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한 제가 이곳 저곳에 올린 여러 글들이나 현재 펜가는 대로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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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nature call! (자연이 부른다!)
글쓴이: 정마리아  날짜: 2007.02.01. 19:04:45   조회: 23831   글쓴이 IP: 218.152.145.165
재래식 한옥에서 서양 사람이 살기에 가장 불편한 점은 화장실이다.
밥이 어색한 얼굴로 물었다.
“화장실 가는데 문제가 없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말했다.
“시골 남자들을 잘 보세요.
아무데서나 하잖아요?”
밥이 반색을 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그래도 돼요? 아, 그렇구나!”
밥이 생각났다는 듯 어렸을 적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캐나다에 있는 고모 집엘 갔습니다.
거기도 시골이었는데 지금 여기처럼 화장실이 집과 떨어져 있었어요.
저는 도시서 자랐기 때문에 꼭 화장실에 가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한 밤중에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거예요.
얼마나 급했던지 마당을 가로질러 화장실까지 가지 못할 정도였죠.
그 때 저는 마당 가운데서 오줌이 나오지 못하도록 두 다리를 꼬고
아침까지 그렇게 꼼짝 못하고 서 있었어요.
아무데나 볼 수 있었던 걸... 허허허....”
“그렇게 교육되었기 때문에 그렇죠. 뭐.”
“맞아요. 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꼭 좋은 것만도 아니에요.
우리들은 은연중에 바쁘게 살도록 교육되었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자연처럼 살면 안 된다고 교육되었잖아요?
그런데 아니에요.
이제 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나무 그늘에 누워 쉴 수 있어야 해요.”
밥이 웃으면서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소변보러 나갈 때, nature call이라고 해요.
자연이 부른다고 하지요.”
몇 달 후, 얼마 동안 함께 지내고 싶다고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
그 손님도 화장실이 걱정이었다. 은근히 화장실 이야기가 나오자
밥이 웃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nature call! 아무데나.”

농부들의 인내심 배우기
 
농부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한 나절 일을 하고,
가장 뜨거울 때 잠깐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가
또 다시 해 넘어갈 때까지 일을 한다.
농사일은 끝이 없어
돌아서면 일이고, 또 돌아서면 일이다.
농부들 말대로 죽어야 일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어느덧 밥도 농사꾼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농사일은 대개 단순해 보이지만 요령이 필요하고 뼈심이 드는지라
보통 인내심이 아니고는 농부들을 끝까지 따라 하기가 어렵다. 
누구나 농부가 되려면,
일의 요령을 터득하고 일이 몸에 붙을 때까지
고생을 인내심으로 버티는 뚝심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밥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참고 논매기를 끝까지 했고,
땡볕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 법이 없었다.
그는 모든 일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냈다.
그것은 일을 늦게 배우기 시작한 사람에게 있어서 보통 있는 일이 아니다.
밥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노동의 고단함과 노곤함에 젖어드는 행복한 기분을 즐거워했다.
“마리아 농부들의 인내심은 보통이 아니야.”
시작이 진지한 걸보니 또 무슨 말이 뒤따라 나올 것 같아
밥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리아, 농부들은 아무리 힘들고 조건이 나빠도 끝까지 인내로 버티면서
결국 일을 다 마치잖아?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찾는 것도 그래야 할 것 같아.
농부들의 인내심과 끝까지 버티는 굳셈을 배워야 할 것 같아.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하느님을 찾는 데 있어서  
농부들의 인내심과 뚝심 같은 치열함이 있었을까?
농부들은 정말 보통이 아니야.
우리는 그들의 인내심과 버티어 내는 뚝심을 꼭 배워야 해.”
“성철 스님께서는 ‘종신불퇴’라고 말씀하셨어요.
죽을 때까지 물러서지 말라는 뜻이죠.”
“맞아요. 마리아, 우리는 죽을 때까지 물러서면 안돼요.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주어져 있고,
우리는 그 아름답고 자비로운 세계에 들어 갈 때까지
조금도 물러서면 안돼요. 죽을 각오로 버티어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아름다운 세계가 우리 앞에 환히 밝아오지 않을까?”

