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와 독일의 종교개혁

-- 16세기 종교개혁은 그리스도교 세계의 분열을 가져왔다. 이런 불행한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 있어서 교회사가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의 시대적 배경을 언급하고 있지만 교회분열은 역사적 배경만으로 규명되기엔 충분하지 않으며 '아우구스티노 은수사회'의 수사신부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생애와 사상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는 찬반(贊反)의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는 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일치교령에 나타난 교회일치의 노력으로 1964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 단계에 걸쳐 교황청 '그리스도교일치촉진평의회'와 '루터교세계연맹'은 신학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가톨릭교회사가들은 독설(毒舌)로 교황제도는 악마의 작품이며 교황은 그리스도의 적이라고 공격하던 '프로테스탄트 루터'만 보고 비난하였던 자세에서 벗어나 종교개혁 이전의 '가톨릭 루터'에 관심을 두고 종교개혁을 새롭게 비평하고 있다.

1505년 수도회에 들어간 루터는 수도회 신학원 교수의 권고로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유명론신학(唯名論神學)을 탐구하였다. 유명론의 교의신학에 의하면 계시된 성서만이 신앙의 원천을 이루고, 인간의 이성은 무력하여 사람은 신앙을 통해서만 하느님을 알고 구원될 수 있으며 인간의 본능은 무능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은총만이 만물의 근거가 된다.

루터는 이렇게 오도(誤導)된 신사조(新思潮)를 받아들여 나중에 자기 나름대로 '성서만', '은총만', '신앙만'이라는 '3유일사상'을 내세웠다. 아울러 유명론의 구원관은 인간노력을 강조하며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 없이도 의화될 수 있고 선행을 통해 쌓은 공로로써 구원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루터는 영적지도신부의 권유로 성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성서를 거듭 읽으면서 자신에게 닥치는 영신적이며 신학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답을 성서에서 얻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루터는 성서에 담긴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의 말씀에서 끄집어낼 때까지 성서와 씨름하였고 언제나 주관적 성서해석에서 해결점을 찾아냈다.

이처럼 그는 신학논쟁과 영적투쟁에 있어서 성서 내용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스승으로 삼았다. 루터는 신약성서보다는 구약성서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로써 그는 하느님을 자비하신 분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벌하시는 무서운 하느님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1506년에 루터는 수도서원을 하고 다음해 4월 사제서품을 받았다. 그는 수도생활을 구원의 지름길인 선행으로 믿고 수도 규칙을 지키기로 노력하였지만 악의 충동, 동료수사에 대한 노여움, 미움과 같은 육욕(肉慾) 때문에 그의 구원이 수도생활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며 실의에 빠졌다.

루터는 영신적 번뇌를 성서에서 해결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는 로마서 1장 17절에 나타난 성구 "복음 안에 하느님의 의로움(정의)이 드러났다"는 바오로사도의 말씀에서 죄인을 용서하지 않으시고 엄벌하시는 하느님의 정의(正義)를 발견하고 육욕으로 생긴 죄의식 속에서 더이상 구원을 확신할 수 없는 고민에 빠졌고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은 더욱 증대되었다.

그러나 루터는 이어지는 말씀 "의인은 신앙으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로마 1,17)에서 자기 나름대로 하느님의 정의를 새롭게 해석하였다. 그는 구원이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서 이루어진다는 주관적 결론에 이르러 스스로 양심의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

루터는 성(聖) 베드로대성전의 재건을 위해 교회 관습대로 반포된 대사의 시행에 있어서 신자들이 대사의 참된 의미를 잊고 면죄(免罪)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1517년 10월 31일에 그는 대사를 시행한 대주교와 교구장 주교에게 편지를 보내어 신자들이 대사를 오용(誤用)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대사에 관한 학술토론회를 요청하였다.

주교들의 반응이 없자 루터는 주교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했던 대사에 관한 견해서를 동료들에게 보냈고 이는 출판업자의 손에 들어가 95개 항목으로 정리되어 1518년초에 '95개조 명제'로 인쇄되면서 대사논쟁이 벌어졌다.

그는 대사논쟁 중에서 교황제도를 거부한다는 비난을 받자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여 대사명제의 출판에 대해 해명하면서 교황에게 대한 충성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루터는 교황권을 약화시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동봉함으로써 그의 충성심을 의심받게 하였다.

