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겨울로 들어서면서 근심이 좀 생겼습니다.
평소에는 지나치던가 혹은 깊이 생각을 하지않았는데 점차 추워지고
거기에다가 겨울비나 눈이 내릴때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다름이아니라 아기 고양이가 생각나서입니다.
얼마전까지만하더라도 아기 고양이가 보일때엔 엄마고양이도 보였지만 어느날부터 엄마 고양이는보이지않고
아기 고양이만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기 고양이는 잘 자라줘서 이제는 제법 커보였지만 그래도 기껏해야
5개월안팍정도 되지 않은터라 아무래도 홀로 살아가는데 많은 애로점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것이 비가 오면 어디에 있을까.....
오후에는 어디서 무얼할까....
추운날에는 어떻게 지낼까...." 등등
밤에 먹이를 주러 나가면 어느새 나타나 제 뒤를 따라오고
밥을 다 먹은 후에도 제가 보이면 이지 저리 저를 따라다니곤하다가
제가 아파트 현관안으로 들어가면 현관 유리문앞에까지 따라와 앉아
제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곤합니다.
생각같아서는 안고 집으로 들어오고 싶었으나 이 녀석은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곤하여도 잡히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 생각도 집안에 갇혀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정원에서 숨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기도 합니다만.
우리 아파트는 지상 1층이라하여도 베란다 부분은 지상과 이어지지 않고 지상과
베란다사이에 공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베란다바닥 부분은 지상위에 마치 처마처럼 떠있는 꼴이며 하여 베란다 아래
지상부분은비나 눈이 내려도 젖지않습니다. 더욱이 1층 세대의 에어콘 실외기가 베란다 밖 땅바닥에 설치된 경우에는 실외기 안쪽은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며 더욱이 그 앞면에는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베란다 밑의 지상 공간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공간의 안 벽은 지하 주차장의 작은 창문들이 있으며 특정 창문을 통하여 지하
주차장을 환기시켜주는 환기통이 설치되어 지상과 1층 베란다바닥 중간쯤으로 길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밤에 먹이를 한번 더 내주고 외출을 할까하여 밖으로 나오니 눈이 몹시
내립니다..
저녁에 내 놓은 먹이는 벌써 다 먹었는지 빈 그릇에 눈만 쌓여있어 빈 그릇을 들고
혹시 아기 고양이가 나와 있지나 않는지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우리동 옆동 아파트 1층 베란다 밑에서 눈을 피한채 아기 고양이가 저를 바라다보고
있는거였습니다.
그 모습에 얼마나 기뻤던지 저는
먹이를 그릇에 담아 아기 고양이가 눈을 피해 앉아있는 그 베란다 아래
설치된 실외기 안쪽에다 넣어주었습니다.
이러는 동안 아기 고양이는 어느 틈에 나무를 타는 법도 배웠는지 나무 가지가 셋으로
갈라진 부분까지 올라가 저를 바라보다가 다시 실외기안쪽으로 들어와 먹이를 먹는 거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놈이 도대체 어디에서 몸을 의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고픈 마음이 들어 눈을
맞으면서 우리 동 현관쪽으로 가자 이 놈도 얼마후 주위의 정원들을 거쳐 우리 동 아파트
현관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그놈에게 다가가자 아기고양이는 재빠르게 건너편 정원으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눈은 더욱 심하게 내립니다.
저는 먹이를 내 놓는 정원 덤불로 다시 갔습니다..
눈이 내리면서 일부는 녹으니 아기 고양이도
축축한 것을 좋아할리가 없어그런지 제가 있는 덤불쪽으로 달려오다가 다시 재빠르게 우리 아파트 현관 옆에
붙은 정원의 덤불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를 살펴보니 보이지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현관 옆 1층 베란다밑 구석지에 있나 하여 살펴보았는데 어두워서 그런지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현관앞으로 올라와서 1층 베란다 밑의 잘 살펴보았더니
아기고양이는 내력벽 안으로 이어져있는 지하주차장 환기통위에 앉아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은 눈에 잘 띄이지않는 곳이었습니다.
더욱이 지하 주차장의 환기통은 지하주차장의 더운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것이기에 아마도 분명히
따스한 온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 옆에는 1층 세대에서 설치한 에어콘 실외기도 옆에 있고 앞에는 정원용 덤불나무들과 키큰 나무들이
있어 평상시에도 몸을 숨기기에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태어난지 몇개월도 안된 어린 고양이지만 자신을 최소한도 보호할만 곳에 있음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옆동 아파트의 정원에 둘러쌓인 1층 베란다 실외기안에 갖다놓은 먹이그릇을 우리 동
현관 옆 아기 고양이가 은신해 있는 곳에 있는 실외기 안쪽에다 다시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아기 고양이는 유심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눈이 워낙 많이 내려 은신처인 환기통위에 붙어서 이젠 꼼짝을 하지않고
있지만 그나마 근심거리가 풀렸습니다.
다른 고아동물들도 눈이나 비가 내리면 이렇게 자기들을 최소한 보호할수있는 곳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더욱이 눈이나 비가 내려 먹이를 제대로 줄수없는 경우에는 은신처에다 먹이
그릇을 놓아두면 굶주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기뻐집니다.
다른 고아동물들에게도 그렇지만 이 아기 고양이는 사료먹이들을 먹을수있을때부터 제가 준
사료를 먹고자라 저를 잘 따르고 하여 특히 더 신경이 쓰입니다.
다음에는 목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걸이를 하나 준비하여 제 전화번호를 적은
스티커를 부착하여 아기고양이 목에 걸어줘야겠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살펴볼수
있도록.
그런데 함께 오던 엄마 고양이와 다른 고양이는 왜 오질 않는걸까?
새로 나타난 한마리의 큰 검은 고양이 때문일까요???
(저에게 밥먹으러 오는 고양이는 4~5마리 정도였는데
근래에는 새로 나타난 검은 고양이 포함 3마리 정도가 눈에 보입니다.
견공들도 2마리가 간혹 눈에 띄이기도 하며.
그럼에도 아기 고양이가 거친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확인하여
오늘은 카페에 술 한잔하러 나가지 못했어도 무척 기쁜 밤이 되었습니다.
눈이 어서 개어야
할텐데요......
제목: 마음의 근심거리가 풀리는 눈내리는 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