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갑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백년만의 한파, 몇년만의 폭설 운운하여 절대로 겨울이 제대로 갈 것 같지않았는데도 겨울이 지나갑니다.
어제 오늘의 날씨는 불어오는 바람마저 상쾌합니다.
어제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봄빛을 맞으며 신선대에 올랐습니다.
1월초 눈 덮힌 설경이 남아있다면 그려올까하여 다락능선을 올랐지만
그다지 논덮힌 산 모양이 좋지않아 좀 더 오르다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마치고 포대능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신선대에 오르니 아마도 모자(母子)인듯 보이는 고양이 두마리가 등산객이 주는 먹이를 다 먹었는지 서로 얼굴을 핥아주더니만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넘어갑니다.
고양이들도 배고프지 않으리라 희망합니다.
신선대 오르느라 무리를 하였는지 돌아오는 길(버스안에서) 내내 졸았습니다.
오후, 재키와 앞산에 오르니 앙상한 빈나무 가지사이 사이로 새들이 힘차게 날아다닙니다. 햇살이 따스해지면 새들의 울음소리가 명랑해 집니다. 새들은 산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안에도 거리 도로가 나무에서도 살아갑니다. 새들의 울음소리 들으며 걷는 아침 길이 즐겁습니다.
우리 앞산 실개천공사가 올봄에 마무리되면 앞산에서 살아가는 새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어디 새뿐이겠습니까? 말이 산이지 샘물하나 없어 거기에 몸붙여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무척 힘겨웠을 것입니다. 노란 옷을 입은 깨끗하게 보이는 발발이 한마리가 길을 잃었는지 아니면 마실 나왔는지 산길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유기견인가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아 여태껏 무겁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친답시며 소리지르며 이리 저 뛰노는 모습도 상쾌합니다. 완전한 봄날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봄날이라 생각되면 어느새 여름으로 다가오지만 어제 오늘은 그동안 무거웠던 외투를 벗어던져도 좋을만큼 가볍습니다.
겨울을 그만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다음 주말은 산에서 내려오면 종로 노상 꽃시장에 구경다녀 오고싶습니다. 예전에 심심할 때엔 거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곤하였는데 근래에는 한번도 가보질 못해 서운합니다.
부활대축일이 지나야 날씨가 평온할것 같은데 아직 사순절도 시작되지않았으니 그때까지 많은 굳은 날들을 견뎌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겨울은 가고 있습니다.
가난한 모든이들을 위하여 지겨웠을 겨울을 보냅니다.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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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겨울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