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홈페이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성공회의 신학적 전통, 전례와 영성, 교회 일치

이정구 / 성공회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장․신부

1. 성공회

󰡐성공회󰡑라는 용어는 전통적이며 역사적인 모든 교회가 사도신경과 더불어 니케아 신경에서 고백하고 있듯이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라는 의미의 한자 聖公會에서 비롯된다. 영어로는 Holy Catholic Church이다. 따라서 이단이 아닌 세상의 모든 교회는 교파와 교단을 넘어서 모두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성공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로마 가톨릭교회가 보편적이라는 의미의 Catholic이란 단어를 그 교단의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정교회가 정통교회라는 의미로서 Orthodox를 그 교단의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듯이, 성공회라는 용어도 특히 한국, 일본, 중국(대만)에서 󰡐앵글리칸교회󰡑(Anglican Church)라는 의미로서 교단의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영자 표기를 성공회의 일본식 발음인 Seikokai로 표기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 성공회는 공식 명칭 대한성공회를 The Anglican Church of Korea로 표기하고 있다. 성공회라는 단어의 의미만으로는 󰡐영국교회󰡑, 곧 잉글랜드교회를 의미하는 Church of England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앵글리칸교회 공동체󰡑를 의미하는 Anglican Communion 또는 Anglican Church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Anglican Church를 성공회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영국교회를 포함한 전 세계 Anglican Communion을 성공회라는 용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영국교회를 포함한 모든 앵글리칸교회는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일원이며 한국 성공회1)도 그 일원이다.

2. 세계 성공회의 직제

세계 성공회는 현재 영국을 비롯한 160여 개 국에 38개의 독립적이며 자치적인 지역 관구와 7,000여 만 명의 신자가 있다. 영국교회의 수장은 영국의 국왕이지만 실제적인 교회 치리는 교구 중심의 각 교구장 주교가 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는 요크와 캔터베리 두 개의 관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캔터베리 대주교는 요크 관구 관할 지역을 제외한 다른 모든 영국 지역을 관할한다. 캔터베리 대주교좌는 영국 남부에 있는 캔터베리 성당에 있으며 대주교 궁인 람베스(Lambeth) 궁은 테임즈 강을 사이에 두고 국회의사당을 마주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캔터베리 대주교2)는 세계 성공회 의회 의장으로서 세계 성공회를 대표한다. 그러나 성공회는 가톨릭과는 달리 교황과 추기경의 직제는 없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자신의 관할 지역이 아닌 다른 관구와 교구에 별다른 구속력이 있는 명을 내린다거나 교서 또는 칙령을 선포하는 경우는 없으며 성탄절과 부활절 메시지를 선포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신학적 문제3)에 대한 그의 표명은 세계 성공회에 대한 구속력은 없지만 성공회 신학과 지역 사목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람베스 궁에서 10년마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소집하는 세계 주교회의인 람베스 회의4)에서는 각 지역 교회의 보고와 함께 세계 성공회의 지난 10년 동안의 선교에 대한 반성과, 모든 성공회 공동체가 향 후 10년 동안 공동으로 지향할 선교 목적과 그 향방, 무슬림과 기타 타종교간의 대화, 여성 사제 문제, 그리고 세계 정치 문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신학적인 견해를 토의하며, 그 해결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 교회에 대한 구속력은 없으며 각 나라마다 동등한 자치 권한을 갖는다.

