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비켜갈수있는 사람은 없구나...요즘 제가 느끼는 생각입니다..
갓 결혼 했을때 시어머님은 50대 중반 이셨지요..
그때 그분의 유난히 뛰어나셨던 미모는 절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구요..
당시 이십대의 제가 생각할수 있었던 여자 오십대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거든요.. 너무나 손색없는 미인 이셨으니까요..
" 난 너무 예쁜여자는 싫다..그런 여자 며느리 삼으면 집안이
시끄럽다..그저 보기싫지 않을 정도면 돼..근데 다른건 모르겠는데
너 참 영리하게 생겼다.. 잘할수 있겠니..?"
전 그때 순전히 예쁘지 않아서 1차 통과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첫만남에서 어머님은 참 모순된 말씀을하고 계셨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당신께선 그토록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도 집안을 무난히
잘 이끌어 오셨음에도 예쁜여자에 대한 좋지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것입니다.
어쨌든 첫만남에서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던 어머님의 외모는 마치
흐르는 세월과는 무관한것처럼 7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고운 흔적을
남겨두고 있더라구요..
그러나 여든이 가까워오면서 눈에띄게 왜소해져가는 골격과함께
거스럴수없는 세월의 무게는 그분의 몸전체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뵐때면 옆에서 제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계심을
느낌니다...그 시선이 예전과는 달리 차겁지만은 않았구요..
그러나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벌어진 간격들이 나를 여전히
힘들게 합니다.
며칠전 잠깐 만나 뵈었을때 당신의 외로움을 토로 합니다..
자식들 앞에 당당하게 군림하던 좋은 시절은 다 가버렸는지...
지금은 홀로 남겨져 있습니다..
모두가 그분곁을 떠나고..아무도 가까이 오려하지 않습니다..
만 10년을 함께했었지요...
다시 그시간을 재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이런 마음과는 상관없는... 간절한 바램을 담은 그분의 눈빛을
마주하지않으려고 시선을 돌립니다
약해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어 봅니다..
"어머님..제가 이토록 필요할줄은 예전엔 정말 모르셨나요..??"
주님과의 약속을 기억 합니다..
또다시 흔들리는 연약한 나를 붙들어 주시기를...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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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을 통하여 밖을 바라볼때가 있습니다.
허리가 휘고 몸이 몹씨 마른 할아버지 한분이 오늘도 페지를
수거하기 위해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며칠전 차가 지나다니는 길옆에 힘없이 한참을 앉아계시더라구요..
마침 그 옆에서 따끈한 호박빵을 팔고 있기에 한덩이를 사서
그분께 갖다 드렸습니다..
"할아버지 왜 이렇게 여기 오래 앉아 계세요..먼지도 많은데...
이거 식기전에 드세요.."
그분은 빵을 품속에 넣고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로 가시더군요..
아마 집으로 가시는것 같았습니다..
색깔이 바랜 나뭇잎들은 하나둘 떨어져가고 ...
그 잎들이 쌓여져가는 길목에 외로운 노인 한분이 서성 입니다..
울컥 눈물이 나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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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없이 한 행위에 대해서 딸이 일침을 가할때가 있습니다..
"일시적 동정과 선행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라는 것이 딸의 생각이었지요..
엄마의 즉흥적인 동정심에서 비롯된 행위가 그 대상에게는
상처가 될수도 있다라는 겁니다.
예를들면 신체 장애자를 볼때도 그들이 우리의 연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보통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바라보되 불편한것은 도와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들이 상처받는 이유가 우리가 그들을 향해 갖는 연민 때문일수도
있다는....
할아버지께 빵을 드린 엄마의 행위가 잘못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에서 단지 일시적 동정심에 의한
엄마의 행위는 이기적인 자기 만족일 뿐이며,
할아버지가 상처받지 않았다고 확신할수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딸을 통해 동정심과 진정한 나눔의 차이를 생각하는
하루 였습니다..
지극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구요..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있군요...젖은 바닥위로 떨어진 낙엽들을
바라봅니다... 가을이 끝나가고 있네요..
제목: 세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