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성당은 정문옆 성모상이 있었고 성모상은 멋진 소나무 아래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은 맥문동이 소담스럽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정취는 그윽하여 성모상앞에서 기도하고픈 생각이 절로 일어납니다.
지금은 저도 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준도사"쯤 되어
웬만한 난들은 중국출신인지 한국출신인지 일본출신인지 아니면 서양 어느 출신인지 정도를 넘어
성향과 이름까지 알고 줄줄 외울 지경이 되었지만
초심자였을때엔
"요거이 난인지 저거이 난인지"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난으로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남산을 올라갈때에도 잘생긴 잡풀만 보여도 "혹시 저건 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통을 굴리곤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남산이나 장충동공원이 집에서 비교적 가까워 그쪽으로 자주 산책을 다녔습니다,
다녀오는 길에 신당동 성당에 들려 성체조배를 좀 하고 돌아오곤하였는데
어느날 남산에 놀러갔다가 성당에 들려 조배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성모상 발밑에 난들이 꽃을 활짝피우고 있는게 아닙니까?
마침 무더운 여름 오후나절이라 성당 주변에는 오고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 주님께서 이러실려구 무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남산에 놀러가도록 저를 부축였구나~~@@
저는 재빠르게 난이라고 생각되는 화초들을 한껏 웅켜잡고 뽑은후 티셔츠 안 가슴으로 집어넣었습니다.
품속에 있는 난으로 생각된 화초 뿌리와 줄기안엔 낙엽된 소나무잎들이 붙어있어 가슴을 마구찔러 엄청 아팠습니다.
이렇게 귀한 난들을 얻어가는데 이쯤의 고통이야 감수할 만 한 것 아니겠습니까?
성모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는둥 마는둥 하면서 신당동 성당을 재빨리 빠져나왔습니다.
(이후 저는 신당동 성당을 가지 못했습니다.)
이것들을 비싼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 두고 "난"이라며 금이야 옥이야 가꾸었습니다.
서너개월이 지나갔을까요
집에 놀러온 식물에 조예깊은 친구가 제게 "니는 맥문동도 난 화분에 심어두고 가꾸냐?"
하는 거였습니다......... 뭐라구 맥문동???
맥문동은 난하고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이며 어디서나 잘 자라며 꽃은 비교적 수수하여 공원등지 빈터에 많이 심는다고 하였습니다.
"저것이 난이 아니라고~~@@"
맥문동을 난으로 알고
성모님도 안중에 없이
성모님 발밑에서 성모님의 정경을 더 화사하게 해주던 맥문동을 잔뜩 뽑아 가슴에 품고 왔으니.
.
.
.
이런 불효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래서 보속은 했냐구요?
보속은 맥문동을 뽑아 가슴에 품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답니다.
말라 비틀어버린 소나무잎들이 제 가슴이며 배며 마구 찔러대어
집어와서 가슴 품에서 맥문동을 꺼냈을 때 제 앞 가슴과 배는 시뻘겧게 멍이 들었거던요
맥문동을 티셔츠안 가슴속으로 숨길때는 몰랐는데요
돌아오는 길 내내 얼마나 쓰라렸는지 모릅니다.
이런 것도 보속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어머니 그래도 걱정마십시요
제가 어머니앞에서 뛴다고 얼마나 뛰겠습니까?
성모몽소승천을 맞이하여
이제부터라도 어머니님께 기쁨을 드리며 살아가보렵니다.~~@@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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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맥문동 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