3. 성공회 신학의 특징

성공회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이해하고 지키며 실천하는 데 세 가지 관점 또는 기준을 발전시켰다. 그것은 모두 성공회의 역사와 신앙 체험에서 비롯된 것으로,5) 곧 󰡐성서와 이성과 전통󰡑이다. 성서는 모든 신학과 신앙의 원천이며, 이성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은총으로 교회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판단하는 이성이다. 그리고 전통은 인간의 경험과 실천, 그리고 합의가 최종적으로 만들어 낸 교회의 중요한 권위이다. 성공회는 이렇게 󰡐성서, 전통, 이성󰡑의 긴장 관계를 통해서 극단적인 주장과 오류를 피하는 중용의 정신을 구현해 왔다.6) 따라서 성공회 신학(Anglicanism)은 한마디로 중용 곧, 󰡐중도주의(Via Media)와 포용주의(Comprehensiveness)󰡑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신은 성공회가 정착되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이념이다. 영국교회는 헨리 8세가 이혼을 하기 위해 로마 교황에 반기를 들고 설립한 교회라는 상식은 영국 종교개혁을 비난하거나 영국교회를 비하하고자 하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영국 종교개혁의 여러 요인 중에서 특별히 왕의 이혼 문제7)를 가장 큰 요인으로 대두시킨 것은 하나를 전체로 보는 편협한 견해일 뿐이다. 영국과 로마의 결별은 국왕 중심으로 국가를 통일시키기 위해 국가 교회를 창설하고자 했던 헨리 8세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뒤를 이은 메리 여왕은 영국교회를 다시 헨리 8세 이전의 가톨릭으로 되돌렸다. 그 후 엘리자베스 여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신학적으로, 조직적으로 정리된 영국교회(성공회)가 태동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회 신학을 특징짓는 중도주의는 에드워드 6세(1547-1553년)와 엘리자베스 1세(1558-1603년) 시대를 통해 기존의 가톨릭 신학과 종교개혁으로 태동한 개신교 신학을 포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성공회 신학의 초석은 영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마련된 통일된 「공동 기도서」(The Book of Common Prayer)와 루터와 칼뱅의 영향으로 구성된 「39개 신앙 신조」(The Thirty-Nine Articles of Religion)를 들 수 있는데, 중도주의는 이 두 곳에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39개 신앙 신조」는 성공회의 입장에서 볼 때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가톨릭의 몇 가지 신학8)과 재세례파 그리고 청교도들의 극단적 신학과 형태를 배제한 중도적 신앙 신조이다. 이 점에서 성공회는 가톨릭이며 프로테스탄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회는 사도적 전통의 주교 제도를 계승하고 초기 가톨릭 공의회의 신학적 결정을 수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개신교의 개혁 사상을 수용하고 의회 제도를 통한 민주적인 교회 치리 방식을 도입한 교회 공동체이다. 성공회는 관구와 교구 의회를 제외한 어떤 입법 기구도 없는데, 주교는 교구 의회에서 성직자단과 평신도 대의원단이 함께 선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성공회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공동 기도서」를 들 수 있다. 이것을 통해 성공회 전례의 형식과 절차, 성사와 교리를 모두 볼 수 있는데 「공동 기도서」는 성공회 신학과 교회의 전통, 전례를 담고 있는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공식 예식서이다.

4. 교회 건축과 전례

성공회는 예배를 중시한다. 교회 건축은 예배 전례의 형태와 기능의 불가분 관계에 있다. 곧 예배와 찬양의 기능이 형태를 형성하는 것이 교회 건축의 일반적 특징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예배를 드리는 기능적 특성을 수용하기 위한 양식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교회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 건축의 양식과 공간 구조를 보면 그 교회의 신학, 전례, 영성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영국교회의 건축과 전례의 틀을 다지게 했던 옥스퍼드 운동은 이 영향을 받은 영국 선교사들이 선교한 나라들의 성공회 교회 건축과 전례에 미친 영향은 크다.

1) 예전 복고 운동-옥스퍼드 운동

19세기 중엽 영국의 미술 공예 운동(The Arts and Crafts movement)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론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형성한 운동이다.9) 특히 러스킨(John Ruskin, 1819-1899년)과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년)를 중심으로 전개된 18세기 중엽 영국의 미술 공예 운동은 영국 중세기 산물을 모방하여 기계로 생산되는 작금의 공업 상품에는 미적 가치가 전무하다고 주장하고, 중세기적 방법으로서 미술 공예 상품을 생산할 것을 제창하였다. 19세기 중엽, 영국의 모든 분야의 풍경은 낭만주의의 사조였는데 종교적 낭만주의와 미학적 낭만주의가 상호 교류하여 독특한 미술 공예적 교회 건축 운동을 펼쳤다. 그것이 바로 고딕 양식을 재현한 것이었고 이것은 미술 공예 운동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10) 교회를 고딕 양식으로 건축하도록 도왔던 두 건축 이론가와 학회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퓨진(Pugin)과 러스킨이며 학회로는 영국 성공회의 예전 운동이었던 옥스퍼드 운동(The Oxford Movement)11)으로 알려진, 옥스퍼드 건축과 역사학회(The Oxford Architectural and History Society)의 기초를 놓았던 「트랙타리안」(The Tractarians)과 「교회 건축 연구가」(The Ecclesiologist)라는 책을 출간하고 후에 교회건축연구가 학회(The Ecclesiological Society)가 된 캠브리지 캄덴 학회(The Cambridge Camden Society)12)를 들 수 있다. 미술사에서는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에 속한다.