1520년 6월 15일에는 교황교서 '주여, 일어나소서'가 반포되어 단죄된 루터의 41개항의 명제가 제시되었고 60일 안에 취소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루터는 저술을 통해서 그의 개혁사상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을 반대하며 교회직무는 공동체의 원의와 동의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며 성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지닌 그리스도인은 성서를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루터는 구원의 은총은 하느님과 직접적 대면(신앙체험)에서 얻어진다고 강조한 14세기 독일신비주의의 영향을 받아 7가지 성사를 거부하면서 성사란 인간의화(義化)의 수단인 신앙을 일으키는 외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는 선행은 인간의 정화와 사회에 대한 임무로서 필요하지만 인간구원에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역설하였다.

1520년 12월 10일에 루터는 학생들과 함께 교황교서를 공개적으로 불태움으로써 대응하였다. 교황청은 1521년 1월 3일 루터를 파문하는 교서를 공포하였고 이어서 보름스에서 열린 제국회의에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파문받은 루터의 법익(法益)을 박탈하고 추방령을 내리는 칙서에 서명하여 5월 25일에 공포하였으나 대부분의 제후들이 귀향하여 칙령의 시행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였다.

이후로 루터는 그가 머물던 작센지방 제후의 보호를 받으면서 은신생활 속에서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저술을 통해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그는 사제직, 공로, 수도생활, 교계제도, 고해성사를 거부하였다.

이제 루터의 저서에 나타난 개혁원칙들을 받아들인 추종자들의 과격한 설교로 독일 특히 루터의 동네인 비텐베르크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들었다. 학생들과 주민들이 성화상을 파괴하며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를 폭행하는 반(反)성직자 소요를 일으켰다.

수도자들은 수도원을 떠났고 사제들의 성직포기와 환속(還俗)이 뒤따랐다. 1522년에 루터는 은신생활에서 비텐베르크로 돌아와 작센 제후의 요청으로 순회설교를 통해 성화상을 파괴하던 과격파 지도자들을 비난하면서 그들과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중도적 개혁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전례에 있어서 제사로서의 미사를 반대하여 미사성제 대신에 '최후만찬'이라는 용어사용을 주장하면서 라틴어를 모르는 신자들을 위해 평일 미사와 성서봉독에 독일어를 사용하고 설교를 미사의 핵심으로 삼으며 평신도의 양형(성체와 성혈) 영성체를 도입하였다. 루터는 성직자의 독신생활이 자발적 선택에서 교회법에 의해 강요된 의무로 바뀌었다고 비판하면서 1524년 환속하고 다음해 6월에 결혼하였다.

1525년 이후 독일의 교회문제는 정치쟁점화되어 제국의회에서 토의되기 시작하였다.

1526년 제1차 슈파이어제국의회에서 황제는 프랑스와의 전쟁과 투르크의 침입 위협에 직면하였기 때문에 루터를 후원하는 제후들에게 양보하여 공의회가 소집될 때까지 보름스칙령의 시행을 유보하고 종교문제의 결정권을 제후들에게 위임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일부 지역에서는 새 교회령이 반포되어 루터가 교계체제의 가톨릭교회를 반대하여 내세웠던 영적 교회와는 달리 국교회(國敎會) 형태의 연방교회를 형성하게 되었고 신교(新敎)지방에서 가톨릭 성직자들이 추방되었다.

1529년에 제2차 슈파이어제국의회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루터파의 교회개혁을 중지하고 보름스칙령을 시행할 것을 결의하였으나 신교파 제후들은 저항하였다. 이때부터 그들은 저항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서 '프로테스탄트'라고 불렸다.

이후 신교파 제후들은 동맹을 맺어 황제에 맞서면서 조약체결을 통해 세력을 증대하였고 이에 따라 루터파는 종교로서 확산되었다.

독일의 종교개혁은 루터와 그의 신학 그리고 세속 군주의 개혁 주도로 이루어졌다. 가톨릭교회사가들은 가톨릭시대의 루터를 분석하면서 이 종교개혁가는 경건한 가톨릭 신앙인이며 수사신부로서 그의 깊은 종교심은 기도, 훈화, 설교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종교개혁운동의 바탕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루터가 연구했던 신학사상은 비교적 가톨릭 전통에 속하여 있었으나 이러한 가톨릭신학이 루터의 격정적 성격, 개인적 신앙체험, 주관적 성서관을 거치면서 루터신학으로 변형되었다. 그래서 루터의 개혁은 신학적 개혁이라고 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루터는 세속군주들에게 교회개혁을 주도하도록 촉구하였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톨릭 황제에 맞선 일부 제후들이 종교문제에 개입함으로써 독일의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다.

김성태(신부, 가톨릭대 교수, 가톨릭교리신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