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나무밑에 잠시 앉습니다.
남산은 고향처럼 아늑함을 줍니다.
제가 예전에 몸이 부숴졌을 때 매일 밤을 하루처럼 남산을 돌았습니다.
남산의 산책로는 순환도로처럼 만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산책도로에도 차들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모두 통제되고 있습니다.
남산 바로 아래는 장충단 공원이 있습니다.
어린이었을때에도 이 공원에 들려 놀다가곤 하였습니다.
하여 장충단공원에서 국립극장을 거쳐 순화도로를 산책함은 옛일을 생각하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산수유도 벚꽃도 진달래도 그리고 개나리도 모두 지고
그제 쏟아진 비때문에 문득 진초록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이곳 저곳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키 큰 나무곁 철쭉이 모여있는 그늘아래에 앉아 땀을 식히다보니
첫사랑이 떠오릅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키웠던 "스피츠 제키"가 제 첫사랑입니다.
그 제키하고 이 산을 자주 돌았습니다.
그 제키가 죽은 날 그 밤에
군 복무하고 있던 저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하여
제 꿈속으로 찾아와 마지막 저를 바라다보며 인사를 하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
제 첫사랑 그 제키입니다.
국립극장 오르는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스피츠 한마리가 오솔길가 쉼터 옆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어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 곁에 앉아있었지요.
그 스피츠를 바라다보니 무심코 제키가 떠오릅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좋아서 마당을 있는 힘껫 뱅글 뱅글 돌며 뛰어 돌아다녔던 제키였습니다.
남산을 한바퀴돌아 그 오솔길로 내려가는데
바로 그 쉼터 자리에 그 시피츠가 아직도 앚아있었습니다.
쉼터에는 사람들은 쉬지않았지만 그 스피츠는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다 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남자가 스피츠의 머리를쓰다듬어 주고 내려갑니다.
내려가다가 멈칫 멈칫하며 뒤를 돌아다봅니다.
저를 보더니 <임자가 없어 보이네요> 라 합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저도 가다가 선채 한참 그 스피츠를 바라다 봅니다.
스피츠는 여전히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다보면서 앉아있습니다.
남산주변에는 민가가 있기도 합니다.
국립극장 주변에서는 민가를 찾기 힘들지만 그리 멀지 않은 기슭에 민가들이 자리잡고 있어 그 민가에서 키우는 스피츠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참 서 있었습니다.
보통 집에서 키우는 개들의 행동 반경은 10리라 합니다.
하여 섣불리 떠돌이 개라고 추측을 하며 보호소로 잡아가는 일은 자제하라는 동물보호 단체의 권고도 있고 하여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남산 기슭으로 내려와 키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이 생각 저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길을 오가다 형색이 형편없이 보이는 개들이나 고양이 등을 보면 왜 그리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건사해주지도 못한채 그냥 바라다보며
동물보호단체들에게 후원금이라며 알량하게 주어지는 것으로 할일을 다한 것처럼 자신을 위안하는 제가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세상은 간혹 절망적인 구조라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사람이외 다른 생명체들은 사람의 죄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다는 성경의 말씀을 기억해 내면 사람이란 도데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하여
다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처럼 화창한 초여름날 남산을 돌고 왔으나
즐거움대신 왜 이리 마음이 더부룩한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은 정말이지 언제나 오실런지 ---
소리쳐 외쳐 볼까요???
주여 어서 빨리 오시옵소서~~~
작 가 : 유창호
작품 명 : 풍경
제목: 오랜만에 남산을 돌아보며 첫사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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