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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육식에 대한 질문
글쓴이: 박기호(신부)  날짜: 2008.07.25. 00:10:36   조회: 20382   글쓴이 IP: 121.161.227.202
공동체의 이상은 생명있는 모든 것에 대한 존중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평화의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가장 조화로운 질서는 자연에 있고 생명을 지탱케 하는 몸의 조화는 음식에 있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는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곳을 찾아 왔고 농업을 한다. 영적 수행에 자연과 농업만한 스승이 없다. 그건 베네딕토 이래의 전통적 가르침이기도 하다.

우리 마을은 봄나물이 나오는 초봄부터 가을까지 식품비 지출이 아주 적다. 가끔 약간의 생선과 고기, 과일 외에는 주변에 넘치는 푸성귀로 자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에 힘도 들고 많이 걸어다녀야 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밥을 수북하게 먹게 된다.

한 달에 80kg 쌀 세 가마니를 먹는데 산촌지역이라 벼농사가 없다. 우리 자신은 힘써 유기농업으로 살면서도 정작 친환경 쌀은 먹지 못해 아쉽다. 연간 400만원의 구입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물, 채소들이 풍성하니까 가족들의 몸도 건실하고 얼굴도 좋아진다.

공동체 세계의 마을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유, 계란 정도 외에는 거의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식습관이다. 얼마 전 방문했던 한 공동체에서 “왜 육식을 안 하는가?”를 물었는데 “굳이 고기를 즐겨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먼저 말해주겠어요?”라 반문했다.

‘육류 음식은 성질을 급하게 만들고 폭력적 유전자를 만든다.’
‘축산 사료에는 많은 곡물이 사용되므로 결국 식량 문제를 일으킨다.’
‘높은 영양을 얻기 위해 사용한 폐기 동물성 사료가 광우병 등 악성 질병을 일으킨다.’
등의 주장도 있지만, 그냥 일할 수 있는 건강을 가지면 족하지 않은가. 우리 국민들은 육식이 너무 과도하다. 골목마다 국도변 마다…. 만남과 접대, 회식, 야유회마다 고기를 굽는다. 가히 삼겹살, 소주 강산 이다.

음식은 생명 에너지다. 나쁜 음식은 흉물과 죽음을 만든다. 각종 암과 혈관 질환의 사망률 증가, 비만, 아토피, 조기 생리와 자폐아, 기형아 출산, 집중력 결핍 증후군, 신세대 청년 불임…. 우리 시대는 가히 유전자 변형의 기형적 인간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조부모와 부모가 키가 작은데도 아이들의 신장이 크다면 이상한 것임에도 부모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정말 이상한 부모들이다.

전문가들 말로는 축산과 농업에 투입되는 화학비료와 성장촉진제, 항생제, 항균제 , 병충해 방제와 제초제의 과도한 사용,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조미료, 인스턴트 식품에 색과 맛과 향을 내고 방부제로 사용되는 각종 화공 물질들이 620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들 모두 개별적으로는 허용 한계치가 있지만 체내에 엄청난 양으로 누적되어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유전자적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기술 문명이 인간을 진보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성과 야성의 인간이 퇴화당하고 있는 것이다.

신앙인이라면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복음적 삶인지 질문해야 한다. 얼마 전 일본 방문 중에 어느 주교님의 제안으로 귀농 공동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두 아들을 데리고 5년 전 귀농한 주부이다. 동경대 출신에 연극을 전공했다는데, 주교님이 본당 신부였을 때 주일학교 중등생이었단다.

저녁때가 되자 그는 텃밭에서 뜯어온 몇 가지 야채들을 소스에 가득 묻혀 올려놓았는데 그것이 메뉴의 전부였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반가운 주교님이 모처럼 먼 길을 방문했고 동네에는 마트도 있는데 생선 한 마리, 소시지 한 조각도 없이 식탁을 차리다니….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이상한 느낌이 왠지 좋았던 것이다. 귀농인의 어떤 기품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공동 모내기에 나간다면서 주먹밥을 만들었다. 같이 갔었는데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주먹밥을 만들어 와서 점심을 먹었다. 정말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이었다. 술 한 잔도 고기 한 점도 없었지만 부족함도 궁색함도 없었고 얼굴에는 밝은 행복감이 있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가 꺼질 줄 모른다. 식탁 불안 때문뿐이겠는가? 원칙과 대안 부재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에 저항하는 불길일 게다. ‘격물치지(格物致知)’라 했으니, 촛불로 깨어난 의식들이 사회의 전반적 문제를 성찰케 함은 당연하다.

더 근본적인 것에의 성찰이 필요하다. 광우병을 넘어 육식 자체에 대한 질문도 필요한 것이다. 자발적인 가난은 육신과 영혼을 건강케 한다. 적게 먹고 낮춰 먹고 나눠 먹고 사는 삶에 참된 행복이 있다.

박기호 신부(서울대교구 예수살이공동체 대표)
 
가톨릭신문 제2609호 2008년 07월 27일자 "방주의 창"에서 스크랩
주님사랑 : ^^ 잘 보았습니다. 글이 좋아서 가톨릭 신문을 찾아 제 블로그에도 올려놨습니다. 2008.07.26.
들꽃 : 이런 것을 보면 세상은 참 다양하게 보입니다. 우리 교회안에서 이런 생활을 하는 교회인가받은 단체가 있다는 것이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2008.07.27.
푸른여우 : 좋은 글 주신 신부님, 고맙습니다. 퍼갑니다^^ 200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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