나쁜 습관에 대해서
 
장마가 지나면 밭에 잡초가 무성하게 일어난다.
땡볕에 앉아 비지땀을 흘리면서 풀매기를 하다 보면
온 몸이 열을 받아 빨갛게 익어가는 것 같다.
“밥, 돌아서면 풀이고, 또 돌아서면 풀이야.”
잡초제거가 귀찮아 내가 짜증을 냈다.
밥이 웃으면서 대꾸했다.
“마리아, 잡초는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 때 제거해 주어야해.
뿌리를 잡게 되면 곧바로 무성하게 되고,
‘괜찮겠지’ 하고 잠깐 방심하다 손을 건너게 되면
몇 갑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하게 되지.
마찬가지야.”
“뭐가요?”
“우리의 나쁜 습관도 처음 시작할 때는 쉽게 고칠 수 있지.
하지만 ‘괜찮겠지.’ 하고 미루다 보면
어느 새 나쁜 습관은 내 안에 뿌리를 깊게 내려버리지.
그래서 그것을 뽑아내는 데 많은 힘과 노력이 들게 돼”
“그럼 나쁜 생각이나 습관은 그 때 그때 제거해 버리는 것이 좋겠네요?”
“그러지.” 밥이 웃었다.
그 때부터 나는 잡초 뽑는 일이 즐거워졌다.
잡초를 제거하면서
마음에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생각들을 제거하고,
나쁜 습관들을 미리 제거한다는 즐거움에 빠졌으니까.
“마리아 수없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마음의 상념들과 싸우려고 하지 마세요.
그것들을 그냥 지켜보면 되지.
그러면 상념들은 저절로 떠올랐듯이, 그냥 저절로 사라져 버려요.”
 
피사리
 
피와 모는 아주 비슷해서 초보자가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피는 처음에 모포기 곁에 가느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럴 때 얼른 피를 뽑아 주는 것이 상책이다.
밥과 나와 정회장은 함께 피사리를 하기를 좋아했다.
우리가 일하는 방법은 죽어라 일하는 것보다
서로 도와주면서 되도록 일을 즐기려고 하였다.
농사꾼은 농토와 함께 있고,
그리고 작물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고 돌보아 주는 것 그 자체로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그럴 때는 으레 옛날 농사꾼들이 즐겨 하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물론 이야기들에는 지혜가 물씬 들어있다.
정회장이 구수한 입담으로 한마디 한다.
“피가 지금은 모보다 가느다랗고 야리야리해 보이잖아요?
피가 모포기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요.
‘곁방 좀 빌려달라고.’
그래서 모포기는 가엾어서 피한테 곁방을 빌려주었대요.
그런데 나중에 곁방에 살던 피가
모를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하고 말았다나요.
그래서 ‘곁방살이하던 피가 안방을 차지한다’는 말이 생겼지유.”
밥과 나는 “맞다.”고 맞장구를 치며 한참 낄낄거렸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세상에는 피처럼 곁방을 빌려주었더니 안방을 차지해 버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던가?
우리도 세상 유혹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면
결국 유혹이 안방을 차지해 버리고 만다.
번식을 잘하고 가지를 잘 치는 피처럼.

기도
 
장마가 시작되면 빗소리를 듣는 즐거움에 빠진다.
비가 계속 내리면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모든 일이 멈춰지고
먹는 일 말고 긴 휴식에 들어간다.
“밥,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뜬금없는 질문에 밥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골방에 들어 앉아 문을 잠그고 남이 보지 않게 기도하면 돼.”
“무얼 기도하죠?”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서는 하루 분의 양식만을 청했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그 외에는 모두 하느님 나라를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지.”
“그래도 장마철인데 피정처럼 기도할 수 있잖아요.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가듯 말이에요.”
“피정? 그거 좋지.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고 신의 사랑 안에서 행복하면 되지.
피정은 쉬고, 보고, 사랑하고, 찬양하는 것이야.
우리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우리의 공포와 두려움과 죄의식을 보고,
그것들을 신이 임재하는 영혼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이야.”
“그럼, 피정은 자의식을 하느님의 관점으로 바꾸는 과정이겠네요?”
“그래, 우리가 진정으로 모든 것을 신의 손에 맡기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지도, 그리고 알 필요도 없게 되지. 무한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안에 평화롭게 지낼 수가 있어.”
“꾸준히 기도하는 습관이 필요하겠네요.”
“당연하지. 기도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친구로 만들지.”
밥의 방은 한 칸짜리 조그만 골방이었다.
정말 그는 방문을 꼭 닫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랫동안 기도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그렇게 앉아 있는 횟수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늙음에 대해서
 
밥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도하던 모습을 생각하니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밥이 시골을 떠나 서울로 간 후 종각으로 나오라고 불렀다.
밥은 파고다 공원으로 나를 끌고 갔다.
파고다 공원에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밥은 할 일없는 노인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냈다.
“저 노인들은 참 고생을 많이 한 세대이지.
그런데 이제는 저렇게 외롭게 버려져 있어.
좋은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 세대들이야.
사회가 저들을 버렸어도, 그래도 저들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내지.
그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야.”
“밥, 늙어가는 게 두려워요?”
“젊다는 것은 좋지.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늙어간다는 것은 더 멋진 일이야.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가졌던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상관되는가를 지켜볼 수 있거든.”
“풍요로운 늙음이네요.”
“늙으면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지. 그래서 남은 시간을 맘껏 즐기고 싶어.
조그만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싶지.”
그날 해질 녘 밥은 나를 조계사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밥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부처님 정면에 가부좌를 틀고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범종이 울리고, 북이 울리고, 목어 울리는 소리가 멀리 펴져 나갔다.
 