옥스퍼드의 트랙타리안들과 캠브리지의 캄덴 학회는 영국에서 전(前) 종교개혁(pre-Reformation, 가톨릭 재건 운동) 의식의 형태를 회복하는 운동을 펼쳤다. 트랙타리안들은 신학 소책자 발간을 통해 자신들의 신학적 주장을 했으며, 캄덴 학회는 「교회 건축 연구가」(The Ecclesiologist)라는 교회 설계와 비평에 관한 책 출판을 통해 트랙타리안들이 일으켰던 󰡐고 교회 운동󰡑(The High Church Movement)에 적합한 건축적 취향을 제공하는 방법으로써 고딕 건축과 예전의 조화를 연구하였다.13) 영국에서 가톨릭의 주요한 교회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했을 시기에도 영국 성공회는 대체로 고딕 양식으로 건축했다. 과거 영국교회는 같은 공동 기도서를 사용하면서 전례의 양식은 유향을 사용하지 않고 예배 때마다 항상 성체를 영하지 않는 󰡐저 교회󰡑(Low Church)의 성격과, 중세 풍의 가톨릭 전례에 가까운 예전을 집행하는 󰡐고 교회󰡑(High Church)의 성격을 가진 두 그룹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는데, 1970년대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양측의 특성을 살린 중도적인 성격을 띠는 교회가 일반적이다.

2) 한국 성공회 교회 건축 양식과 전례

성공회만의 교회 건축이라는 것은 그리스도교 에큐메니즘에 역행하여 교파별 파벌 의식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를 내포할 수 있다. 교회 건축도 집과 같아서 교인들은 자신들의 교회를 겉 모양새뿐만 아니라 예배를 드리기 위한 내부 공간을 아름답고 견고하며 편리하게 짓고 꾸미고자 한다. 동시에 심리적으로 다른 교회 건축물과 차별화한 아름다움, 또는 독특한 양식을 구축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중세를 거치면서 그들의 권위와 예전을 표현하고 담을 수 있는 고딕 양식을 그들의 보편적 양식으로 삼았다. 한국의 가톨릭교회도 초기에는 고딕 양식으로 구축했으나 현대에 오면서 자신들의 교회를 고딕이 아닌 다른 독특한 양식으로 축조했다. 현대 건축이 그러하듯이 양식이란 어느 특정 단체가 독점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가톨릭교회는 건축 양식에서 독자성을 찾기보다는 오랜 동안 그들만이 사용하고 있는 십자가 모양을 통해 가톨릭교회임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영국교회가 가톨릭과 결별한 것이 16세기이고, 중세 가톨릭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예전 복고 운동이 일어난 것이 17세기이므로 결국 빅토리아 왕조까지 고딕 또는 고딕 복고 양식이 영국 성공회가 전통적으로 지켜 내려오는 건축 양식의 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고 교회󰡑의 유산을 이어받은 한국의 초기 영국 선교사들은 당연히 한국 성공회 건축 양식도 고딕 복고풍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 성공회의 3대 주교였던 트롤로프 주교(1911-1930년 재임)는 실제로 이 양식으로 서울 주교좌 성당을 건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주교의 가까운 친구로서 비잔틴 로마네스크 전문가였던 영국인 설계가 딕슨의 조언과, 건축비 문제와 주변 풍광과의 조화 등을 이유로 결국 신 로마네스크 풍으로 축조하게 되었다. 동시에 지역 전도구 교회(parish church)들은 한국 목조 건축 양식으로 축조되었는데, 트롤로프 주교는 한국 목조 양식으로 강화 성당을 건축하고 사용해 본 결과 이런 양식은 서양의 󰡐고 교회 전통󰡑의 예전을 담기에 부적합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 후 현대의 신 건축술과 건축 재료의 개발로 1940년 이후 한옥식 교회는 더 이상 축조되지 않았다.

