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108동)마당을 지나 아파트 내 도로로 나가는 샛길을 지나는데 옆 철쭉 덤불에서 아주 희미하게 소리가 들렸습니다. 경험상 그것은 아기 고양이 소리같았습니다.
잘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그냥 재키와 앞산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지난해인가 제가 물과 사료들 들고 나왔을 때 검정색을 띄는 갈색 아기 고양이가 저만치 있고 철쭉 덤불옆에는 다 큰 검둥이가 배를 깔고 늘어져 있었습니다.
사료를 이 그릇 저 그릇으로 나눠놓으려하자 아기 고양이가 좋아라 그릇으로 달려들었는데 아기 고양이가 혼자와서 그런지 검둥이가 아가 고양이를 내쫓는 거였습니다. 달아나는 아기 고양이를 따라가면서 물면서 내 쫓아... 아기고양이는 울면서 쫓겨났는데 그 모습이 내내 가슴을 아프게 하였고 그 이후 검정갈색의 아기고양이는 잘 못본듯 합니다.(그 아가 고양이의 엄마는 누구였을까?)
검둥이 이놈이 괘씸하였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건너편 철쭉 덤불에서 얼핏 아기고양이인듯한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였는데 과연 며칠전 먹이와 물을 들고 나가서 사료를 그릇에 부어 주고 있는데 손 바닥만한 노란 아기 고양이가 사료를 놓아두는 덤불안에서 제게 올까말까하면서 저를 바라다 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녀석들은 다 어딜가고 혼자만 왔는지(고양이는 보통 한마리의 새끼만 낳지않기에) 생각과 더불어 다음부터는 아기고양이들을 위하여 아가고양이 전용 사료와 전연령 고양이 사료를 1:3의 비율로 섞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놈도 간혹 보고 있습니다.
재키와 산책을 다녀와 샛길 사이로 우리 아파트 마당으로 들어가려는데 노란 아기 고양이가 사료 덤불이 있는곳으로 가지 못하고 좀 떨어진 나무 밑에서 얼쩡거리고 있네요. 하여 자세히 보니 사료 그릇과 아기 고양이 중간쯤에 검둥이가 배를 깔고 누워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기고양이에게 "밥 먹으라"며 휘파람을 불았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움찔거리자 검둥이가 노란 아가고양이를 물려고 또 덮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순간 제가 검둥이에게 호통을 치니 검둥이는 작은 울타리를 너머 다른 울타리에 서서 저를 (원망스레이?~~)바라다 보더니 잠시 후에 자리를 떠났고 노란 아기고양이도 어디론지 잘 숨었습니다. 그리고 사료그릇쪽으로 좀 다가가 보니... 아..거기에는...좀 더 자란 검은 아가 고양이가 사료를 먹고있는 것 아니었겠습니까? 그 녀석은 다가오는 저를 보더니 무서운지 자리를 피하는 거였습니다....
그렇구먼...
재키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지만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노란 아가 고양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마음에 걸려 랜턴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이리 저리 찾아보니 노란 아기 고양이는 사료그릇에서 2~3미터 떨어진 재활용 옷 상자 뒤 나무 밑에서 숨은채 저를 바라다 보고 있더라구요.
사료 그릇을 들고 흔들면서 "밥을 먹어라" 하며 휘파람을 몇 차례 불어주었습니다.
그 이후 잠이 들때까지 여러 생각에 잠깁니다.
어떻하면 어미를 두고(혹은 잃고) 홀로 밥 먹으러 오는 아가 고양이들이 다 큰 고양이의 위협을 피해 안전하게 "밥을 먹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일단 아기 고양이가 물과 사료 그릇이 있는 루트를 잘 파악하여 덤불안에 군데 군데 작은 사료 그릇을 두어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하여야 겠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란 놈은 머리가 좀 나쁜지... 자기가 알고 있는 위치만 바라다보고 오기에 설사 그 주변에 먹이 릇이 있어도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그래도 오늘부터 아기 고양이들을 위하여 주변에 작은 사료 그릇들을 두어 군데 놓아 고양이들이 주로 피신해 있을 만한 덤불안에다 넣어 두겠습니다.
설마 비둘기나 까치들이 그것을 눈치채고 먼저 새치기 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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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이쿠 아가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