민들레성서마을
검은별 : 힘든 농사일이 두려워 종손이면서도 고향을 버리듯 떠나 왔는데, 긍정적으로 살아 가시네요. 무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체질적으로 참을성이 많으신 것 같아요. 에구 이젠 가고 싶어도 돌아 갈수 없는 이 내 신세. 2007.02.01.
지금도 주변에서 노후에 시골 가서 농사 짓겠다는 사람들 보면 아서라고 적극적으로 말립니다. 논두렁 밭두렁 거니는게 현실이 되면 얼마나 고단 한 줄도 모르면서 낭만으로만 보고 있으니,,,, 2007.02.01.
들꾳 : 저기에서 "밥"이란 분은 신부님의 애칭입니다. 저도 예전에 은퇴한 후 전원주택을 생각하였는데 지금은 깨끗이 포기하였습니다. 거기가서 산지기 할 것도 아니고.... 친구도 친척도 없는 곳에서 못살것 같아서지요^^ 2007.02.01.
들꽃 : 간혹 초여름철에 농촌 일손돕기를 가곤 하였는데요~~@@ 농촌은 보기보다 훨씬 더 힘든 곳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여지껏 농촌을 지키시고 계신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2007.02.01.
검은별 : 모내기 할 때 우리 동생네 거들러 가면 어떨까요?기계로 심으니까 모판만 날라 주면 되고 새참이며 막걸리 등,하루쯤 시골 정취에 흠뻑 젖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덤으로 가을에 이천 쌀 한 포대. 구미 당기시는 분 . 손! 2007.02.02.
들꽃 : 다들 주무시는가 봅니다.~~@@ 2007.02.02.
비누 : 몇 년 전, 성철스님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작년에 책 정리를 해서 가지고 있지 않아 인터넷을 찾아보니 표제가 네요. 곁에서 오랜 세월을 시봉한 원택스님이 쓴 2권으로 된 책이에요. 2007.02.02.
언젠가 60이 되면 산골에 가겠다고 했지요? 저도 농사는 보지도 못해 생각도 못하지만 그 밖의 방법이 있지요. 준비 중이입니다. 물론 그때까지 사는 것도 이루시는 것도 그분께 달렸지만, 저는 소망하네요. 2007.02.02.
그 가운데 성철스님이 가시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새벽녘에 부르시더래요. 벽에 기대게 앉혀드리니 '이제 나 갈란다.' 하시곤 눈을 감으시더랍니다. 참 고요한 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2007.02.02.
책 표제가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에요. 2007.02.02.
검은별 : 외로움을 즐기신다면 산골 생활도 좋겠지요. 더구나 나이 들어 오염된 공기와 찌든 세파에 시달리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게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러 가지 취미 생활도 개발하기 나름이거든요. 2007.02.03.
여의치 못해서 그렇지 아마 나이 드신 분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부분일걸요. 생활비는 서울의 10분의 일 정도로 보셔도 될 거에요. 완전 칩거에 한한 것이지만,,,,,,,,,,, 2007.02.03.
비누 : 칩거하려는 건 아니에요. 온전히 독립해서 일 할 정도로 기반을 다진 후에 들어가려고요. 일 진행은 주로 전송과 간혹 우편으로 가능하니까요. 일도 나눔도 제 생의 끝까지 할 거에요. 나무 냄새를 맡으며 살고 싶을 뿐이지요. 2007.02.03.
이렇게 얘기를 나누니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2007.02.03.
쓰고 보니, 훗^^ 넉넉히 잡은 거에요. 그전에 원하는 대로 돼도 60쯤에 갈 거에요. 바람이 많이 부네요. 2007.02.03.
검은별 : 아무튼 외부에 들고 나는 일만 없어도 경비 들어 갈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행복 하시네요. 꿈이라도 지니고 계시잖아요. 부러버라. 2007.02.03.
아무리 외로워도 저는 부르지 마세요. 모주에다가 엉덩이가 질겨서 한번 앉으면 일어 날 줄 모르니까요. 우리 본당 기피 인물 1호입니다. 200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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