1965년 초대 한인 주교 이후 교세 확장에 따른 교회 건축과 개축이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그때마다 한국 성공회는 부족한 건축비와 예전 및 건축에 대한 전문가 부족으로 좋은 건축물을 축조할 수 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면서 한국 성공회를 상징할 수 있는 어떤 양식적인 표지와 상징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서 십자 형태의 양날 도끼 모양의 십자가 형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켈틱 지역에서 온 것으로 런던에 있는 캔터베리 대주교의 궁인 람베스 궁 앞마당에 서 있다. 실제로 이 십자가는 세계 성공회에서 실내외를 비롯하여 목걸이 등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점에서 볼 때 이 십자 형태는 성공회의 상징적인 십자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십자 형태는 한국에 온 초기 영국 선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십자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양을 옥외에 설치할 때는 시각적으로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모양의 십자가를 옥외 네온 간판으로 사용하는 교회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시민들이 이 십자가 모양만으로 성공회라는 인식을 하기에는 교세가 너무 미약하고 십자가 형태를 통한 성공회에 관한 홍보도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 대 이후 신축되거나 개축된 안중교회를 비롯한 한국의 몇몇 성공회 교회는 종 탑 위 십자가 형태를 가톨릭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터인데, 대체로 소위 장로교, 감리교가 속해 있는 개신교의 하나라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가톨릭교회의 한 부류라는 이미지로 세상에 보이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개신교에 대한 역기능적 이미지에 흡수되기를 원치 않는 차별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성공회 사제와 신자들의 성공회 예배에 대한 인식이 일반 개신교와는 달리 󰡐고 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가톨릭 미사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가톨릭교회가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십자 형태를 그대로 성공회가 사용한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성공회는 가톨릭교회에 속해 있는 교단이 아닐 뿐더러, 십자가 표지로 세상 사람들이 성공회를 가톨릭교회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가톨릭에 대한 성공회의 자존심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성공회 나름의 켈틱형 십자 형태나 또는 강화성당에서 볼 수 있는 연꽃 모양으로 토착화된 십자 형태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가톨릭에서 사용하고 있는 십자가를 사용하는 점이다. 오히려 가톨릭교회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다음은 교회 건축 양식의 문제이다.14) 앞에서 밝혔듯이 한옥식 목조 건축 양식을 현대 교회에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양식이 한국 성공회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일단 정해진 모델 양식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성공회의 특성이 지역성, 중도성, 포용성인데 건축 양식마저 일정하게 정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각 지역의 특성과 지형에 적합하지도 않을뿐더러 성공회 신학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교회의 지역 주변 환경과 풍광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고 주변 건축물들과 크게 차별성을 두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양식이어야 한다. 건축에는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축조 자체가 자연에 대한 파괴 행위일 수밖에 없다. 토착화를 말하면서 한국의 목조 건축 개념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한 외형적 요소가 토착화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는 없다. 최근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한국식이란 대체로 조선 시대의 특정한 기간의 목조 건축 양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IMF 경제 공황으로 일시 건축이 중단된 성공회 강화 온수리교회는 서울 주교좌 성당 양식 개념을 그대로 이식한 흔적이 보인다. 또 안중교회를 비롯한 몇몇 성공회 교회는 주교좌 성당의 종 탑 로마네스크 형태를 부분적으로 취하여 성공회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런데 성공회가 영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서울 주교좌 성당의 양식은 영국 성공회의 일반적 양식인 네오 고딕 양식이 이식된 것이 아니라, 1900년 초엽 영국 버밍엄 지역의 교회 양식을 이식한 것이다. 이러한 양식이 수입된 이유는 지형상 고딕 양식보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정동 지역에 더 어울렸고, 영국인 설계가 딕슨(A. Dixon)의 전공과 취향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성공회 교회 건축도 그것을 답습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반성은 있어야 한다. 서울 주교좌 성당이 성공회의 상징으로 세인들에게 이미 각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최근 성공회가 아닌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도 큰 건축 비용을 들여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서양의 전통적이며 보편적이었던 양식인 고딕 양식이 가톨릭교회의 전용물이 아니듯이, 로마네스크 양식도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성공회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양식이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시각적인 정체성을 담보해 내기란 단순하지 않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종 탑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십자가 형태도 중요하다. 오히려 강화성당의 연꽃 모양의 십자 형태는 현재 한국 성공회의 정체성과 토착화를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상징일 수 있다. 의도적으로 특정한 자신들만의 양식이라고 고집하고 드러내기보다는 그 교회의 특성과 지역 풍광, 그리고 교인들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성공회 예전을 담아낼 수 있는 예배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대형 예배 공간이 마련되면 필히 소수의 영성을 위한 예배 공간 또는 기도 공간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시차를 두고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면 좋을 것이다. 건축을 하기 전에 교인들의 설문은 물론, 지역 주민의 의사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건축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교회 건축에 대한 예전과 신학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후, 자신의 작품을 펼칠 때 좋은 교회 건축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회 건축사에서 토착화의 모범이 되고 있는 국가 문화재로서 강화성당과 영국의 미술 공예 운동의 한 줄기를 담고 있는 서울 지방 문화재인 서울 주교좌 성당은 한국 성공회 건축을 상징하고 있다.

