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기 싫어 다른 곳으로 가면 그때마다 "학교 안가니?"
하는 글자를 만나곤 하였다는 어느 동화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결국 학교에 갔다나요?
오늘이 성금요일인지도 모르고 출근하여 점심시간이 다가와 직원끼리 "외식할까?, 구내식당 메뉴도 좋더구먼 추운데 멀리까지 갈 필요야..."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구내식당으로 결정, 일찌감치 그리로 직행하였습니다. 햄, 소세지등의 재료로 만든 찌개에다가 떡갈비, 통감자 구이 등등이 메뉴였습니다.
이것 저것 담아 직원끼리 같은 식탁에 앉았습니다. 제가 숟가락으로 뚝배기안의 찌개를 휘젓다가 불현히 "아 오늘은 성금요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숟가락은 그 자리에서 머물렀고 망설이는데요...
(이걸 안 먹으면 음식물쓰레기로 될 것이고... 먹으면 주님께서 못박히신 날인데...단식은 못하여도 성의껏 금육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여~~@@ 하는)
"왜 안드시는 거예요? 찌개가 맛이 없어요?"
"아녀 불현듯 오늘이 성금요일인게 떠 올랐네.."
"성금요일이면 성금요일이지 그게 왜 목으로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는거예요?"
물어보는 직원은 개신교 신자로써 밥 먹기전에는 머리통을 푹 숙인채 열심히 기도를 하지만
식사 후에는 뒤도 안돌아보며 뒤끝 없이 식탁에서 일어서는 동료인데요. 하여 달리 설명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감기 약도 먹고 직장인이고 그러니 관면은 충분히 되는거겠지~~@@
애써 생각하며 식사를 하고자 했지만 결국 반도 먹지 못했습니다.
(뭐~~우리 주님은 부활하시어 언제나 하느님 오른편에 계시니 오늘의 저를 이해해 주실거야)
라며 점심식사 시간을 마쳤습니다.
서너시쯤이 되었을까요? 허벅지가 근질근질거리고요~~종아리 부근도 근질거리네요...그래서 지저분하게 보이지만 좀 긁다가 안되겠다싶어 내과에 들렸더니 "두드러기"가 생겼답니다. "어? 오후에 별다른 것을 먹지 않았는데 왜 그러죠?" 처방해준 약을 지어 한봉지를 얼른 먹고 나니 얼마후 부터는 소양증이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퇴근하여 집에 오니 우리 착한 대자가 별일로 닭도리탕을 만들고 있더라구요.
저는 지난 구제역 사건때 무더기로 파묻힌 가축들이 떠올라 돼지 고기도 그렇지만 닭고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게되었는데(그 후 주로 채식 위주로 식사를하였습니다.) 그래도 대자가 정성껏 만들어 주는 닭도리탕인데요. 점심을 시원찮게 먹어 배도 고프고 하여 얼른 식탁에 앉았습니다.~~@@ 그릇에 담긴 닭도리탕을 보다가 또다시 불현듯 !!! 오늘이 성금요일이었지??? 라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오후때도 이러다가 벌받아 두드러기 걸려놓고도....)
"대자는 오늘이 성금요일인지 몰라서 닭도리탕 했겠지?"
"나야 약먹는 환자니까 관면의 대상인데 뭘 그런 것 생각해?"
"~~@@ 그려 그려 우린 환자지 주님께 감사드리고 맛있게 먹자구... 고마버~~"
이렇게 성금요일은 간단히 지나갔습니다.
단식은 커녕 금육도 무시하고 두번이나 육식으로 배를 채웠던 성금요일의 신자들의 의무사항에 대해서는
자정에 잠이 들은 순간부터 완전히 지워졌습니다.
성토요일입니다. 4월 5일 한식때 성묘를 못하였으므로 산소에 들리기로 하였습니다.
그후 성야미사에 참여하고 내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산에 오르면??~~알렐루야! 즐거운 부활절이 되겠지요.
산소에 가서 고이 잠들어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우리 제키를 깨워 생전에 즐겨하셨(였)던 소주며, 커피며, 녹차등을 드렸습니다. 성가도 몇곡을 불러드렸습니다. 주변에 성묘오신 다른 분들 생각해서 아주 나즈막하게 성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예전에 자주 들렀던 모모 순내국집입니다.
대자는 고기를 듬뿍넣은 순대국, 저는 순대만 들은 순대국을 시켜먹었습니다.
오늘은 성묘갈때나 돌아올 때 차도 별로 밀리지않아 비교적 일찍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즐거운 성토요일이라 할까요?
우리 재키 (동물병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목욕을 시키는데 데리고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키와 외출하기전 우선 지갑을 챙겼는데... 있어야 할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이 없는 겁니다.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요... 집안을 다 찾아보아도 지갑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었던 순대국집에??? 그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한 영수증에는 영업소의 전화번호가 적혀있거던요~~@@)
아! 그 집에서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는다는 것이 그냥 흘려버린 것 같았고 그걸 어느 착한 손님이 주어 카운터에 맡겨두었다 하네요... 그리고 24시간 내내 영업하니까 찾으러 오라고 합니다. 어째 그 식당을 나선 후 운전석에 앉았어도 여느때처럼 제 한쪽 엉덩이가 지갑으로 불편하지 않았음을 느꼈지만... 그 때는 왜 그런지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시간 내내 차안에 홀로 남겨져 있었던 재키를 위로해 주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을 겁니다.
저녁을 먹고 그리로 향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부활성야미사 드리러 갈 준비를하였겠지요.
오늘은 부모님 산소를 두번 다녀옵니다. 물론 오밤중의 산소행은 효도가 아니라 잃어버린 지갑찾으러 산소 근방에 소재한 순대국 집이지만...
부활도 하시기전에 성금요일이 지났다하며 고기를 가득히넣은 순대국, 순대만 넣은 순대국... 운운하며 육신의 요구에 놀아났으니...이런 사단이 벌어졌으리라 즉각적으로 추정합니다만. 하여 오늘밤은 부활성야미사... 내일은 즐거운 부활절 특별 기념으로 백운대 등정이란 게획은 여지없이 깨어졌습니다.
오늘 부활성야미사 못드렸으니 할수없이 내일 주님부할대축일 교중미사에 참여하여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올 성삼일은 제겐 완전 난장판이 되었네요. 그래도 이쯤에서 끝난 것을 은총으로 생각합니다.
두르러기 대신 식중독이었다면.... 지갑을 아예 잃어버렸다면.... 제가 아직까지도 얼마나 억울해 하였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저는 지은 죄에 비하여(교리 지침을 어긴 율법적인 죄라기 보다는 주님을 사랑한다면서도 제 욱신적인 욕심에 더 충실하였던 욕심) 벌이 가벼워 오히려 부활하신 주님을 즐거운 마음으로 더 다정히 다아가 뵈올 수 있겠습니다. 학교 안가는 아이에게 학교 안가니? 라고 누가 물어 볼겁니다. 그러면 제게는 "금육은 안하니?"라 말로 들릴 겁니다.
부활대축일 교중미사에서 장엄축복을 받고 집에 갑니다.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경배하고 기뻐합니다.
모두 우리 부활을 고대하며 살아가는 기쁜 나날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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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 안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