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죽지않는다. 네가 얼마나 독한 녀석인데 이까짓 병으로 죽는단 말이냐?" 라며 병상에 누워있는 저를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가진것을 알았을 때 절망적이었다. 그렇지않아도 먼저 태어난 네형들 누이들에게도 먹을 것 입힐 것이 마땅치않아 언제나 힘겨웠는데....너까지 가졌다니...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너를 지워버릴려고 쉬지않고 모든 짓을 다하였다. 내가 죽지않을만큼 극약도 먹었었고... 언덕에서 내 몸을 굴러떨어지게 하였으나...너는 악착같이 내 태을 붙잡은채 버텨내어 네가 태어나고 자라났다. 그러니 어찌 이런 병으로 네가 죽겠는가...너는 죽지 않는다, 설사 죽는다해도 이제는 내가 너를 살려낼 것이니 염려하지 말아라...."
다른 형제자매들보다 어머니는 저를 더 소중히 대해주셨는데요...그런 과거가 있었다니... 하여 웃음이 나서 그냥 웃었습니다. 그리곤 어머니에게 일장훈시를 하였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하느님을 직접 뵈며 사는 거고, 안죽는다는 것은 이승에서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사는 거라요.. 하여 죽는다는 건 내사전에 없다니까...엄마나 몸 조심해여..."
이런 제 몰골을 보고는 친구들은 뒤에서 "정말 쟤가 죽는거니?"하며 웅성거렸고 복학 후 대학생활 내내 같이 붙어다녔던 후배 하나는 "형은 이제 곧 죽겠네~~@@" 하며 울먹이기도 하다라구요. 이런 발칙한 눔!!!
그때이래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어머니,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저보고 "형은 이제 곧 죽겠구먼" 하며 울먹이단 후배는 제게 대세를 받고는 십여년전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주님의 십자가를 보면서 잘 참아라... 주님의 고통에 참여하니 기쁜 일이 아니니?" 라며 위로한다는 것은 삼가해야 할 일 입니다.
나자로 마을 신부님께서 그곳을 방문한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인데요... 방문온 교우들이 거기 사시는 나환우들을 위로한답시며 "자매<혹은 형제>님은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하느님과 함께 사신다니..." 하니까... 그 나환우께서 "그렇게 좋아보이신다면 자매님이 우리처럼 되서 아곳에서 한번이라도 살아보세요. 저는 단 한시간이라도 다른 곳을 자유롭게 다녀보았으면 원이 없겠구먼요..."하였다는 일화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시사하는 점이 매우 커 보입니다.
고통스러운 질병을 고치기 위하여 사람들은 어떤 일들도 할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떤 할아버지의 경우 젊어서는 성당에 열심하셨다는데 나이가 들어 힘겨운 병을 얻은 후엔 그것을 고치고자 (당시는 의학도 그리 발전한 시대가 아니었고 비용도 만만찮았기에...?) 안 다녀본데가 없었다 합니다.
신통력이 있는 무당은 물론 한때 우리 사회를 풍미하였던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낙인된 목사... 이를테면 전도관같은 곳도 찾아가고 하였건만(전도관 교주-박목사의 경우 그분의 발씻은 물을 먹고 병도 나았다는 등... 그 교주에 대한 이적사화?가 즐비하였다거던요...) 그 할아버지의 병은 고치지 못하였고 결국 고통안에서 돌아가셨다 합니다.
지긋지긋한 병을 고치고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분들이 어찌 그 할아버지뿐이겠습니까?
오늘날에도 병원의 문턱이 높아 동네 의원도 자주 갈 수 없는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런지 모르겠지만 설사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려도 제대로 질병이 고쳐지지 않은 사람들은 능력이 있다는? 철야기도회를 찾아가기도 하고 개신교 기도원을 기웃거리기도 할 것입니다. 그분들이 뭐 광신에 빠져서만 그런데 갈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그분들이 겪는 고통은 실오라기만큼도 이해 못하면서 광신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저는 몇개월을 넘기지 못하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듣곤하였으나 병원 퇴원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별 아쉬운 것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입원 중 저에 대하여 수근거리는 말을 듣고.... 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자 담담하게 담당의사에게...(이승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라며 물어보자 뜻밖에도 담당의사는 "준비는 뭔 준비요? 하느님만이 알수있는 것을 내가 어찌 알려준다요? 나는 하느님이 당신을 고쳐시길 바라며 치료할 뿐 입니다." 합니다.
어느날 제 병실에 어느 젊은 의사 한분이 오시어 제게 위로의 말씀과 기도를 해 주시곤 제 옷에 기적의 메달을 하나 달아 주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전구해 주실 거니까 힘네세요..." 그 젊은 의사는 현재 제주교구장이신 강우일주교님의 동생분이라 원목 수녀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누가 보아도 절망에 빠졌음을 알 수 있는 제가 다시 일어서서 잃었던 건강을 찾고 직장생활을 할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제가 입원한 그 달부터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까지 매월 한번씩 미사를 봉헌해 주셨고 자나깨나 기도로 사셨습니다.
이런 은총안에서 저는 단시일 안에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간혹 "태중의 저를 어떻게 하시고자모든 짓을 다 하셨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나면 웃음이 납니다. "병 주시고 약 주시네... 우리 엄마는~~@@"라는 생각도 함께 떠오르며...
어머니가 제 곁에서 말씀하신 후 긴 세월이 흘렀지만 흐른 것은 시간 뿐 입니다. 변한 것은 없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나 있기전이나 떠나왔을 때나 여전히 저는 저며 또한 제 옷이 깨끗할 때나 더러울 때나 한결같이 주님께 의탁하니 말입니다.
사실 "죽음의 골짜기를 힘겹게 건너왔다"면 "저는 성인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되었어야 하는데요.... 저는 전혀 변하게 없으니" 하느님을 뵈며 사시는 우리 어머니는 말할 것 없고 은총을 베푸시는 우리 주님의 가슴이 미어터지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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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때 어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