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성
(2000년 6월 30일)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에 대한

 

공지

 

    1. 자매 교회들이라는 말은 교회 일치 대화, 특히 가톨릭과 정교회의 대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표현이며, 양 교회의 지속적인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물론 이 표현이 적절히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 일치에 관한 오늘날의 여러 문서에서 애매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잦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의회 후속 교황 교도권의 가르침에 따라서, 이 표현을 올바르고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상기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먼저 역사적 개요를 간단히 짚어 보는 것이 좋겠다.

 

I. 이 표현의 기원과 발전

 

    2. 신약성서에는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옛 그리스도교의 지역 교회들 사이에 존재하였던 자매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암시되어 있다. 이러한 자매 의식을 가장 명료하게 나타내고 있는 신약성서 구절은 요한의 둘째 편지 마지막 문장이다. 곧, “선택을 받은 당신의 언니의 자녀들이 당신에게 문안합니다.”(2요한 1,13)라는 이 문장은 한 교회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에 보내는 인사이다. 인사를 보내는 공동체가 상대방 공동체의 언니라고 자칭하고 있다.

 

    3. 그리스도교 문헌에서는 5세기부터 동방 교회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 무렵 5인 총대주교좌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 개념에 따르면, 교회는 다섯 명의 총대주교를 머리로 하며, 이들 총대주교좌 자매 교회들 가운데서 로마 교회가 첫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하여 유의할 점은, 로마 주교는 한 번도 주교좌들의 이러한 동등성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명예 수위권만이 로마 주교좌에 주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인 적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동방 교회에서는 이러한 총대주교좌 구조가 전형적인 것이지만, 서방 교회에서는 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유념하여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로마와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분열은 다음 세기의 상호 파문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판단할 때, 결과는 그 장본인들이 의도하고 예견하였던 것을 뛰어넘었다. 장본인들이 비난하였던 것은 해당 관계자들이었지 교회가 아니었으며, 로마 주교좌와 콘스탄티노폴리스 주교좌의 교회적 친교를 깨뜨리려는 것이 아니었다.”1)

 

    4.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은 니코데미아의 수도 대주교 니케타스(1136년)와 총대주교 요한 10세 카마테루스(1198년에서 1206년까지 재위)의 두 편지에도 나타난다. 편지에서 두 사람은, 로마가 어머니이며 스승임을 자처함으로써 그들의 권위를 소멸시키려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이 보기에 로마는 동일한 위계의 자매들 가운데 첫째일 뿐이었다.

 

    5. 최근에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을 또다시 사용하신 분은 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이셨다. 아테나고라스 1세께서는 교황 요한 23세 성하의 우애의 표시와 일치의 요청을 받아들이시면서, 가까운 미래에 자매 교회들 사이에 일치가 재건되기를 기대하는 희망을 여러 서한에서 자주 표명하셨다.

 

    6.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개별 교회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을 채택하였다. “동방에서는 많은 개별 교회 또는 지역 교회가 번영하였으며, 그들 가운데에서 총대주교좌 교회들이 첫 자리를 차지하였고, 그 가운데 적지 않은 교회들이 영예롭게도 바로 사도들에게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동방 교회에서는 지역 교회들이 마땅히 자매들로서 지녀야 하는 관계, 믿음과 사랑의 친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저 형제 관계를 보존하려는 노력과 관심이 매우 컸으며, 지금도 그러하다.”2)

 

    7. 자매들이라는 말이 교회에 적용된 최초의 교황 문서는 바오로 6세 성하께서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께 보내신 교황 소칙서 Anno Ineunte이다. 바오로 6세 성하께서는 “서방 교회와 동방 교회의 완전한 친교 회복을 위하여”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가 모든 지역 교회 안에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각 지역의 교회들이 서로에 대하여 사용하는 ‘자매 교회들’이라는 전통적인 표현의 근거가 아니겠습니까?

수세기 동안 우리 교회들은 이런 식으로 자매들처럼 생활하였고, 세계 공의회들을 함께 거행하며 온갖 부패에 맞서 신앙의 유산을 수호하였습니다.

이제, 오랜 기간의 분열과 상호 몰이해를 뒤로하고, 주님께서는, 과거에 우리 사이에 생겨났던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우리가 자매 교회들임을 새롭게 발견할 기회를 주십니다.”3)

 

    8.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도 여러 문서와 연설에서 자주 사용하셨다. 중요한 것들을 연대순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회칙 「슬라브인의 사도들」(Slavorum Apostoli): “우리에게 두 분(치릴로와 메토디오)은 동방과 서방의 두 자매 교회가 완전하고 총체적인 교류 안에서 기도와 대화를 통하여 가시적인 일치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교회 일치 노력을 기울이게 한 선구자이며 수호자입니다.”4)

    1991년에 「유럽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 “그러므로 이들 교회(정교회)와 맺는 관계는,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께 보내신 소칙서에 쓰신 표현을 빌리자면, 자매 교회들의 사이처럼 촉진되어야 합니다.”5)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 특히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56항에 이 주제가 전개되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따라, 그리고 초기 전통에 비추어, 그들의 주교를 에워싸고 모여 있는 개별 교회 또는 지역 교회들을 ‘자매 교회들’로 부르는 것이 다시금 통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상호 파문의 폐지는 고통스러운 교회법적, 심리적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완전한 친교를 향한 길로 들어서는 매우 중요한 일보였습니다.