5. 성사와 영성

영국교회의 전통은 베네딕토 수도승 어거스틴이 교황의 선교사로 캔터베리에 도착한 597년 이전 켈틱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켈틱 영성은 성 파트리치오와 골룸바노와 같은 성인들을 배출했듯이 수도원 영성으로 순교자의 열정적인 신앙에 맑고 깔끔한 기도서와 린디스화른(Lindisfarne)의 필사본 성서를 유산으로 남겼다. 여기에 가톨릭의 베네딕토 수도회와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영성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수도원적이며 성사를 중시하는 󰡐고 교회적󰡑 영성이 성공회의 전통이 되었다. 성공회 학자이며 캔터베리 대주교를 역임했던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의 전례와 영성, 사회 선교와 그의 앵글리카니즘은 종교 개혁기 엘리자베스 여왕 1세 치하 때 칼뱅파의 주교 직제에 대한 강한 비난과 가톨릭 신학 사이에서 성공회의 중도적인 신학적 기틀을 다졌던 리차드 후커(Richard Hooker)의 공헌만큼이나 현대 세계 성공회 신학의 기초가 되었다. 템플은 행위와 헌신이 배제된 예배와 전례는 미신적인 주술이라고 일축하면서 도덕적 개선과 진보의 원동력은 예배에 있다고 하였다.15) 그리고 예배의 중심은 성례전(성찬례)에 있는데 이것은 영적인 것이 육화된 것이라고 하였다.16) 템플은 성찬례에 관하여 그리스도의 희생에 참여하지 않고 어떤 신성한 응답도 없이󰡐다만 기억할 뿐이며 상징에 불과하다󰡑는 개신교 신학과 가톨릭의 실체 변화(transsubstantiatio)도 수용하지 않았다. 템플에게 성만찬은 그리스도의 희생에 대한 기억과 기념을 넘어 재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실천에 대한 강조는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이끌어내는 힘이다.

성공회 신학자 코울리지(S. T. Coleridge)는 성공회 신앙의 세 가지 특성, 곧 󰡐성서, 전통, 이성󰡑에서 영성에 관한 것을 󰡐이성󰡑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이성을 󰡒보편적이고 확신을 가져다 주는 능력으로서, 인간의 감각과 증거 너머에 있는 진리의 원천이자 실체󰡓라고 하였다. 󰡒이성을 통해 마음에 충만한 신앙이 살아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울리지에게 이성이란 인간의 지적인 능력보다는 오히려 종교적 깊이에서 오는 신비한 경험, 영적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회 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템플과 코울리지의 영성에 관한 견해는 성찬례의 성사적 신비의 영성과 성육신 이론의 신비는 이성을 통해 정의를 향한 참여와 행동으로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17) 성공회 신자들의 영성 생활의 뿌리는 기본적으로 예배에서 시작하는데, 개인기도, 명상도 빼놓을 수 없는 영성 생활의 기본이다. 성공회 예배의 틀과 내용을 담은 예배의 모범서는 「공동 기도서」이다. 앵글리카니즘과 밀접한 영성에 관한 여러 이론들은 이 공동 기도서에 집약되어 나타나고 있다. 매일 드리는 아침, 저녁 기도문에는 󰡐온건(godliness), 정의(righteousness), 절제(sobriety)󰡑야말로 성공회의 영성임을 밝히고 있는데18) 이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 같은 신사도인 것이다.

6. 교회 일치 운동

켄터베리 대주교의 직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 일치를 위한 업무라는 점이다. 1886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 성공회 총회에서 교회 일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가결된 조항을 1888년 세계 성공회 주교회의인 람베스 회의에서 결의하였는데 이것은 오늘날까지 성공회와 세계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위한 신앙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는 그리스도교의 기본적인 신앙 선언이 함축되어 있다.

이것을 󰡐람베스-시카고 4개 조항󰡑(Lambeth-Chicago Quadrilateral 1888)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구약과 신약의 66권은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하느님의 계시된 말씀이다.

2. 초대 교회의 신앙고백인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선언이다.

3. 세례와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신 두 가지 성사이다.(가톨릭의 일곱 성사 중 나머지는 사목적 예식 또는 준성사로 간주한다.)

4. 역사적 주교직(historical episcopate)을 견지한다.

1988년 󰡐시카고-람베스 4개 조항󰡑(결의 4, 2호)에 관하여 결의한 1998년 람베스 회의에서는 이 조항이 교회의 완전하며 가시적 일치를 추구하는 성공회의 기본 조항임을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세계 성공회의 교회 일치를 위한 다양한 경험19)들이 기반이 되어 1988년 영국교회와 독일 복음주의교회 간에 󰡐마이센 합의󰡑를 이끌어 내었는데, 이것은 금세기 최대의 에큐메니컬 합의라고 일컬어지는 「포르부 공동 선언」(Porvoo Common Statement)20)의 신학적 기초가 되기도 했다.

