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한 제가 이곳 저곳에 올린 여러 글들이나 현재 펜가는 대로 쓰는 글들
또한 삶의 향기가 될수 있는 다른 들판에서 게시된 좋은 글 등을 종합하여 들꽃자리에 심습니다.
이 글들이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잠시라도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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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이런 사제가 있다."
글쓴이: 들꽃   날짜: 2009.10.10. 21:01:33   조회: 16047   글쓴이 IP: 123.109.162.124
"신부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면 신부님의 머리와 목은 저만치 먼 산을 향해 있습니다.
"멋대가리라구는, 쥐 털만큼도"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멋대가리없는 나이 드신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성당은 행당동 돌산 위 어려웁게 사시는 분이 많은 동네에 있어서 늘 가난하였습니다.
빚더미에 주로 앉아 있었지만 그래도 수천명이 넘는 신자인데도 빚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멋대가리 없는 신부님이 가신 후에야 우리는 우리 성당에 빚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용돈까지 아껴서 성당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멋부릴 틈이 없었을까요.

다른 신부님이 오시고 다시 가신후, 새로 오신 처음으로 모시는 젊은 신부님은 한마디로 천방지축이였습니다.

이리보아도 싱글벙글 저리보아도 벙글싱글하시는 모습과, 아이들 따라 요리조리 뛰놀아 다니시는 폼이 그랬습니다.
"혹시 돌신부님은 아니실까.^^"

잠시 본당을 떠나 객지에서 일을 본 후 다시 본당에 오니까 저희가 중학교때부터 새 성당을 짓기 위하여 폐품수집 등으로 푼푼이 모은 돈 등을 가지고 장만한, 자애로운 모습으로 두팔을 아래로 다소곳이 벌린채 하느님의 백성을 맞이해 주시던 그 애지중지하는 성모상이 안보이시고 아기예수님을 팔에 안고 하늘을 쳐다보시지만, 가정부 타입의 성모상이 마당에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울화통이 터지는 걸 참고 미사에 참예해도 분심이 드는 건 어쩔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진작 수근거리고 있었답니다.
"젊은 신부님이 오시면 성당을 새로 짓는 거래. 뭔가 해 놓고 가셔야겠는데 만만한게 성전 신축이 아니니?^^"
과연 우리 성당이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멋대가리없는 신부님이 구걸해서 산꼭대기에 아름다운 성당을 지은게 엊그제인데 멀쩡한 성당을 무슨 수리냐"

그러나 수리는 계속되었고 돌산 성당안에 에어콘 2층 성가대의 전자 올갠 색유리등등이 새로 장식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성당 정면의 색유리화는 없어졌지만(다시 복원 되었음) 최대한 여름이면 시원하게 겨울이면 따스하게 미사를 드릴수 있었습니다. 예전의 성모상도 잊혀지고 우리 성당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성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사 강론때 갑지기 심각해졌습니다.
"내가 여러분이 가만히 있는데 성당 수리하자고 했어요?
여러분이 먼저 성당 수리해 달라고 해서 수리했는데 지금껏 걷힌 건축비가 얼만줄 아세요? 2-3억 지불해야 하는데 150만원 걷혔어요. 이건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건축회사 사장님은  개신교 신자지만 1500만원 헌금했어요. 하느님의 집인 성당을 고치게 해주셔서  기쁘다구 하면서.
어이쿠 창피해서 나 원 참"

덕분에 그날은 헌금이 3배 이상이나 걷혔습니다.

우리 성당은 어려운 분이 많이 살지만 그래도 신자수가 3000명이 넘는데 헌금은 100만원도 안 나왔습니다. 그러나 새 젊은 신부님이 오신후에는 200만원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사실 신부님들이 아무리 죽는 말씀하시며 신자들에게 돈 동냥을 하셔도 신자들의 헌금양은 갑자기 뛰지가 않는 법인데 "젊은 신부님은  돌신부님"이라고 추측을 맘껏 하였던 그 신부님이 오신후에는 곧바로 2배가 뛰었지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 거져 뛴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부님은 미사 전 성당 마당에 나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맞이 하십니다. "우리 할머니 어서 오셔요, 오실 때 무얼 좀 드시고 오셨어요?"
그러면 신심깊은 구교우(태생 신자 교우 등등) 할머니들은 머리를 갸우뚱하지요. "이 젊은 신부님은 공심재(=미사전에는 식사를 하고 오지 않음)도 모르나 ? 쯧쯧"
그러나 신부님의 생각은 더 깊었습니다. 이 돌산 어려운 길을 올라오실 노인 분들이 혹시 공심재 좋아하다가^^ 허기져 쓰러지시면 어떻하나 " 였지요.