” 56항은 “‘자매 교회들’이라는 전통적인 호칭은 이 길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여야 한다.”는 바람을 표명하며 끝을 맺는다.

이 주제는 이 회칙 60항에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더욱 최근에, 국제공동위원회는 가톨릭 교회와 동방 교회 사이에 자주 걸림돌이 되었던 매우 민감한 사안인,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의 온전한 친교 회복을 위하여 따라야 할 방법에 관해서 중요한 일보 전진을 이루었습니다.

공동위원회는 이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하여, 자매 교회들에 대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교리적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6)

 

II.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의 사용에 관한 지침

  

   9. 앞 단락들에서 제시된 역사적 준거들은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에서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이 지니는 중요성을 보여 준다. 따라서 이 말을 신학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자매 교회들은 오로지 개별 교회들(또는 개별 교회들의 집합, 예를 들어 총대주교좌 교회들 또는 수도 관구들)이 서로를 일컫는 말이다.7)

이렇게 자매 교회들이라는 말을 엄밀한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는 모든 개별 교회의 자매가 아니라 어머니임을 언제나 분명히 하여야 한다.8)

 

    11. 개별 가톨릭 교회와 비가톨릭 교회들에 대해서도 엄밀한 의미에서 자매 교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로마 개별 교회는 모든 다른 개별 교회의 자매라고도 불릴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상기한 대로, 가톨릭 교회가 어느 한 개별 교회나 교회 집단의 자매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단순히 용어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톨릭 신앙의 기본 진리인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단일성을 존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오직 하나의 교회가 있을 뿐이므로,9) 복수를 나타내는 교회들이라는 말은 개별 교회들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우리 두 교회’와 같은 말은 오해와 신학적인 혼란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을 가톨릭 교회와 모든 정교회(또는 어느 한 정교회)에 적용시킨다면,

개별 교회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신경에서 고백하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의 차원에서도 복수의 뜻을 내포하게 되어, 교회의 실상이 애매하여진다.

 

    12. 끝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자매 교회들이라는 표현은, 동방과 서방의 공통된 전통에서 입증된 것처럼, 유효한 주교직과 성체성사를 보존해 온 교회 공동체들에게만 사용될 수 있음도 유념하여야 한다.

 

로마 신앙교리성 사무처에서
2000년 6월 30일
예수 성심 대축일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차관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베르첼리 명예 대주교

1. 교황 바오로 6세와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의 공동 선언문 Penetres de reconnaissance(1965.12.7.), 3항: AAS 58(1966), 20면. 상호 파문은 1965년에 폐지되었다. “교황 바오로 6세와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는 그 만남에서……상호 합의에 따라……파문의 선고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며 교회의 기억과 중심에서 파문을 지워 버리기로 선언한다”(Penetres de reconnaissance, 4항).; 바오로 6세, 교황 교서 Ambulate in dilectione(1965.12.7.): AAS 58(1966), 40-41면; 아테나고라스 1세, 총대주교 (1965.12.7.)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Unitatis Redintegratio), 14항.
3. 바오로 6세, 교황 소칙서 Anno Ineunte(1967.7.25.): AAS 59 (1967), 852.853면.
4.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슬라브인의 사도들」(Slavorum Apostoli, 1985.6.2.), 27항: AAS 77(1985), 807면.
5. 요한 바오로 2세, 「중유럽과 동유럽의 새로운 상황에서 가톨릭과 정교회의 관계에 대하여 유럽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1991.5.31.), 4항: AAS 84(1992), 167면.
6.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 1995.5.25.), 56.60항: AAS 87(1995), 954.955.957면.
7. 위의 주(註) 2와 3에 인용된, 일치 교령 14항과 바오로 6세가 아테나고라스 1세에게 보낸 교황 소칙서 Anno Ineunte 참조.
8. 신앙교리성, 「친교로서 이해되는 교회의 일부 측면에 관하여 가톨릭 교회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Communionis Notio, 1992.5.28.), 9항: AAS 85(1993), 843-844면 참조.
9.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Lumen Gentium), 8항; 신앙교리성, 선언 「교회의 신비」(Mysterium Ecclesiae, 1973.6.24.), 1항: AAS 65(1973), 396-398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