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제 잘못으로 헤어진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추석 보름달아레서 한번 만나 호프나 하고 싶다며....
하여 간혹 그 사람을 생각을 할때 애련함이 느껴졌던 차라 "오냐 기다렸다"라는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호프집에 다소곳 그러나 약간은 거만하게 앉은 그 사람을 보니 미안했던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서 옆에 앉으며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왜 이러는 거예요?
무슨 생각을 하고 나왔기에 남의 손부터 잡아요?"
순간 저는 엄청 당황하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서 손을 꼬옥 잡았던 것 뿐 다른 생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반가워서...그렇잖아 누구던지..."
"다시 만나기를 원해 나온것은 아니구요?"
".... 그건...."
"그런데 왜 남의 손을...."
워낙 노골적으로 불쾌한 모습으로 그러자 저도 또한 불쾌한 마음이 불쑥 들고 마음이 가라앉아져서 그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서
"설사 그런 마음을 좀 가지고 나왔다하여도 충분히 좋은 어조로 천천히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텐데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지 갑자기 그 사람은 태도를 바꾸며
"나도 손을 잡아 볼거예요. 내 손이 잡혔잖아요?"
그러며서 제 손을 잡고 흔들다싶이하는 거였습니다.
"다른데로 가요.. 여기는 좀 칙칙하네.."
저는 이미 기분이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아 퉁명하게 말을 하였습니다.
"됐어... 잘 있는 것 보았으니 시킨 호프나 한잔만하고 가봐야겠네."
호프를 한잔 들이킨 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정말이지 집에서 영화나 볼걸...
마음 설레며 만나러 나온 것을 후회하였습니다.
마음이 서글퍼져 다른 스탠드 바에 들려 위스키 한잔 시켜 들이키는 순간
불현듯 먼 옛날 학창시절
그것도 군대제대후 복학한 동기들과 세칭 윤락녀촌에 집단적으로 들렸던 것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화대는 화대대로 봉사료는 봉사료대로 다 지급하였으니 각자 헤쳐 마음껏 논 후 다시 모이자구"
저는 그런데 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으나 윤락녀와의 관계는 혐오하던 판이었지만
술취한 저와 동기들과 흥에 겨웠기에
여하튼 한명씩의 윤락녀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 근육력이 좋았던 시절(수술하기 훨씬 전이었으니까요), 호기심과 동경으로 뒤범벅이 된 이성에 대하여 비록 윤락녀라
하더라도
무엇이 걸렸겠습니까만
저희 커플은 그냥 방바닥에 편한 자세로 각자 누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냥 손만 잡고 있을께... 당신도 이게 더 좋지?"
그 사람은 그냥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거였습니다.
"그냥 손만 잡고 쉬자구 그냥 손만 잡고 쉬면 내가 잘못하는 거니?"
그래도 그사람은 가만히 누운채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흐르자 옆방에서 친구들이 방 밖으로 나가는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손만 잡고 나가면 미안하니까 그냥 한번 안아보고 나가자구"~~@@
방안에서 문밖에 나갈때까지 한시간 이상을 쉬었을 겁니다.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 사람이 저를 쳐다보면서
"고맙습니다. 잘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편히 돌아가세요"
하며 깊은 인사를 하는 거였습니다.
순간 저도 고맙고 하여 감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혹시 이 사람이 나를 성불구자로 알고 속으로 조롱하는 것은 아닐싸 하는 온갖 생각도 들곤 했었거던요)
그래서 저도 "나도 고맙다. 정말 편하게 해 줘서"
이 소리를 옆에 있는 친구가 얼핏 보고 들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섞여 길을 걸으면서 큰소리로
"야 조정제 닌 몰 어떻게 했기에 그 여자가 닐 그리 넋난듯 그리 황홀해 배웅까지하냐?"
이 소문은 아주 다른 표현들이 많아 덧부쳐져 졸지에 제가 제대 복학생 사이에서는 물론 다른 후배들에게 청량리 카사노바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한잔 더 술을 들이킵니다.
정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어떤 모습을 살아갈런지 모르겠지만 비록 만난 곳은 윤락촌 방이었지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오늘 밤
두사람에게 잡았던 손에 대한 모습들이 제 가슴을 흔들어 놓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라면서 다소곳 볼을 비비며 서로 잡은 손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그 사람은 잘 살아가 주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사람이 비록 그때는 환경이 그랬다하여도 그 심성으로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나 새 출발을 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을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 종일 가슴 미어지는 애잔함으로 추석 이 짧은 연휴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갑니다. 그럼에도 가슴 깊이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지워지지가 않네요
그냥 마지막 날까지 안고 가야겠습니다. ^^~~@@
제목: 청량리 카사노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