저희 어머니가 저만 보면 " 네 아버지가 내가 자식을 아홉이나 낳았는데도 보약한번 해 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이픈기라" 하시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 죄를 대신 속죄하는 의미로^^,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성당으로 오곤 하였습니다.

우리 성당은 2층에서 미사를 보는데 사실 층계같지도 않는 거지만 저희 어머니에게는 연옥의 칠층산 만큼이나 높은 거였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부축도 싫다하며, 혼자서 죽을 힘을 다해 계단을 오르시며 성당으로 들어가시곤 하였지요.
그 모습을 보신 신부님은 " 할머니 앞으로 성당에는 오지 마세요. 제가 할머니 집으로 예수님 모시고 갈께요" 하셨지요.

한달에 한번 있는 봉성체(=환자를 위해 환자집으로 가서  성찬례에서 이루어진  성체를 환자에게 먹여 줌) 때만 되면 어머니는 목욕재계하고 신부님을 기다리십니다.
신부님을 볼 때 웬만한 자식은 저리가라였습니다. 어머니는
"저 신부님은 내 입에 혀다. 아무도 저 신부님처럼 남의 마음을 잘 헤아려 배려해 주는 신부도 없다. 너도 한번만 더 내 앞에서 돌 신부 운운하다가는 네 아가리 찢어질줄 알거라"
(제 아가리는 아직도 무사합니다.^^)

저는 중고등학생 미사를 좋아하였습니다. 미사가 생기가 있고 성가가 좋았습니다.
사실 우리 신부님은 성가를 잘 못하셨습니다. 품위있게 하려해도 곧 품위가 떨어질때는 성가를 선창할 때입니다.
성가대에서 성가단장이 신부님이 강론하시는데 용감하게 큰소리로 학생을 일러 바쳤습니다. " 신부님 얘가 성가를 잘 안부르려고 해요"
그러자 신부님은 " 그러면 그냥 밀어 버려" 하셨지요. 성가대석은 2층이었습니다.
미사에는 학부모들도 있었지만 누구하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층 성가대 석을 바라다보며 킥킥대고 웃었지요. 참 좋은 강론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고결한 신학교 학장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 학장 신부님께 신학생들과 함께 피정<=분잡한 일상을 떠나 고요한 장소에서 주님을 만날수 있도록 함>을 받을 수 있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 신부들이 강론을 위해 3시간 공부하고 묵상하면, 강론 시간은 20분 걸릴게고,
1시간 공부하면 강론 시간은 40분 걸릴게다, 그래도 무슨 말을 했는지 들었는지 신부나 신자가 서로가 모르겠지, 그러니 성당 살림 어렵다고 궁상떨어봐야 신자들이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습니까. 신부들이 신자에 대한 배려가 자상하고 기도와 공부를 많이 하여, 좋은 강론을 하게 되면, 가만히 있어도 신자들은 주머니 돈을 모두 꺼내 놓는 법이다 "      

우리 신부님은 학자가 보기엔 강론 잘 못하는 신부님일 겁니다.
그러나 강론 시간에도 싱글 벙글 , 성이 나서 "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할 때도 반은 웃어가면서.
그래도 성당 층계에서 노인들이나 장애인이 난간을 억지로 잡고 내려가면 신부님이 부축해주십니다. 애들 어른 젊은이 중늙은이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손 내밀면 손 잡아주고, 쳐다보면 바라보고, 묻기전에 가서 말을 건네고, 미사후에는
"차한잔 하세요. 비싼거 아닙니다. 500원입니다. 드시고 가세요. 주일학교 애들 좀 기 살리게 커피 드세요."
커피 안마시고 그냥 갈 간 큰 신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 젊은 우리 주임 신부님 전근 가실 때, 우리 어머니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 가시면 나는 어찌 살꼬" 하면서요.
 " 큰 소가 나가면 작은소가 또 큰소가 될텐데 무얼 그리 염려하고 난리야 청승 맞게" 하고 떠들지만 제 마음도 아픕니다.
전혀 거룩하게 보이지 않아도 거룩한 향기가 풍기고, 전혀 성스러울 것 같지 않은데 성스럽습니다. 그야말로 " 신부님 가시면 나도 어찌 살꼬 "입니다.
그 신부님 가실 때 우리 신자들 마음 아파 모두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여 제가 힘들 때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이런 목자를 보았다 기뻐 할줄 알고 기쁘게 사시며 기쁜 소식을 전하는 착한 목자를 보았다 "

 
(이 글은 2000. 4.12일에 굿뉴스에 처음 게시한 글인데
2003. 3. 3일 사람과 자연이 열릴때 들꽃자리에 재게시하였습니다.
매일처럼 쏟아지는 스팸 게시물을 지우다 그만 함께 삭제되어 다시 게시합니다.
이 글외에도 몇개가 더 삭제되어 삭제된 글들을 순차적으로 재게시하고자 합니다.
 
