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먹는 사람들
--요한복음 6:53-56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는, 우리가 인자의 살을 먹고, 또 인자의 피를 마셔야 한다고 합니다. 자기 살을 내주면서 참된 양식이라고 하고 그의 피는 참된 음료라고 합니다. 난 옛날에 이런 표현이 거슬렸습니다. 감히 예수의 살을 먹는다는 것도 불경스럽게 느껴졌고, 음료란 우리가 목마를 때 마시는 것인데, 예수의 거룩한 피를 그렇게 말하는 게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바로 이런 어색한 표현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배고플 때 빵을 먹듯이 예수를 먹어야 하고, 목마를 때 음료수를 마시듯이 예수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예수에 대한 그런 허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프랑소와즈 돌토는, 이것을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사람들이 먹은 빵과 물고기는 그들이 앞으로 먹게 될 또 다른 양식의 ‘표징’이라는 것입니다. 그 또 다른 양식은 예수의 몸입니다. 예수의 몸을 “먹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예수를 먹음으로써 우리는 죄로부터 해방이 됩니다. 갓난아기는 어머니 젖을 빨 때, 그는 어머니를 먹는다고 상상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기는 서로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두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아기를 사랑하고, 아기는 어머니의 몸을 질리도록 먹으면서, 어머니의 말을 마시고, 눈이나 얼굴 표정들을 먹습니다. 예수는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이 허기(虛飢)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는 무언가 많이 결핍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를 먹으라고 내줌으로써 그들을 결핍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또 그들과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또 그들로 하여금 예수의 삶을 이어서 살게 하였습니다.
죄책감의 근원과 관련하여 정신분석학자들은, 어린아이가 엄마의 젖을 먹을 때, 그것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엄마가 젖을 뗄 때, 그것이 자기가 잘못을 해서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 대한 죄책감은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어떤 어려움이나 재난이 닥치면 하나님의 벌을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폴 틸리히는 죄는 ‘분리’라고 하였습니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자기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라고 내 준 것은 이런 죄책감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예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 또 어린아이들이 어머니의 젖을 먹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젖을 뗀 것은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일 뿐입니다. 재난은 그 자체의 이유가 있을 뿐 하나님의 벌이 아닙니다. 예수는 우리 죄를 씻어주려고 오셨습니다. 예수는 우리가 태어나고, 젖을 떼면서 가지게 되는 “원죄”를 씻어 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 내 피와 살을 먹고, 나를 먹어라. 다 나에게로 와서 나를 만나고, 나를 기억하여라. 나를 따라라. 나는 욕망의 길인데, 그 길은 사람들을 사랑으로 이끈다. 하나님은 네 안에 살아계신다.”
갈릴리의 작은 사람들은, 가난 때문에 천한 직업에 종사했고 그것을 대물림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직업상의 이유로 율법을 지킬 수 없었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굶주리며 사는 것도 힘든데 거기다가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까지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정신병이나 귀신들림이 많았고 온갖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예수는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을 용서해주었고, 병을 고쳐주었습니다. 마가복음 2장의 중풍병자 치유 이야기에서 예수는 치유의 말씀 대신에 “네 죄가 용서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율법학자들은 하나님 한 분밖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느냐면서, 예수를 신성모독 죄로 걸고넘어졌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의 종교의식을 관장하는 주체였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죄를 용서받기 위해 드리는 온갖 종류의 속죄제사와 제물들을 관장하면서 이권들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정한 까다로운 규정에 따르면 죄책감을 갖지 않을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그들은 그 죄를 씻기 위해서 부단히 제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리 속죄제물을 드려도, 돌아서면 다시 죄에 사로잡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수염이 깎아도 자라듯이, 죽순이 잘라도 자라나듯이, 그들의 죄의식은 매일의 회개나 속죄제사로는 없앨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목이 너무 마른데, 성전 제사장들이 그들에게 제공하는 사죄의 물은 감질나는 한 방울, 또는 한 숟가락의 물이었습니다.
