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덮기 전 내부 모습)
인고의 세월을 지켜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깊은 고통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쨘해지며 아련해집니다.
지난해 초였는지 아니면 지지난해 여름이이었는지 어느날 불쑥 모습을 드러낸 비교적 덩치가 큰 누런 고양이 한마리가 밥먹으러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동 앞 아파트동 마당을 지나 길을 건넌 후 물과 사료 그릇이 있는 철쭉 정원으로 들어오는 거였습니다.
집에서 자라다가 집을 나와 그만 길고양이로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고양이의 모습에서 겪어온 깊은 고통의 흔적이 얼굴에서 보입니다. 하여 그 고양이 얼굴을 볼때마다 마음이 쨘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 고양이의 행동은 비교적 늠름하였고 여유가 있어보였습니다. 발목이 부러져 치료해 준 노랑아기고양이의 엄마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만 노랑아기고양이는 이 고양이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보였니다.
노랑아기고양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한번 더 언급할 사연이 있어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추위가 다가오자 누런 고양이(누렁이라 호칭함)는 제가 만들어준 노랑아기고양이 집 근방에서 얼쩡거리기도 하고 더 추워질때엔 아파트 마당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난 지하차고 출입문으로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에게도 겨울철 잘 나라고 건사료외에 고양이용 참치통조림이나 고등어 통조림 치킨통조림 등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비둘기나 까치 눈에 잘 띄지않는 곳에 놔두면 용케 잘 찾아먹어 고맙기조차 합니다.
며칠전 추운날 새벽 다른 날과 다름없이 뜨거운 물과 사료를 가지고 마당으로 나와보니 이 녀석이 사료를 먹고있었습니다. 옆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더니 사료를 다 먹은 후 물을 한참 먹는 거였습니다. 추울때에는 더운 물을 많아 먹는 것을 보아왔기에 제가 힘들어도 저녁, 한밤(제가 잠자리 들기전), 새벽 이렇게 새번 사료를 점검하고 뜨거운 물을 가져다 줍니다.
이 녀석이 물을 더 먹더니만 우리 동 3-4라인(우리 집은 1-2라인 15층임) 1층 베란다 밑 1층 4호 아주머니가 화초 정리하면서 베란다 밑에 넣어둔 잡다한 물건 들 중 큰 화분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는거였습니다.
화분의 흙도 얼어붙었을텐데요...그래도 그나마 바람을 막을수 있을 것 같아 그런걸까요? 제가 후라쉬를 비추면서 "추운데 지하차고로 내려가라" 라고 말을 해 주었는데요... 제 말을 알아들었다기보다는 후라쉬 불빛이 싫어서인지 화분 밖으로 나와 지하차고로 내려가는 출입문이 있는 마당쪽으로 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이 아롱거려 오전 내내 고심하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길고양이 집을 박스로 만들어(고양이는 박스등을 아주 좋아합니다.) 적당한 곳에 숨겨주고자 결심하였습니다. 노랑아기고양이 집처럼... 우선 박스 아래에서 습기를 올라오지않도록 두꺼운 책들을 비닐봉지에 싸서 구둘을 깔았고(그러면 박스도 힘을 받아 잘 고정되어 질 것입니다.) 그 위에는 스티로풀을 잘게 쪼개 덮었으며,
박스의 3면(고양이가 들락거릴 출입구을 내 주는 면은 일부만)은 얇은 스티로풀 판을 박스 각각의 면의 크기와 맞도록 잘라 박스면에 붙여주고 다시 다른 박스를 고양이 집 박스 면 크기에 맞도록 잘라내어
3면에 붙여준 스티로풀 면에 다시 붙여주어 바람 등 한기가 쉽게 들어오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둘장처럼 잘게 부순 스티로풀 위에는 수건으로 그 위에 다시 두터운 솜 방석으로 잘 깔았고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폴라텍 무릅담요를 솜방석위에 잘 깔아주었습니다.
깔아줄 헌옷들이 마땅치않아 솜방석(3,800원)과 무릎 담요(2,000원)는 샀습니다. 박스는 스카치 테이프로 바닥면과 모서리 등을 두겹으로 붙여 외부에서 튀겨질 비나 눈에 견디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은 고양이 집을 어디에 둘까 고심하다가 노랑아기 고양이 집 부근에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 쪽이 햇빛도 잘들고 아이들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이 녀석이 집인줄 알아보고 들어가도록 고양이가 좋아하는 말린 풀을 구입해 주변에 뿌려주었는데요... 알아서 들어가 자신의 집으로 삼기를 바래 봅니다.
그리고 하나더 만들어 우리 아파트동 1층 베란다 밑에도 비교적 안전한 장소가 하나 발견되어 거기에도 하나 둘 작정입니다.
겨울철이 되면 집밖에는 그야말로 온기하나 없는데요
그래도 바람이나 추위를 피하고자 얼어붙은 화분안이나 1층 베란다밑에 간혹 구겨져있는 마대 등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얼마전에 본 블로그에서 "길고양이 집 만들어 주기"라는 내용은 여러모로 제게 용기를 줍니다. 그 블로그 주인장처럼 세상에는 과감하지만 섬세하게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동반자로 만들어준 동물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주님을 닮은 사람들이라 믿습니다.
유럽에서는 닭장에 키우는 닭(등의 가금류) 농장, 돼지등의 농장 등등의 농장들은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이 통과 되었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요원한 일로만 여겨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럽 못지않은 시설의 농장을 운용하는 곳이 있음에 그나마 다행으로 여깁니다. 모든 놓장들이 이렇게 되기를 올 꿈으로 꿔 볼 생각입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하느님의 창조물 모두가 낙원으로 돌아갈 때는 언제나 올런지...그래도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그리스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일체된 그리스도의 지체이므로 이 이름이 욕되지 않도록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투신하여야 할 것이구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서 실로 그리스도를 보고싶습니다. 저도 그리스도의 감각을 닮은 그리스도의 지체이길 소망합니다..
제목: 그리스도인에게서 그리스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