스팸 게시물때문에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hedbig : 그런 글 중에 하나에는 저도 클릭질 했습니다. *^^* 아무리 겪어도 힌든 것 중에 하나가 정 떼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저모르게 어느 새 들어앉아 있으니... 2009.10.11.
장수복 : 형제님의 글은 도입부분부터 사람을 긴강시키는 훌륭한 재주(?)가 있으신 것 같네요. "이런 사제가 있다."고 하기에 최근에 저희 본당에서 은퇴하신 노(老?)사제와 같은 분인가 했더니...오히려 빙그레 입가에 미소짓게 하는 글이군요^^최근 저희 본당은 35년 2009.10.16.
사제 생활을 은퇴하시면서 그 흔한 '은퇴미사'도 하지 않으신 사제가 계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본당 회장을 비롯한 신자들이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였지요. 그래서 은퇴 2주일을 남겨 놓고 본당 회장을 해임시켜 버렸지요. 2009.10.16.
정말이지 참 황당하더군요. 그 회장님은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많은 분이라 제가 강권하다시피 회장직을 맡게 하였는데, 아주 훌륭한 신부님이니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 인간적인 엉어리 삭혀 주느라 제법 소주값 날리고 말았지요. 그 '은퇴미사'의 마지막 2009.10.16.
강론때 말씀은 본당 공동체 신자들의 마음에 문자 그대로 불을 지르셨지요. 그래도 '고맙다. 수고햇다'라는 말씀은 한마디도 없었고, 당신이 11개 본당에서 근무하였었는데 마지막 본당이 이렇게 신부말을 않들을 줄 몰랐다고 절규하시는 바람에 박수 한번 쳐 2009.10.16.
드리지 못했지요. 야곱이 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소실 빌하와 잠자리를 같이 한 장남 르우벤에게 남겼던 저주같은 축복의 언사가 떠오르더군요. 저는 선 채로는 미사를 드리기가 힘들어 장궤하여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내 옆에 서 있던 엘리사벳이 저의 2009.10.16.
이런 모습을 보고 안스러워 하더군요, 철없는 라우라만 이런 늙은 아빠의 모습이 신기했던지 엄마 풍에서 내려와 내 옆에서 기웃거렸지요. 평신도가 아무리 신학적으로 교리적으로 무장되어 있더라도 사제 앞에 서기만 하면 작아지는 것이 우리 한국 천주교 2009.10.16.
의 서글픈 겸양(?)의 모습일진데....말이 쓸데없이 길어졌지요! 그래도 제가 만 13년 신앙 생활을 하여 올 수 있었던 은총중의 하나는 존경할 수 있는 신부님, 수녀님들을 그 여정중에서 몇 분 만나 뵐 수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형제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 2009.10.16.
도 그렇구요. 그래서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생기는가 봅니다. 아무래도 이번 견진성사에 대부 서기 전에 고해성사를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주님의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길!!^^ 2009.10.16.
들꽃 : 뜻밖에도 사람을 놀라게 하시는 신부님들이 왕왕 있더라구요^^ 저는 다른 신부님이 우리 본당에 계실 때 미사강론때 졸았거던요.... 그런데 좀 이상해서 눈을 떠 신부님을 쳐다보았더니... 2009.10.18.
강론을 멈춘채 그 신부님이 저를 노려보시고 계시더라구요....~~@@ 다른 어르신들이 성당안이 더워서 강론 시간에 주보로 얼굴을 좀 부치시면^^ 당장 미사를 중단한 채 그 노인도 노려보시곤 하셨습니다....그래서 그 신부님이 우리 본당 주임신부로 계시는 2009.10.18.
동안 그 신부님 보기 싫다며 이웃 성당으로 주일 미사드리러 가신 분들도 꽤 되셨는데요^^....... 저도 그 신부님 계실때 일부러 강론 시간에 아예 잠을 자는 척 한 때가 많았았습니다.^^ 벌써 아기가 많이 자랐네요. 무럭 무럭 잘 자라기 바랍니다. 2009.10.18.
형제님도 아기를 위해서라도 더욱 건강하시며 은총안에서 사시길 기도드립니다. 20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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