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많지만 저는 주로 정릉에서 대성문을 오른 후 갑니다.
백운대에 오르는 제일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우이동 도선사에서 가는 길입니다만 산에 오른다하여 꼭 백운대같은 산 정상을 밟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능선에 올라 이리 저리 다니며 산 아래나 산 기슭들의 풍취에 취하다 내려오는 것도 산에 안기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어느 방법이던 저의 산행길의 많은 부분은 정릉에서 시작합니다.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북한산(정릉 탐방소)로 가는 버스가 저희집 부근에 있어서 그렇구요.
그 다음에는 정릉에서 대성문 아래 있는 영취사(조계종)를 거쳐 올라가는 길이 좋기때문에 그렇습니다.
대성문으로 가려면 영추사 마당을 통해 영취사 뒷 오르막길을 따라 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취사는 등산객들을 위하여 마당에 전기로 한약차를 끓여 보온시키는 대형 스테인리스 물통과 다량의 물컵(과 컵홀더) 등을 준비해 두어 아무나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요즘같이 추운날에 영취사의 한약차는 은총의 하나라는 생각까지 더욱 듭니다. 절 마당 모퉁이에 쉼터 자리를 마련해주며 거기서 한약차도 무료로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해 주는 영취사를 보면 과연 영취사야말로 절중의 절로 생각듭니다.
영취사 부근까지 이르면 나무아미타불을 노래하는 찬불가가 스피커를 타고 은은이 들려나오는데 우리 창미사의 기리에(주여 자비를 베푸소서)와 흡사한 가락입니다만 제게는 훨씬 더 감미롭게 귓가를 울립니다. 그 가락을 들으며 산을 오르다보면 제 입에서도 "나무아미타불"을 따라 노래하려는 충동이 입니다.
그 나무아미타불 가락을 들으며 걷다가 그 가락에 "기리에(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가사를 붙여 흥얼거려 봅니다. 그 가락이 "기리에" 가사에도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그 가락을 기본으로 "기리에, 대영광송..."등의 가락도 만들어 봅니다. 슬쩍 곡을 표절하여 청미사곡을 (개인적으로) 만들어볼까하는 염치없는 생각도 들곤합니다만... 그런 류의 가락으로 만든 창미사곡을 들어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등산객에게 한약차만 무료로 시주하는 것이 아니라 산동물들에게도 시주함을 산에서 내려오다가 발견하였습니다.
영취사 뒷길 내리막을 내려오다가 영취사의 뒷마당이 눈에 띄었는데 거기에는 불씨가 아직 다 사그러지지않은 나무재들이 있는 아주 작은 소각장(차라리 등산객들이 곁불이라도 쬐다 가리는 의미에서 만들어 놓은 것 처럼 아주 작은 소각장) 옆 마당 모퉁이에 골라놓은 음식물 찌꺼기들을 놓아둔 깔끔한 장소도 함께 있었는데 거기에 까치며 참새며 산새들이 모여들어 음식물을 쪼아먹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저렇듯 모든 생명체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직접 실천하면서 살아가야한다라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영취사는 그렇게 묵묵히 실천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영하 십수도를 넘는 혹한속에서 몸은 추워 얼어붙어도 영취사에서 등산객들을 위하여 준비해둔 한약차를 마시다보면 온 몸이 녹아내립니다. 몸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녹아내리는 듯 합니다.
영취사를 뒤로하고 나무아미타불 가락에 "기리에" 가사를 붙여 흥얼대며 산을 내려옵니다. 영취사에 몸붙여 살고 또한 잠시라도 머무르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합니다.
영취사같은 종교 시설을 각처에서 많이 보기를 바래봅니다.
영취사 주지스님과 영취사의 가족들 모두에게 하느님의 대자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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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