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로마 가톨릭 주교회의 
 

선교를 통한 친교

 

(2000년 5월 14일-20일)

 

    1. 에드워드 카시디 추기경과 조지 케리 대주교가 소집한, 13개국 성공회와 로마 가톨릭 주교들의 회의가 2000년 5월 14일부터 5월 20일까지 캐나다 토론토 근처의 미시소가에서 열렸다. 우리의 회의는 기도를 바탕으로 하여, 우애와 영적 친교의 분위기로 충만하였다. 우리는 하느님 백성을, 주님께서 당신 교회에 바라시는 그 일치를 향하여, 진리와 성덕 안에서 희망차게 나아가도록 인도할 책임이 있는 착한 목자의 목자들로서, 우리의 공통 소명을 의식하며 착한 목자 주일(성소 주일)에 회의를 시작하였다.

 

    2. 우리는 파괴되고 분열된 세계에서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치유에 대한 요구를 논의하고자 모였다. 우리는 전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2000주년을 경축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였다. 채무 이행이 불가능한 제3세계의 빚을 탕감해 주려고 교회들이 협력하고 있는 이 대희년에, 우리는 우리 교회들이 짐으로 느껴 왔던 과거의 모든 결점을 묻어 버리고, 깊은 일치와 평화 안에서 새로워진 새 천년기로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다.

 

    3. 이 회의에서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Unitatis Redintegratio)에서 표현된, 로마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의 특별한 관계에 자연스럽게 초점을 모았다. 우리는 또 우리가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도 진전이 있었음을 인식하면서,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와 교회 일치를 위하여 노력하기로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4. 날마다 우리는 ‘사도들의 모후 쇄신 센터’ 성당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성서를 묵상하면서, 풍부한 공동 전례의 유산 안에서 우리가 이미 나누고 있는 영적 친교의 깊이를 새롭게 실감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가 성찬례에 온전히 함께 참여할 수 없는 고통을 다시금 절감하였다. 각 지역의 경험을 들으면서 우리는 교회 사이의 협력, 특히 성공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사제와 평신도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회 정의와 공동 사목을 위한 활동의 폭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불일치가 교회 선교에 가져다 주는 문제점들을 깊이 우려하며 주목하였고, 분열된 세계를 위하여 함께 노력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ARCIC)의 결과를 재검토하면서, 현재까지의 신앙의 일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것은 지역적 차원에서 이러한 일치의 수용 과정을 강화하여야 할 중대한 의무를 우리에게 각성시켜 주었다.

 

    5. 이 회의에서 우리가 통감한 한 가지 구체적인 사항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친교의 정도’라는 개념에 친숙해졌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공통된 신앙과 공통된 세례로써 근본적 친교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정기적으로 확인해 왔다. 이 친교의 정도에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촉구하시는 완전하고 가시적인 친교의 전망이 내포되어 있다. 토론토의 경험은 우리가 우리의 여정에서 매우 의미 있고 새로운 지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믿게 해 준다. 우리는 우리의 친교가 더 이상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단언하여야 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는 우리의 친교가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공동의 세례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단지 형식상의 친교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러 면에서 풍부함과 생명을 주는 친교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6. 우리는 완전하고 가시적인 친교의 목표에 우리가 처음에 생각하였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깝게 이르렀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

게 되었으며,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성공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공유하고 있는 선물을 전세계의 공동 선교를 위하여 바칠 수 있다는 상호 의존 의식에 도달하였다.

 

    7. 우리는 아직 극복하지 못한 차이점과 과제들이 양 교회에 끼치고 있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곧, 교회 안의 권위와 그것이 행사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 미래에 세계 수좌 대주교가 가지게 될 역할의 정확한 성격, 성공회의 직제(서품), 여성의 수품, 도덕적 윤리적 문제 등이다. 양 교회 신자들로 이루어진 가정들은 일치와 희망의 표징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가정들에 공동 사목을 펼쳐야 할 필요성에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이다. 때때로 그러한 가정의 사람들은 특히 성찬 생활과 관련하여 큰 고통을 겪는다.

 

    8.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우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과 비교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미 공유하고 있는 것들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친교는 그 자체 안에 성령께서 불어넣어 주시는 내적인 활력이 있어서, 이러한 차이점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실제로, 우리는 이른바 우애와 협력의 새 시대이며 ‘복음적 친교(evangelical koinonia)’의 새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복음적 친교란 세상 안에서 우리가 공동 선교에 함께 투신하는 친교를 의미한다(요한 17,23 참조).

 

    9. 선교에서 이 새로운 단계의 친교를 나타내는 표지들은 다음과 같다. 성서에 바탕을 두고 있고 가톨릭 신경에서 밝히고 있는 우리의 삼위일체 신앙, 그리스도와 그분의 죽음과 부활의 중심성, 그리고 교회 안에서 그분의 사명에 대한 투신, 인간 생명의 궁극적 운명에 대한 믿음, 전례와 영성에 대한 공통된 전통, 수도원 생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우선적 노력,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의 합의 성명서에 표명된 대로 성찬례, 교역, 권위, 구원, 도덕 원칙, 친교인 교회에 대한 중점적 관심, 주교직, 특히 일치의 상징이며 촉진자인 주교의 역할, 사제와 평신도의 각각의 역할.

 

    10.우리는 지금이 우리 두 교회의 권위자들이 공동 합의 선언문의 서명으로써 이 새로운 단계를 인정하고 보증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합의문에는, 가시적 일치에 대한 우리의 공동 목표, 곧 우리가 도달한 신앙에 관한 의견 일치에 대한 인정, 공통된 생활과 증언에 함께 참여하려는 새로운 노력 등이 제시될 것이며, 우리 두 교회는 이 합의문을 전세계에 발표하도록 요청받을 것이다.

