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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은 둥글다.

각도와 강도를 달리하여 가해지는 인간의 근력(筋力)은 이 둥근 것을 통해 방향과 속도로만 전환된다. 이때 공은 다른 일체의 것을 소멸시키고 오직 물리의 법칙만을 드러낸다.

이 완벽한 객관물(客觀物)의 점유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면 인간의 개별 열망은 둥근 구형에 수용되어 유형화된다.

공에 가해진 인간의 물리력은 점과 점의 연결로 그라운드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는데 그 궤적의 총화로서의 공의 위치는 모순된 열망의 대립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미세한 점들의 각각은 공속에 녹아 양진영의 공방을 내포한 채 대립한다. 이편저편의 수세와 공세가 수도 없이 교차되어 부딪히면서 인간의 욕망 또한 공의 궤적을 따라 풀밭 위를 굴러다니며 양분되는 것이다.

축구를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은 분명하고 단순하다.

그 마음은 논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축구장에서 당신이 할 일은 어느 한편이 되어 소리 지르는 것뿐이다.

이 단순한 편 가르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소리 지르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는가.

이 열광의 스포츠는 우리에게 망각을 선사한다.

그것은 모든 인간들을 벌거벗게 만든다.

모든 위치와 입장을 잊게 한 채 벌거벗은 몸으로 사냥감을 쫓아다니던 저 수렵시대의 울창한 수목(樹木)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시의 시원성(始原性)에 닿아있는 이 공차기는 오늘날의 지역과 이념과 계층과 세대 간의 모든 갈등을 깡그리 잊게 한 채 오로지 풀밭 위의 공에 무섭도록 집중하게 만든다.

사회적 갈등이 크면 클수록 공을 통한 인간의 통합은 더욱 커져간다.

그래서 이 벌거벗은 통합은 서글프다.

그래도 잊어서 좋은 것이라면 잊자.

모든 것을 잊고 오직 ‘우리 편’에 서서 소리를 지르자.

대~한민국 짜작짝짝 .......

왕수님의 블로그 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