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시대의 가톨릭 교회

-- 프랑스대혁명은 나폴레옹(1769-1821)의 군사쿠데타로 끝났으나 프랑스혁명의 자유주의라는 이념은 나폴레옹의 대외정복전쟁을 통해서 유럽 국가들에 널리 전파되었다. 1815년 비인회의 이후 오스트리아의 수상 메테르니히(1773-1859)가 주도한 '4국동맹'과 신성동맹의 국가들은 절대군주체제를 강화하고 자유주의자들의 혁명운동을 저지하였으나 자유주의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1848년 프랑스의 '2월혁명'과 오스트리아의 '3월혁명'으로 보수적 전제군주체제가 무너지면서 유럽에서는 자유주의와 민족주의의 시대가 들어섰고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전개된 민족적 자유주의운동은 1870년대에 들어서면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통일국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두 나라에서 통일국가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교회와 국가의 충돌이 발생하였고 프랑스대혁명 이후 교회는 다시 어려운 처지에 부닥쳤다.

독일에서는 가톨릭세계와 프로테스탄트세계 사이에 일어난 종교전쟁이라고 불리는 '30년전쟁(1618-1648)' 이후 '베스트팔렌조약'(1648)으로 '신성로마제국'은 흔들리기 시작하여 1806년에 '라인연방'이 제국에서 탈퇴하면서 무너지고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왕국, 라인연방으로 나누어졌다.

프로이센왕국은 1862년에 비스마르크(1815-1898)가 수상으로 등장하여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전쟁'(1866)에서 승리함으로써 연방체제는 없어지고 오스트리아의 전통적 지배에서 벗어나 남서부지역의 연방을 제외한 독일의 모든 지방이 프로이센왕국에 합병되어 '북독일연방'이 성립되었다.

이어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1870-1871)에서 프로이센왕국은 승리하여 1871년 1월에 프로이센 중심의 '독일제국'(1871-1918)이 탄생하였다.

1701년에 세워진 프로이센왕국은 프로테스탄트가 우세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는 활기에 넘친 교회생활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자유주의를 단죄한 '신앙오류표'(1864)가 발표되고 제1차 바티칸공의회(1869-1870)에서 교황의 무류권이 신앙교리로 정의되면서 프로테스탄트와 자유주의자들의 가톨릭교회에 대한 적대감이 일어났다.

아울러 통일독일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가톨릭교회인들은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통일과 연방제의 국가를 원하였다. 그러나 통일운동을 주도하던 프로이센왕국의 수상인 비스마르크는 프로테스탄트 프로이센이 중심세력이 되는 중앙집권체제의 통일독일을 계획하였고 여기에 동조하는 자유주의자들과 프로테스탄트교회인들의 지지를 받고서 그의 통일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고 믿어지는 가톨릭교회인들에게 투쟁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반 가톨릭투쟁을 프로이센 지방의회 의원인 위르코프는 '문화투쟁'이라고 불렀다.

문화투쟁은 1871년 7월 8일에 프로이센이 종교교육성에서 가톨릭교회를 담당하는 사무국을 폐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1872년에 프로이센 지방의회에서 성직자의 초등교육 감독권을 국가기관으로 이관하는 법령이 제정되었으며 수도단체의 교육활동 자격을 빼앗고 제국의회는 예수회원의 추방을 명령하였다.

1873년과 1874년에 프로이센 지방의회는 이른바 '5월법들'을 제정하였다. 이제 국가가 성직자 양성을 담당하고 신학생들은 독일 대학에서 3년 동안 공부하고 국가시험(문학, 철학, 역사)을 치러야 하며 주교의 성직자 임명에 대해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또한 반 가톨릭 법들을 지키지 않는 주교들과 신부들은 성직에서 쫓겨났고 법령을 지키지 않은 교구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적 혜택을 중지할 수 있게 하였고 의료사업을 하는 수도회를 제외하고 모든 수도회가 쫓겨났다.

이러한 반 가톨릭 정책은 독일의 가톨릭교인들을 단결시키는 결과를 갖고 왔다. 주교들은 법령등에 따르기를 거부하였고 신부들은 처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주교들을 지지하였다. 가톨릭 평신도들이 결성한 '중앙당'은 선거마다 승리를 거듭하면서 비스마르크에 정치적 타격을 주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였다.

1875년 이후로 비스마르크를 지지하며 가톨릭교회를 탄압하던 국민자유당은 쇠퇴하였고 비스마르크가 새로운 적으로 규정한 사회주의의 세력이 성장하였으며 로마에서는 타협적 인물인 레오 13세(재위:1878-1903)가 교황에 선출되었다.

1882년에 이르러 독일제국과 교황청 사이에 끊겨진 외교관계도 회복되었고 1886년부터 반 가톨릭 법령들이 가톨릭교회인이 만족할 정도로 개정되거나 폐지되었다. 독일의 문화투쟁은 가톨릭교회에 많은 고통을 주었으나 가톨릭교회인들을 단합케 함으로써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승리로 끝맺게 되었다.