특히 세계 성공회와 가톨릭교회의 에큐메니컬 대화21)는 󰡐성공회-로마 가톨릭교회 국제 위원회(ARCIC)󰡑를 통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22) 이 둘 사이의 어려운 과제는 무엇보다도 로마 교황의 수위권(primacy)에 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2005년에 있을 제13회 세계 성공회협의회(ACC) 때 󰡐교회의 권위-3; 권위의 은사(The Gift of Authority)󰡑에서 다시 다루어질 예정인데,23) 성공회도 가톨릭과 더불어 로마 교황의 보편적 수위성을 재 수용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성공회와 가톨릭이 앞으로 풀어 가야 할 신학적이며 교리적인 문제들을 더욱 적극적이며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이외에도 루터교, 기타 개신교들과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성공회는 중도적 신학의 특성, 특히 포용성으로 각기 다른 교파와 교단간의 교회 일치를 위한 문제를 수렴하면서 공통의 과제를 이끌어 내는 신학적 대화와 교회 일치 운동을 이끌어야 할 몫을 갖고 있는 것이다.

7. 맺는 말

간단하나마 성공회의 신학과 신앙, 영성, 교회 건축과 전례에 관해 두루 살펴보았지만,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성공회 사상을 쉽게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새삼 성공회의 특징을 요약한다면 그것은 󰡐성서, 전통, 이성󰡑을 근간으로 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태동한 󰡐중도주의와 포용주의󰡑이며 이 사상을 통해 세계 성공회는 교회 일치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

특히 성공회는 예배와 기도를 통한 성사와 영성에 대한 깨달음을 중시하고 있다. 성사는 개신교의 󰡐기념설과 임재설󰡑, 가톨릭의 󰡐실체 변화󰡑 이론을 넘어 그리스도의 희생에 참여하는 예배의 참여와 실천, 곧 온유와 정의와 절제의 실천을 통해 참다운 성사의 신비와 영성의 신비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앵글리카니즘은 그동안 가톨릭과 개신교의 극단적인 부분을 배제한 중도성 또는 포용성이라는 개념을 극복하고 󰡐중도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곧,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에서 중도성, 또는 리버럴리즘과 모더니즘 사이에서의 중도성과 같은 것이다.24) 세계 성공회는 각 나라 또는 교구마다 처음 선교를 하였던 선교사들의 종교적 배경에 따라 저 교회 또는 고 교회의 특성을 저마다 지니면서도 분열 없이 앵글리칸 공동체로서 단일한 교단으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한국 성공회는 1890년 해외 선교 단체(SPG)의 후원과 옥스퍼드 운동을 계승한 영국의 고 교회 출신으로 구성된 선교사들에 의해 선교된 이래 1965년에는 초대 한인 주교를 세우고 1992년에는 캔터베리의 등외 관구(extra-province)에서 국가 단위의 독립 관구로 승격하였다. 대표적인 교회 건축물로는 100년 전에 건축된 한국 목조 구조의 강화성당과 1926년에 완공 못하고 사용하다가 1996년에 비로소 완성된 서울 정동의 로마네스크 풍 서울 주교좌 성당이 있다. 대한성공회는 고 교회 풍의 예전을 유지하다가 1990년 대 이후 사제의 세대 교체와 시대적 조류에 따라 중도적 성향을 띤 예전으로 전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선교사 시대를 마감하고 탈 영국 종교 식민주의성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고 있으며, 토착화 신학을 포함한 한국 성공회만의 특성에 대한 담론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담론이 지나치게 되면 야만주의처럼 독선이나 우월주의에 빠지거나, 또는 배타성을 띤 콤플렉스로 재현될 수 있으며 급기야 교회 일치 운동에 역기능적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대한성공회는 현재 2만 명 안팎의 교인과 130여 개 안팎의 교회를 갖고 있는 소규모 교단이지만, 수녀원과 남자 수도원은 성공회의 영성 훈련과 개발에 좋은 장이 되고 있으며, 일반 전도구 교회 사목 외에 교육 기관으로는 성공회대학교, 사회 선교로는 나눔의 집, 후드뱅크, 기타 20여 곳의 사회 복지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기할 것은 한국 성공회의 교회 일치 운동을 들 수 있는데 한국 가톨릭교회와의 지속적인 대화는 물론, 2000년 6월부터 개신교 장로회 경동교회와 성공회 주교좌 성당은 예전을 서로 이동하여 교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것은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을 향한 교파주의와 개별 교회주의를 극복하는 포용성의 실천이다. 향후 예배만이 아니라 신학교의 교과과정, 지역 프로그램, 통일과 인권 문제 등의 과제에 교파와 교단이 함께 공유하고 협력, 실천해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 참고 도서

1. Hannaford. Robert(ed.), The Future of Anglicanism, Hereford, Gracewing, 1996년.

2. Lee Jeong-ku, Architectural Anglicanism, Ph. D. Birmingham University, 1998년.

3. McGarth Alister, The Renewal of Anglicanism, SPCK, 1993년.

4. The Anglican Communion; a guide, Anglican Communion Office, 1991년.

5. Wolf. William J., The Spirit of Anglicanism, Morehouse-Barlow Co., Inc. 1979년.

6. 구두인, 「성공회의 특징」, 예수원, 1990년.