예수는 그런 감질나는 물 대신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을 주었고, 그것을 마신 사람들의 배에서 생수가 솟아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7:37-38에서 예수는,“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의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중물의 원리와 같습니다. 마중물은, 펌프로 땅 속의 물을 퍼 올릴 때, 먼저 펌프에 붓는 한 바가지의 물입니다. 땅 속에는 물이 무진장하게 있지만 그 한 바가지 물이 없으면 그것을 퍼 올릴 수가 없습니다. 갈릴리의 작은 사람들은 자기들 속에 생수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자기들 속에는 선한 것은 없고 죄만 가득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철저히 그렇게 세뇌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들 속에 선함이 있는 것을 보셨고, 생수가 지하수처럼 무궁무진하게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다만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그것을 퍼올릴 한 바가지의 물이 없어서 목마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는 자기 자신이 친히 그들에게 한 바가지 마중물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들 속에서 생수가 솟아나게 하였습니다. 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예수께서 주시는 빵을 배부르게 먹었을 때, 이제 그들의 손에서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빵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게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이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최근에 <트와일라잇>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흡혈귀 이야기였습니다. 옛날 드라큐라는 끔찍한 이미지이지만, <트와일라잇>의 주인공은 미남일 뿐 아니라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존재입니다. 여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이 흡혈귀인 것을 모르고 사랑하게 되지만, 나중에 그가 흡혈귀라는 걸 알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왜 흡혈귀나 늑대인간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서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일까요? 흡혈귀는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빨아먹으면서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영생불사하는 그런 존재의 상징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존재를 그리워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그리움, 좀 더 강해지고 싶고 젊어지고 싶은 욕망, 나아가서 강한 존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그 강한 존재가 되는 어떤 신비주의의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죄에서 해방되고, 존재와 합일하는 신비한 체험은 예수께서 “나를 먹어라”하고 자기를 내줄 때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건강하게 충족되지 않을 때,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이런 흡혈귀에 대한 욕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원시인들의 토템식사에서도 이미 나타난 바가 있습니다. 그런 이론에 따르면, 원시 사회에서 독점적 지위를 아버지가 가졌고, 아들들이 연합하여 그 아버지를 살해한 후에 자식들은 한없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버지를 상징하는 동물을 토템으로 정해서 숭배함으로써 그 죄를 씻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 년에 한번은 그 짐승을 잡아먹음으로써 아버지의 힘을 자기 힘으로 삼으려 하였다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기독교의 성만찬 역시 그런 토템식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즉 십자가에 희생당한 예수의 살과 피를 먹음으로써 그들이 예수의 능력에 동참하고 예수가 그들 안에 있게 하려고 하는 의미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해석은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사도신경이나 어떤 교리를 외우고 머리로 믿는다고 하는 형식적인 신앙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차라리 토템식사를 했던 원시인들이 어쩌면 성만찬의 진실에 더 가까이 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흡혈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영적인 허기를 잘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대부분 이런 영적인 허기를 갖고 살고 있습니다. 죄의식과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늘 불안을 갖고 있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갖고 삽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어릴 때 너무 못 먹어서 키가 안 컸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부모가 뒷받침을 해주지 않아서, 공부를 못해서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탄합니다. 어떤 사람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또는 어릴 때 학대를 받아서 자기 성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늘 자신은 회개해야 할 죄가 많다고 하고, 부단히 자기는 영적인 전투를 하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예수를 믿는다고 수시로 고백을 하고, 또 열심히 기도하고, 예배에도 열심히 참석합니다. 하지만, 채워지지는 않는 어떤 허기를 늘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종교인으로서는 참으로 모범적입니다. 그렇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조금씩 죄의식이 해소되기는 하지만, 돌아서면 또 다시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예수는 죄를 씻어주는 분이 아니라, 죄를 생산해내는 분이고, 부단히 죄책감을 양산하는 분이 됩니다. 예수 때문에 늘 죄의식 속에서 살아가고, 예수 때문에 늘 욕망을 꺾으려 하고, 자기를 정죄하고, 예수 때문에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서 살아갑니다. 그것을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나를 대상으로 종교생활을 하지 말고, 날 먹어라, 날 마셔라. 그래서 날 살아라. 나는 너의 속에서 살고 싶다. 네가 나를 대신 살아라.”“나는 너의 빚을 한꺼번에 다 탕감해 주었다. 그런데 왜 너는 자꾸 내게 다시 와서 일수를 찍겠다고 하느냐. 난 너하고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 않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죄를 짓고 있다는 느낌, 어린 시절이나 과거에 잘못 출발했다는 느낌에서 해방되어라. 나는 나 자신을 너의 음식으로 내 줄 정도로 너를 사랑한다. 하나님과 분리된다고 의식하지 말아라. 하나님은 네 안에 계시다.”
인자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면, 예수가 내 속에 와서 살 뿐 아니라, 내가 예수 안에서 살게 됩니다. 즉 나를 대신해서 사는 예수도 중요하지만, 예수는 나 자신도 예수 안에 있도록 존중해주신다는 것입니다. 빛나는 전통이나 사명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나의 삶도 중요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늘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강제로 하거나 억지로 하거나 부채감을 갖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배고픈 아이가 엄마 젖을 먹듯이, 허기진 우리가 예수를 실컷 먹으면 됩니다. 나의 허기가 무엇인지 발견하면 됩니다. 그때에 우린 예수를 먹게 되고, 그와 합일이 됩니다. 그의 욕망이 나의 욕망이 되고, 나의 욕망이 그의 욕망이 되는 신비 속에서 죄는 우리 곁에 얼씬도 하지 못합니다
민들레성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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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를 먹는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