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시회에서 이런 초대 글을 보냈다.
"당신의 영혼 얼굴을 보고 싶다면
오십시오."
그래서 그 전시회장에 갔더니
전시회장 입구에는 깊은 산 속 옹달샘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그 그림의 제목은 '잃어버린 얼굴' 이었다.
그 다음에는 수많은 가면이 걸려있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주워놓은
나날들'이었다.
그 다음에는 발가벗은 마네킹들이 있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지금'이라고 되어
있었다.
2층에는 한 인간의 그림자가 인간을 향해
항의하는 대형그림이 걸려있었다.
그
그림의 제목은 '독재자 육체에 대한 영혼의 저항'이었다.
그리고 출구에는 거울이 하나 걸려 있었고
그 거울 아래에는
'당신을 보고있는
신의 표정'이라고 되어 있었다.
- 정채봉 <전시회>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는
생선과 같은 만남은 잘못된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는
꽃송이 같은 만남은 조심해야할
만남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버리는 건전지 같은 만남은
비천한 만남입니다.
금방 만나고 순식간에 지워져버리는
지우개 같은 만남은 시간이 아까운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만남은
가장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채봉 <만남>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 정채봉 <짧은 동화>
제목: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