이어진 숲에서 막 나와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 가려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마리는 새끼였고 다른 한마리는 중간 연령^^쯤의 노루였습니다.
도로를 건너 가려다가 앞 쪽으로 차가 오자 조금 큰 노루는 재빨리 도로를 가로질러 산길로 숨어 들었으나 ,
새끼 노루는 겁이 나서인지 염포해수욕장과 붙은 숲 언절로 다시 되돌아가 숨드라구요.
저는 차를 세우고 새끼 노루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하였습니다.
새끼 노루는 한참 숨어 있더니 인적이 없는 것을 알고 도로를 가로질러 산길로 들어 갔습니다.
외나로도는 사람의 개발이 비교적 되지 않은 섬입니다.
깊은 산들과 해안, 그리고 아늑한 마을이 군데 군데 있어 자연의 모습을 잘 간직한 깔끔한 섬입니다.
고흥 반도에서 내나로도를 이어주는 도로는 지금 4차선 도로로 확장하고 있었습니다.(부분 개통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길이 완공되면 외나로도를 진입하기가 매우 수월해 질 것입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매우 언짢습니다.
도로가에 간혹 차에 치어 죽어 있는 야생동물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지요.
얼핏 보기에 현재 닦여지는 도로에는 야생동물들의 통로들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산 저산을 다니면서 살아 왔던 이 곳의 야생동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런지 하여 마음이 아픕니다.
죽어있는 야생동물들의 흔적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야생동물들의 희생이 치루어 질 것입니다.
농촌 혹은 어촌에서 힘겹게 살아가시는 원주민들은 자기들의 고향이 개발되어 좀 더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저라도 그럴 것이구요.
그럼에도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하느님의 다른 피조물들이, 개발로 인하여 희생을 치르고 있음에 마음이 대단히 무겁습니다.
일본에서는 도로를 개통을 할 때에는 도로 비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들의 통로들를 많이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 통로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이 아니라,
그 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들을 충분히 배려하여 실제적으로 그 통로를 이용 할수 있도록 유인까지 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그리스도인의 수가 그 나라에서 아주 미약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위의 작은 배려를 보더라도 그들의 삶의 방식은 그리스도교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우리나라는 그리스도교인의 수는 전체 인구의 30%이상을 넘어서지만 생활방식은 과연 그리스도교적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서 지으신 세상, 이 세상은 하느님의 다른 모든 피조물들도 우리와 함께 동등하게 살 권리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미사 강론때에 이런 강론을 하신 신부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람들이 지옥에 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착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남을 다른 생명의 삶을 배려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우리 주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희는 너희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해 주어라>>>
우리가 개발을 원하면, 개발로 인하여 생길 파헤쳐 놓은 산과 들판에서고통을 당하는 다른 피조물을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위한 개발과 다른 피조물(야생동물 등)의 생존을 함께 고려하며 우리가 살아갈 수는 없을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도 바울로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하여 우리 주님이 어서 오시기를 기도해 봅니다.(주님이 더디 오신다면,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주님이 되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로마서 8.18 ~ 28
18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9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 피조물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 것은 제 본의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21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3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하느님의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과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24 우리는 이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25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니다.
26 성령께서도 연약한 우리를 도와 주십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며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
27 이렇게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성도들을 대신해서 간구해 주십니다. 그리고 마음 속까지도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께서 그러한 성령의 생각을 잘 아십니다.
28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이 게시판에서 사라져버린 이 글을 2002.08.12 - 00:54 주교회의 게시판에서 민들레 성서마을로 옮겨놓은 것을 다시 가져옵니다.
|
제목: 여름휴가, 외나로도를 다녀 오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