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로운 주말 오후
할인점에서는 팔지않는 케이블선이 좀 필요하여 제키를 데리고 철물점을 다녀오고자 하였습니다.
케이블선을 구입한 후 어차피 집밖이라 제키를 데리고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뒤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잠깐만 드릴 말씀이...."
"?..."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시는 것을 보아 동물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서....."
거기까지 듣는 순간 저는 이 아주머니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려면 배변 봉투를 가지고 다녀야한다" 라 하시는 줄로만 생각하였습니다.
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하려면 배변봉투를 가지고 다녀야 주위가 청결해 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좀 더 들으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저기 철책 안 축대가 끝난 정원 모퉁이를 자 보시면 개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짜증이 좀 났습니다.
"뭐던간에 할 일이 있다면 자기가 직접 좀 하지....." 하는 생각으로.
그러나 듣기는 계속 들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이야기 한 지점을 잘 보니 누렁이 한 마리가 나무 밑둥지옆에 웅크리고 누워있었습니다.
"저 개가 계속 저렇게 있네요.
죽은 것이 아닌가하여 가까이 가 봐도 그냥 그렇게 있드라구요.....
불쌍해서 밥과 물을 좀 가져다 주었는데.. 잘 먹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습니다.
안 그래도 퇴근 후 집에서의 일과가 분주한데
이 아주머니가
저 놈을 제게 맡기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철책 뒤로 그 놈이 있는 자리로 가 보았는데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본 제키가 그 개를 향해 짖기시작하자
그 개도 벌떡 일어나 경계하는 자세로 짖는데 몸이 무척 말랐으며
배가 등짝하고 붙은 것을 보니 먹을 것을 한동안은 제대로 못 먹었던 보였습니다.
그런데 짖기 위하여 일어 선 모습도
뒷 발을 엉거주춤 들고 있는 것이 뒷발을 다쳤거나 혹은 이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집은 여기가 아니지만 이 아파트 상가에 있는 마트에서 일하는데 아침에 우연히 쟤를 발견했어요.
저도 오다가다 쟤한테 신경을 좀 쓰겠지만 아저씨도 좀...."
"그러셔요... 신경을 써 보겠습니다..."
그런 후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왔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않고
바짝 마른채 나무 밑둥이에 웅크리고 있는 누렁이 모습만이 아롱거려
곧바로 제키 먹거리인 "노가리" 몇개와 사료에다가 물을 비닐 봉지에 담아 거기로 갔습니다.
그곳은 우리아파트동과 정 반대 위치에 있어 거리가 좀 멀었습니다.
누렁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까지가자 약간 경계를 하였지만 별 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만
물과 사료를 용기에다 부어주고,
그리고 노가리를 누렁이에게 보여주며
"먹어, 먹어 봐라"
"밥 먹어라" 라 몇번 말을 하였더니
누렁이는 경계를 하면서도 "부시시" 일어서서 사료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야간에 운동삼아 아파트동 전체를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만든 산책로를 산책한 후 누렁이가 있던 자리로 돌아와 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웅크려 있는 거였습니다.
사료는 많이 먹었고 노가리도 두어마리 먹어 보였습니다.
그 흔적에 안도심은 일었지만
그동안 가뭄이 계속되었다가 내일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온다는 뉴스가 또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내일 비올때까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사료와 물을 좀 더 보충해 주고
동물보호단체에 연락을 하고자 하였으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주일 오전 동물보호단체와 연락이 닿았지만
수용된 동물들이 많아 더 이상 수용할 수가 없으니 구청에다 신고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구청에다는 신고할 마음은 전혀 나지 않습니다.
구청에서 방치된 동물들(개, 고양이)등을 포획하여 보호함은 시한부이기 때문이지요.
한달정도 보호하다가 그 사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한달 기한이 찬 동물들은 모두 안락사를 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을 보호한다면서
주인이 한달이내에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니
이러한 발상 자체를 법으로 시행하다는 것은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도 듭니다만.
하여 버림받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구청 등에다 신고를 할 경우엔
그것은 바로 사형대기소로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구청에다 신고해 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안내는
이해는 가면서도 대단히 당혹스러운 거였습니다.
간만에 비가 무척 내린 늦가을의 다음날
아침 일찍 그자리엔 "없을 것이다"라는 추측을 가지고 가 보았습니다만
추측대로 누렁이는 당연히 그자리에 없었습니다.
누렁이가 웅크려있었던 그 자리엔 빗물이 아직도 흘건히 배인채 비어있었습니다.
매일밤
아파트 산책길을 산책하며 그 자리를 훔쳐봅니다.
누렁이가 다른 곳이라도 있을 만한 곳에 있지않나 하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누렁이는 보이지않았지만 혹시 그 자리에 오게되면 먹으라고 놓은 사료통와 물그릇은 내 놓는대로 버려졌는지 보이진 않고.
날씨는 점차 추워옵니다.
예전에 날씨가 추워지면 어머니가 겨울준비하느라 참 바빠 보였습니다만
지금 저로서는 겨울준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대신 다른 이웃들에 대하여 겨울준비를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수 없는 그러나 사람에게서 버려진 동물들이
올해엔 좀 더 쉽게 겨울을 날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 누렁이도 건강을 되찾아 잘 살아가길 바라며.....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생각하기가 싫지만 그래도...)
(2006. 가을)
제목: 저, 잠깐만 드릴 말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