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산 기슭을 보강한 옹벽아래에서 어딘지 다쳐보여 한쪽 날개가 쳐진채로 앉아있는 비둘기 한마리를 보았습니다. 몹시도 힘드는듯 잡으려 하였더니 반항없이 쉽게 잡힙니다.
안보았으면 몰라도 그런 모습을 보았으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가서 치료해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않다면 날지를 못하여 그대로 죽거나 고양이등의 먹이가 될 것 같아 보입니다.
대자는 그런거 그대로 두지 뭘 그러느냐고 하였지만 못들은채 그 녀석을 품에 안고 우선 인근의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조류들은 치료못하니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이전부터 알고있었던 큰 병원을 안내해 줍니다. 하여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와 베란다에 둥지를 만들어 주고 먹이와 물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고맙게도 잘 받아 먹습니다.
그제 아침 이 녀석은 생기가 들어 보입니다. 상태를 보고자 손으로 만져보고자하니 제 손을 쪼으려하고 이리 저리 제 손을 피하려 합니다.
출근후 오전근무만 하고 조퇴한 후 비둘기를 차에 싣고 아주 조심스레 운전하여 병원으로 가서 원장을 만나 비둘기를 보여주니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며 우선 비둘기를 검사해 보자하였습니다.
예상대로 비둘기는 날개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원장은 날개 봉합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즉시 입원을 시키기로 하고 수술비를 선납으로 결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어제 출근길에는 비둘기 수술의; 성공을 위하여 묵주기도를 드리며 걸었습니다. 수술이 잘 되어 요양후 다시 우리 앞산과 아파트에서 질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장 수의사는 수술 전에 전화를 준다로 하였는데 어제는 종일 전화가 없었기에 별 생각이 다 들면서 불안합니다. 오후에서야 병원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술은 아주 잘되었는데, 마취가 깨지않아 죽었다" 라고 합니다.
수술이 잘되었다는 것은 마취부터 시작한 모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퇴원이 가능하다라는 의밍리텐데요 수술은 잘했는데 마취가 깨어나지 않아 죽었다합니다.
그 동물 병원 원장과 말다툼해보아야 이미 비둘기는 죽었고... 그러한 원장에게 비둘기를 냉큼 맡긴 저 자신만 원망이 듭니다. 좀 더 많은 조류 전문 병원을 잘 알아본 후(인터넷 검색 후) 맡겼어야 하는데... 그 병원은 조류전문병원은 아니거던요.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저는 비둘기를 치료해 주고자하였는데요... 결과는 죽여버린 것으로 되고말았습니다.
비둘기는 입원한 날부터 수의사들에게서 얼마나 시달림과 거기에 따른 많은 불안감을 느끼며 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계속하여 저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옵니다. 비둘기에게 정말 미안힙니다. 미안 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죄스럽습니다. 나약한 동물들에게 선의를 나누려면 좀 더 자상하고 깊고 조심스러운 자세로 하여야 함에도 조류전문병원도 아닌데도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비둘기를 맡긴 저와 일반 동물병원으로 조류 수술 등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으면서도 "치료해 주겠다"라 한 수의사 모두는 선을 악으로 만든 주역들이었기에 혐오와 막연한 연민이 듭니다.(수술 실수로 비둘기가 죽은 것은 비둘기측에서 보면 악일 것입니다.)
세상은 인연으로 얽혀 돌고 돌아갑니다.
그 인연이 선한 것으로 얽혔으면 선하게 풀려야 함에도 이번처럼 악하게 풀릴때에는 너무 속이 상합니다. 하느님은 이번 일로 제게 무엇을 깨우쳐주고자 하시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앞으로는 선한 인연은 반드시 선하게 풀리도록 더욱 깊고 조심스러운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겠습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쿡쿠(치료해 주고자 이름 지어준 비둘기의 이름)와 모든 생명체들"에게 하느님의 위로가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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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한일-악한 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