7. 「대한성공회 공도문」, 대한성공회 출판부, 1994년.

8.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소, 「그리스도교의 즐거움」, 서울, 성공회대학교 출판부, 2002년.

9. 정철범 주교, 회갑 기념 논문집 「전례와 사목」, 대한성공회 출판부, 2000년.

10. 󰡐한일 성공회 신학회 심포지엄󰡑, 미발간 간행물, 동경, 2000년

주(註)

1) 대한성공회, 「공도문」, 서문, 대한성공회 출판부, 1994년: 󰡒대한성공회는 그리스도교계 안에 모든 분별이 없어지고, 모든 신자들이 다시 외형으로 한 목자 아래 한 떼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대한성공회의 본원인 관구, 곧 캔터베리 관구와 또한 캔터베리 관구와 한 성체성사를 영하는 모든 교회, 그 가운데 특별히 동남 아시아 성공회와 같은 성사를 받는다. 또한 대한성공회는… … 1, 그리스도의 교리(니케아 신경, 아타나시오 신경, 사도신경)를 준수한다. 2, 정경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을 가지고 교회의 전통에 따라 해석하며 믿음과 도덕의 근원으로 삼는다. 외경 14권을 준 정경으로 삼는다. 3,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사 중에서 구원에 필요한 세례성사와 성체성사가 큰 성사이며 그 밖의 다섯 가지 성사는 견진, 고해, 성품, 혼인, 조병(병자) 성사인데 이것은 사람마다 자기 조건에 따라 마땅히 받을 것이다. 성사 거행, 성무 일과와 다른 공식 기도서는 1662년 캔터베리와 요크 관구에서 성직자가 관구 회의에서 정한 「공도문」 책이다. 교구 주교는 주교의 예전적 권리로서 규례와 서식을 변경하여 사용할 수 있다. 4, 가) 교회의 삼품 성직, 곧 주교와 사제와 부제 성직은 성공회가 항상 존중히 여긴다.󰡓2) 초대 켄터베리의 대주교는 597년 성 아우구스티노부터 시작한다. 현재는 103대 주교로 조지 커리가 재임 중이다.

3) 예를 들면 여성 사제, 동성애와 동성애자의 성직 서품, 에이즈, 인권과 평화, 생명 복제 문제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켄터베리 대주교의 신학적이며 사목적인 교서를 들 수 있다.

4) 1차 람베스 회의는 1867년에 개최되었으며 지난 1998년 회의는 제 13차가 된다.

5) 김진만, 󰡒성공회 이야기-그 믿음과 삶󰡓,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소 편, 「그리스도교의 즐거움」, 성공회대학교 출판부, 2002년, 145면 참조.

6) 같은 책, 147면.

7) 영국 종교개혁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국왕의 이혼 문제가 없었다 할지라도, 14세기 중엽 성서만이 진정한 가르침이라 외치고 성서를 영어로 번역했던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 1324-1384년)의 종교개혁에 이어 칼뱅주의의 영향과 영국 국민의 민족주의를 들 수 있다. 곧, 영국 왕과 로마 교황의 불화는 상치되는 신학과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 왕실의 결혼 문제가 위의 역사적 상황들을 부추기면서 영국과 로마 사이의 종교와 정치가 충돌하였다고 할 수 있다.

8) 성공회 신앙과 두드러지게 다른 가톨릭교회의 신학과 신앙 양태로는 성체의 실체 변화와 연옥설, 마리아 승천 등을 들 수 있다. 성공회에서 성체에 대한 입장은 임재설에 가까우며, 연옥을 믿지 않고, 성모 마리아는 성인들의 으뜸으로 여기며 다른 성인들과 같이 축일로 정하여 지키고 있다.

9) Elizabeth Cumming․Wendy Kaplan, The Arts and Crafts Movement, London, Thames and Hudson Ltd., 1995년, 9면 참조.

10) Alan Crawford(ed.), 󰡒The Arts and Crafts Movement󰡓, in By Hammer and Hand, The Arts and Crafts Movement in Birmingham, Birmingham Museums and Art Gallery, 1984년, 7면 참조.