    11. 회의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주교로서 우리 교회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일치 작업을 이끌고, 촉진하고, 격려할 책임이 있음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일에 전심전력할 것이다. 이 성명서에는 우리의 활동 계획이 첨부되어 있다.

 

    12. 우리 활동 계획의 첫 번째 권고는 공동 일치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공동 합의 선언문의 준비를 감독하고,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의 합의 사항에 대한 수용을 촉진하고 점검하며, 성취된 영적 친교의 정도를 가시적이고 실천적인 결과로 변화시킬 전략들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촉진하게 될 것이다.

    13. 우리의 여정에서 이 새로운 단계는 완전하고 가시적인 일치를 향한 한 걸음일 따름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바라보는 완전하고 가시적인 일치는 교회들의 성찬의 일치이다. 곧, 하나의 신앙을 고백하고, 조화로운 다양성으로 신앙의 풍요로움을 증명하며, 도덕 생활을 지배하는 원칙들의 적용에 동의하고, 사도단에 속하면서,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에 행사하시는 권위에 봉사하는 주교단에 수품의 은총을 통하여 결합된 교역자들이 봉사하는 것이다. 감독 교역은 단체적이면서 주도적인 차원을 띠며,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공동체의 참여에 언제나 열려 있다. 지상에서 이러한 성찬의 친교는 성인과 순교자들, 그리고 수세기에 걸쳐 그리스도 안에서 잠든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더욱 폭넓은 친교에 대한 참여이다.

 

    14. 그러나 완전하고 가시적인 일치의 형태는 우리의 언어 표현 능력을 초월한다. 우리가 함께 나눈 묵상에서 되새겼던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하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의 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분이시며, 미래에 대한 우리의 긍정적 예언이나 부정적 예언에 일치하지 않는 분이시다.……교회 일치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서, 우리는 어느 날 우리가 눈을 비비며, 하느님께서 당신 교회에 이루신 새로운 일들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선교를 통한 친교’를 실천하려는 행동 계획

   

  가. 공동 일치 위원회

 

    회원
    위원회의 회원은 주로 주교들이며,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와 성공회 사무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책임
    공동 일치 위원회는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와 성공회 교회 일치 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임무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 진행 중인 활동의 우선 순위를 매긴다. 

    * 공동 합의 선언문의 준비를 감독하고, 선언문에 대한 서명과 발표를 준비한다. 

    *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가 합의한 성명서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과 수용을 촉진하고 점검한다. 

    * 성공회 신자와 로마 가톨릭 신자가 함께 하는 다른 여러 쌍무 대화를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

    * 현재의 교회법 규범 안에서, 성공회 신자들과 로마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교회 간 혼인의 상황을 사목적으로 풍부하게 다룰 가능한 방법의 범위를 검토한다.

    * 참석하지 않은 관구와 주교회의들에게 토론토 회의의 결과를 전달할 방법을 연구한다. 

    *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의 활동을 모든 교회에 알리는 일을 돕고자 자료(성서 연구, 비디오, CD-ROM 등) 제작을 의뢰한다.

    * 성공회 관구와 로마 가톨릭 주교회의들에게 전국 성공회-로마 가톨릭(ARC) 대화 모임을 만들도록-그러한 모임이 없을 경우-장려한다.

    * 한두 곳의 전국 성공회-로마 가톨릭 대화 모임에, 교회 안의 남녀의 역할을 위하여 공동 세례의 의미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모든 교회와 나누도록 권한다.

    * 사제 양성, 교육, 그 외 다른 사목적 문제들에 관하여 지역적 협력을 촉진한다.

    * 다음과 같은 일을 통하여 단체성을 증진한다. 

     -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차원의 다른 모든 회의에 주교들의 참여 권장.
     - 2년 안에 관구와 주교회의 차원에서 공동 주교 회의를 열도록 장려.
     -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의 합의 성명서를 유념하면서, 다른 편 교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앙과 윤리 문제에 관한 결정을 어느 한 편 교회에서 내리기 전에 공식적인 협의를 할 방법을 검토.
     - 5년 안에 주교들의 평가 협의회 개최.

 

    나. 각국 두 명의 주교들이 하여야 할 후속 조치

 

    이 회의에 참석한 13개국의 각국 두 명의 주교들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 

    * 본국에 아가서 6개월 이내에 관구`/`주교회의 주교들에게 보고서를 제출한다.
    * 이 회의의 결과를 전국적, 지역적 교회 차원에서 사제와 평신도들과 나눈다.

 

    다.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실행 가능한 협의 사항들을 고려해 보도록 한다. 

    *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가 발표한 모든 합의 성명서를 하나로 엮어 줄 문서 작성. 이 문서는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한 일관된 요약이 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문서들은 이 작업의 기초가 될 것이다.

    * 교회 생활과 교리에서 성모님께서 차지하시는 위치에 대한 연구.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는 최종 보고서 이후에 발표된 합의 성명서들을 책으로 만들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최종 보고서에는 서론과 이 문서에 대한 반응의 일부가 실리게 될 것이다.

 

    라. 연례적인 비공식 대화

 

    연례적인 비공식 대화는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성공회 사무국, 람베스 궁, 로마 성공회 본부 임원들과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 공동 의장들의 회의이다. 11월에 있게 될 다음 회의에서는 공동 일치 위원회와 성공회-로마 가톨릭 국제위원회가 서로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다.

 

    마.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와 성공회 사무국

 

    이들 사무국의 임원들은 적절한 논문과 발표문, 설교, 공동 세례 예식서, 그리고 이번 성공회-로마 가톨릭 주교회의의 여러 문서들을 책 형태로 출판하는 것을 연구하도록 한다.

 

미시소가에서
2000년 5월 19일

성공회-로마 가톨릭 주교회의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2001년도 제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