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이 좋은 이유는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여러 등반길이 있어 오를때의 길과 내려갈 때의 등산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집 근처에 북한산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어 더 좋습니다만...
정릉계곡에서 영추사 가는 길에 어느 청년이 무거워 보이는 짐을 지고 또한 손에도 커다란 물건을 들고 오르는 거였습니다. 북한산 등반에 뭔 짐을 이리 많이 지고 들고 오를까 하는 의마심으로 유심히 그를 보았는데 그 남자 뒤로는 등산복만 멋있게 입은 여자가 뒤 따라 오르더군요... 급경사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는듯 하더니 여자가 남자에게 "좀 쉬었다 가자" 하는 거였습니다. 그러자 무거운 짐을 메고 들고가던 남자는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잠시 뭔가 작업을 하였는데요... 들고가던 짐은 휴대(접이)용 안락의자 였습니다. 그 의자를 펼치자 여자는 자연스러이 그 의자에 널부러집니다. 대단히 도도한 모습으로~~
저 남자는 저 여자의 종이냐? 아니면 너무나 사랑해서 저러는 거냐??? 라는 생각이 순싯간에 스칩니다.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쌍방적일텐데요... 저 여자는 등산길에서 자신의 도도한 안식을 위해 남자에게 무거운 의자와 배낭짐을 들며 매고 산을 오르도록 함은 남자가 여자에 대한 사랑의 표출이라 믿어 그렇게 하는 걸까요?
그남자 그 여자 주변의 다른 연인들이 손을 잡고 등산로 길가에 서로 편히 앉은채 쉬는 모습은 너무 대조적입니다. 저런 남자 여자들... 정말 너무 싫다~~~ 라는 생각이 내내 가시질 않습니다.(사실은 저 여자 머리통을 한번 세게 쥐어 박고싶었습니다만~~@@)
산에 오를때 묵주기도는 주로 환희, 빛, 고통의 신비로 합니다. 내려갈 때에는 가뿐하게 영광의 신비를 하구요. 간혹 열이 오를때엔 오를때 환희, 빛, 고통, 영광의 신비를 다 하고 내려올 때도 한번 더 하기도 합니다만... 이번은 내려올 때에 영광의 신비만 간단히 드렸습니다. 물론 묵주는 주머니에 있는 5단묵주를 꺼내들고 합니다.
영광의 신비를 조금 하고 내려오는데.... 밑에서 올라오던 중년 남자 한분이 성호를 긋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게 "교우시네요" 합니다. 함께 오르던 동료 남성분도 눈인사를 해 줍니다.
하여 저도 얼떨떨결에 "좋은 하루보내세요..." 하고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뭉클합니다. 대개는 신자임을 알고도 그냥 스쳐가기도 하는데요.. 성호를 그으며 인사를 건네는 분의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도 묵주기도를 하며 올라가는 저에게 뒤따라 홀로 올라오시던 분께서 인사를 건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온 교포라 합니다. 저도 반갑게 인사를 하였지만 그냥 조용히 묵주기도를 하며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그럼 잘 다녀오시라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지나간 후에... 점심이라도 함께 하고 가라고 그걸걸 그랬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은 산을 오르는 등산객 사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런 감동을 가지고 산을 오르다가도 간혹 겉으로만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면 거룩한 마음도 냉소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몇개월 전에 본 모습니다만...중년을 한참 지난 남녀가 등산길 가에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 오손대다가 "추석이나 지나고 만나야겠다"라고 합니다. "추석때는 아이들이 집으로 오기에 시간을 낼 수 없다"하자... 다른 분도 "그렇다"며 맞장구칩니다.
아니 그렇다면....저 두분은 부부가 아녀???~~@@
이렇게 속삭이듯 부부가 아님을 밝히는 겉만 정겨운 사람들이 어디 저분들 뿐이겠습니까만...
이러 저러한 모든 사람들을 산은 품어줍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산은 더 그리워 질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하루 휴가를 내 설악산을 다녀오렵니다.
먼거리를 운전으로 산자락에 가게되면 피곤하여 마음껏 산에 잠길수는 없을지라도 올해는 꼭 설악산에 다녀올 생각입니다.(지난해는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용인까지 4시간 걸렸네요~~@@) 그래서 그냥 여주에서 되돌아 나왔지만...
산에사는 작은 새는 산이 좋아 산에 산다합니다
저도 산이 좋아 산에 오릅니다.
오르다가 지치면 그냥 돗자리 펼치고 쉬었다 되돌아 옵니다.
올 가을에는 보다 풍성한 가을 산행이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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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교우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