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주십시오)"

"보십시오. 저는 여러해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한마리 주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주시는군요."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것이 다 네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다시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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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유 말씀은

회개하는 자의 태도와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지만,

오늘은 세 사람의 대화를 중심으로 묵상해보았다.

둘째 아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두 번이나 표현된 것은

하느님께로 돌아오지 않은 삶, 곧 세속의 유혹과 즐거움에 빠진 삶은

죽음과 같다는 것은 말하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자신이 죄인임을 뼈져리게 체험했고, 감히 하느님의 자녀로 불릴 자격이 없음을 아버지께

고백하며, 품팔이꾼으로라도 써달라고 간청하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품팔이꾼이라는 단어를 그가 입에 올리기도 전에

그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반지를 끼우고, 신발을 신기라고 하며 잔치를 베풀어주신다.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잔치를 받으려면, 우선 세속을 등뒤로 돌리고

하느님께로 완전히 돌아서야 함(회심)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큰아들은 단 하나의 계명도 어기지 않고 열심히 일했으나

그는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이 점을 제일 먼저 지적하여 깨우쳐주고 계신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큰아들은 자신이 처한 축복된 삶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다.

잘한 것 하나 없어보이는 동생이 잔치상을 받자, '나는 뭘 받았는가'를

따지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종처럼 일해왔음을, 계명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음을 내세우는

큰아들에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과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복된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주신다.

당신과 함께 사는 것과 또 당신의 상속자가 되어

'내것이 다 네것이가'라는 복된 축복의 상태를

전혀 모르고 화를 내는 큰아들에게, 다정하게 말씀하시는 아버지는,

분명 나약한 인간의 본성으로 큰아들처럼 성실히 산다는 것을 기특하게 여겨주셨을 것 같다.

왜냐하면 큰아들은 그러한 축복된 감정을 전혀 느끼지도 못하면서도

하느님 곁에서 말씀대로 성실히 살아왔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불평하는 큰아들에게 "내 것이 다 네 것이다"하는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라는 말씀은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영적인 것으로, 하느님과 함께 있음이

그 어떤 세속의 복보다도, 송아지보다도, 우선되는 큰 복임을 알려주시는 말씀이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라는 말씀 속에 잠기어 있다보니,

성 십자가의 요한의 글이 생각난다.

구약시대에...하느님의 얼굴을 보면 죽으리라고 말하며 무서워하던 것과

세상의 복을 무엇보다 더 큰 하느님의 축복으로 노래하며 세상의 축복을 그토록 높이 둔 것은

그리스도께서 강생하시어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시기 전까지는

인간은 하느님의 얼굴을 뵈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성소의 어둠속에서 기나긴 세월을 지내며 그리스도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보다

그 어둠속에 남겨지는 것보다는

세상에서 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구약시대보다 얼마나 감사로운 은총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느님께서는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라고 말씀하시며

가장 큰 행복으로 우릴 초대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님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고, 그리스도의 신부가 될 수 있으며

현세에서부터 "하느님과 늘 함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초대를

받았고

마침내 죽어서는 하느님의 얼굴을 직접 뵈옵는 은총까지 누리게 되었다.

언제나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했던 복음서의 인물들처럼

이 비유의 큰아들처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라는 큰 은총과 축복을 잘 깨닫지도 못하고

의식하지도 못한채

하루하루를 '먹고사는 일'에 다 허비해버리는 '나'에게

주님께서는 오늘도 다정히 가르쳐주신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영적인 것 대신에

세속의 즐거움을 주지 않았다고, 그것을 얘기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큰아들에게

아버지께서는 '세속의 염소 한 마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씀하시지

않으신다.

그의 말을 모두 들으시고, 다정히 말씀하실 뿐이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또한 "내것이 다 네것이다"라는 결정적인 말씀을 하심으로써

하느님과 늘 함께 있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은 주신다는 것을, 마침내 그가 하느님을 닮아 영적인

존재가 되리라는 것을 알려주신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주시면 그는 완전히 영적인 존재가 될 것이므로...

그리스도 공동체 또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성경을 항상 영적인 것을 얘기하고 있다.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