11) 옥스퍼드 운동은 1833년 당시의 󰡐신 과학󰡑과 자유주의가 교회의 신앙을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항하고자 옥스퍼드 학부 학생들과 신학자들이 모여 논문을 통해 과거 중세기 가톨릭과 성공회의 전통성과 연속성을 강조하던 운동이다. 이들은 Tracts for the Times라는 잡지를 발간하여 󰡐트랙타리안󰡑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특히 예전과 교회 건축에 관심이 깊어 전통적인 「성공회 공도문」(Book of Common Prayer of the Anglican Church)을 고집하고 예전에서 설교보다 성사에 더욱 관심을 지녔던 그룹이다. 따라서 성사뿐만 아니라 교리 개혁에 관심을 갖고 영적이며 신비적인 중세 예전으로 회복하는 운동을 하였다. 이러한 중세의 가톨릭 예전을 집전하기 위해 교회를 장식하고 예배 드리는 교회를 당시 󰡐고 교회󰡑(The High Anglo-Catholic Church)라고 불렀는데, 교회의 회복은 바로 이러한 높은 차원의 예전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고 실천하였던 운동이다.

12) 캄덴 학회는 1839년 죤 매슨 닐(John Mason Neale)과 벤자민 웹(Benjamin Webb) 두 명의 캠브리지 대학 학생들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후에 이 두 사람은 성직자가 되었다. 이들의 견해는 근본적으로 미학적 문제가 아니었고 예전을 위한 틀로서 교회 건축과 가구에 관심을 두는 것이었다. 그들이 품었던 예전이란 󰡐고 교회적󰡑(High Anglican Type)인 것이었다.

13) C. M. Smart, Jr., Muscular Churches: Ecclesiastical Architecture of the High Victorian Period, London, The University of Arkansas Press, 1989년, 7면 참조.

14) 이정구, 󰡒작은 미술관; 기독교 건축과 미술󰡓 에 관한 연재, 「살림」, 1999년 12월 - 현재, 한국신학연구소 참조.

15) Joseph Fletcher, William Temple, N. Y., Seabury Press, 1963년, 87면 참조.

16) Temple, Nature Man and God, 36면.

17) 주낙현, 󰡒성공회 신앙의 역사적 이해의 문제들󰡓, 「전례와 사목」, 대한성공회출판부 2000년 참조.

18) William J. Wolf, 󰡒Anglicanism and Its Spirit󰡓, The Spirit of Anglicanism; Hooker, Maurice, Temple, Morehouse-Barlow Co. Inc., 1979년, 174-178면 참조.

19) 성공회-로마 가톨릭교회 국제 위원회(ARCIC), 여러 루터 교회와의 대화,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 직제위원(세례, 성찬, 직무: BEM 문서)의 활동, 개혁 교회와의 대화, 감리교회, 아시리아 정교회, 모라비아교회, 오순절교회 등과의 대화를 포함한다.

20) 「포르부 공동 선언」(Porvoo Common Statement, 30-31면)에서 합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상호간의 모든 교회는 유일하고, 성스러우며, 사도적 교회에 속하며 사도적 선교에 진정으로 동참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2. 우리의 모든 교회에서 하느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고 세례와 성만찬이 올바르게 집행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3. 우리의 모든 교회가 공통의 사도적 신앙고백을 나누고 있음을 인정한다.

4. 상호 서임된 성직은 하느님 은총의 그릇으로서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음을 인정한다.

5. 우리의 모든 교회에서 인격적이며 공동체적인 주교직이 사도적 삶과 선교와 직무의 연속선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되고, 실행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6. 주교적 직무가 교회 일치와 사도적인 삶과 선교와 직무의 지속성을 표시하며 봉사하는 가시적인 징표로서 우리들의 모든 교회 안에서 가치 있고, 지속되고 있음을 인정한다.

21) 이경호, 「세계 교회 일치를 위한 성공회의 공헌 연구」, 한신대학원 석사 논문, 1989년 참조.

22) 그 주요한 결과는 󰡐유카리스트(성체성사)의 교리(1971년), 봉사직과 성직서임(1973년), 교회의 권위(1976년, 1981년), 구원과 교회(1987년), 친교로서 교회(1990년), 그리스도의 생명(1994년), 해명󰡑 등 다수가 있다.; 니시하라 렌타, 󰡒성공회의 주교직 이해에 관하여󰡓, 2000년 11월 28일 한일 성공회 신학회 심포지움 발제문(미발간), 동경.

23) 성공회와 가톨릭의 주요 합의 문서 내용은 󰡐교회의 권위󰡑와 관련된 그리스도교적 권위(Christian Authority), 교회 통교의 권위(Authority in the Communion of the Church), 신앙 문제의 권위(Autrhority in Matters of Faith), 공의회와 수위권(Conciliar and Primatial Authority), 베드로 본문(Petrine Texts), 하느님 법(Jus Divinum), 관할권(Jurisdiction), 무류성(Infallibility) 등이 있다.: Anglican-Roman Catholic International Commission, The Final Report, London, SPCK, 1982년 9월.

24) Alister McGarth, The Renewal of Anglicanism, SPCK. 1993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