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총각 보건소는 어디로 가야 혀 ?"
매우 남루한 차림으로 허리가 반쯤 굽은 할머니가, 매우 용감하게도 말쑥하게 차려입은 총각에게 거의 반말로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으이! 할머니는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르셔요. 조기, 약국 꺽어돌아 길 건너면 보건소잖아요."
그리고는 총각은 자기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물론 할머니도 자기 길을 가려 했구요.
그 총각이 한 10m 쯤 가다가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과연 할머니가 제대로 길을 잘 가시나 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팡이도 없이 반쯤 굽은 허리로 길을 가시는 할머니는 한 1m 쯤 가셨나 할 거리인데, 길가 모서리에 앉아 쉬시고 있음이 보였습니다.
연신 힘든 숨을 쉬시고 있어 보였습니다.
이제는 총각이 먼저 할머니에게 다가서 말을 건냈구요.
"할머니 아들이나 손주에게 약 좀 타오라고 시키시지 그래요. 언제 보건소 가서 약 타 오시려구요."
"없어, 없으니 내가 가는 게지, 어여 가서 총각 일이나 부아"
"그럼 갈게요."
총각은 다시 제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10m 쯤 더 가다가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조금더 아주 조금더 가시다가 아까처럼 쪼그리고 앉아 쉬시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총각은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끄적여 보더니, 할머니에게 다시 갔습니다.
그리고는 떠들 듯이 다시 말을 건냈구요.
"할머니 아픈데, 밥이나 먹고 보건소 가요?"
"이래뵈도 먹을 것은 다 먹고 다니니 신경 쓸게 없네"
"혹시 할머니 보험증은 가지고 갑니까? 보건소라고 해서 거저 약 안 줄텐데"
"동사무소에서 준 보험증이 있어."
"어디봐요, 진짠지 가짠지 내가 보면 알어"
"참 한심한 총각도 다 있구먼, 그려 내가 보여 주지, 늙었다고 보험증도 모르고 다닐 줄 아나본데. "
하면서 그 할머니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치마폭을 반쯤 걷고, 다시 그 속옷 주머니에서 한참 뭔가를 찾아 낸 후, 비닐 종이로 둘둘 말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의료보호증(생활보호대상자에게 국가가 발행해주는 무료보험증)을 그 총각에게 주었습니다.
"아따, 할머닌 보험증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네요. 어디 좀 볼까, 진짤까, 가짤까"
그 의료보호증 안에는 약값 몇 천원이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그 총각은 남들이 보기 전에 재빠르게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던 돈을 전부 꺼내 그 의료보호증 안에 넣고 의료보호증을 다시 비닐로 둘둘 말았습니다.
"맞어, 할머닌 길은 몰라도 보험증은 진짜네. 그럼 천천히 가다 쉬다, 가다 쉬다 하면서 보건소 다녀오세요. 저는 갈께요."
"으이그, --- 총각, 혹시 오늘 점심 굶은거 아녀?"
그 총각은 조금 더 가다가 떠들 듯이 한마디 더 하였습니다.
"할머니 그래도 눈은 되게 좋네요. --- 시력은 100점! 그럼 다녀오세요. "
그 청년은 아무 것도 아닌 듯 하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려운 할머니를 배려하는 모습이 가슴을 때립니다.
오늘 길을 걸어오면서 제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이승에 계속 머물면 저 청년같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감각으로 이웃과 함께 하고,
이승을 떠나면, 우리 주님의 나라에서 주님의 얼굴을 뵈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승을 떠난 후, 우리 주님 얼굴을 뵐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그 청년을 향해 외치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기쁨을 가지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
윗글은 지난번 무차별적으로 쏟아져왔던 스팸게시물들을 삭제하다가 쓸려 삭제된 제가 쓴 글입니다. 다른 사이트에 게재한 것을 이번에 가지고와 재게시합니다.
스팸방지 팁이 생겨 지금은 스팸게시글을 삭제하는 수고는 없습니다만 지난번 함께 삭제된 제 글들은 다른 사이트에서 찾아내 점차적으로 재 게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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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런 총각을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