비인회의 이후 민족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은 결사조직을 통해 '리소르지멘토'(통일운동)를 전개하다가 실패하였으나 1848년에 '2월혁명'과 '3월혁명'에 자극을 받아 다시 이탈리아는 '리소르지멘토' 분위기에 휩쓸렸다.

1852년에 사르데냐왕국의 수상이 된 자유주의자 카부르는 1858년에 이탈리아의 통일민족국가 건설에 나섰다. 그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프랑스-오스트리아전쟁(1859-1960)에서 롬바르디아를 획득하였고 북부에서 통일을 요구하는 지방들이 사르데냐왕국에 통합되었다.

1860년 5월에 민족운동의 지도자인 가리발디는 적의대를 이끌고 시칠리아와 나폴리를 점령하여 사르데냐의 국왕에게 바쳤다. 1861년 3월 27일에 토리노에서 새 의회가 소집되어 사르데냐의 국왕을 통일 이탈리아왕국의 왕으로 추대하고 로마를 수도로 선포하였다. 이로써 정치적이며 종교적 충돌을 일으킨 '로마문제'가 일어나게 되었다.

교황 비오 9세(1846-1878)는 자유주의자로서 교황령(敎皇領)의 정치적 민주화 개혁을 단행하여 평신도를 수상으로 임명하여 민족주의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1848년에 교황령의 의회가 오스트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운동에도 가담하기로 결의하였을 때에 교황은 가톨릭 오스트리아에 대한 전쟁에 개입할 수 없어 의회의 결의를 거부하였다.

따라서 로마에서는 폭동이 일어났고 민족진영의 극단파에 의해 교황령의 첫 수상이 중상을 당하였고 비오 9세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신부의 복장으로 교황신분을 감추고 혁명 분위기에 휩싸인 로마를 벗어났다.

1849년에 비오 9세는 프랑스 군대의 도움을 받아 민족봉기를 진압하고 교황령을 되찾은 동시에 자유주의적 태도를 전제적 자세로 바꾸었다. 그러나 교황령은 대부분 상실되었고 로마만이 프랑스 군대의 도움으로 교황령으로 남게 되었다.

1868년 2월에 교황은 교령을 반포하여 가톨릭교회인들에게 이탈리아왕국 선거를 거부하도록 명령하였다.

1870년에 프랑스-프로이센전쟁으로 프랑스 군대가 로마를 철수하자 이탈리아왕국은 무력을 통해 9월 20일에 로마를 점령함으로써 1000년의 영욕의 역사를 지닌 교황령은 무너졌다.

1871년 5월 13일에 이탈리아 정부는 '보호법'을 공포하여 교황의 신성불가침의 신분을 보장하고 면세특권의 혜택을 부여하고 바티칸궁, 라테란궁, 카스텔 간돌포 별장에 대한 교황청의 소유권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교황령을 빼앗고 일방적으로 내놓은 법에 대해 협상을 거부하고 바티칸궁으로 들어가 자신을 포로라고 부르면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교황에게는 '바티칸의 포로'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비오 9세의 '로마문제'에 대한 입장은 후임 교황 레오 13세에게도 이어졌다.

그러나 1905년에 비오 10세(재위:1903-1914)는 사회주의의 의회진출을 염려하여 가톨릭교회인들의 정치참여를 허가하였고 1919년에 베네딕도 15세(재위:1914-1922)는 친 가톨릭적 정당인 '국민당'을 강복함으로써 정치참여 금지령을 사실상 철회하였다.

비오 11세(1922-1939)는 교황에 선출되자 맨 먼저 세계를 향하여 축복을 내렸다. 이는 이탈리아정부에 보내는 평화의 신호였다.

이어서 교황과 무솔리니(1883-1945)는 3년 동안(1926-1929) 비밀협상을 통해서 1929년 2월 11일에 29개항의 '라테란조약'과 45개항의 '종교협약'에 서명하였고 6월 7일에 이 협약들이 비준됨으로써 '로마문제'는 해결되었다. 이제 이탈리아정부는 교황이 신성불가침의 지위를 지니고 있고 가톨릭교회는 국가의 유일한 종교이며 바티칸시국은 주권을 행사하는 독립국가임을 인정하였다.

이탈리아정부는 성 지오반니 라테란 성전, 성 마리아 대성전, 성 바오로 성전과 같이 주교좌 성당들과 교회 건물에 대한 소유권과 함께 치외법권과 면세특권을 부여하였고 공립학교와 교회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허가 하였다. 이로써 교황은 세속군주가 아니라 세계의 정신 지도자 그리고 교회 안에서 영적 지도자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김성태(신부, 가톨릭대 교수, 가톨릭교리신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