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전후 가톨릭의 수난下

--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유럽을 뒤흔들어 놓았고 교회도 일대전환기를 초래하였다. 1789년 5월 베르사유에서 3부회가 개최되었을 때 성직자의 도움이 컸다.
더욱이 제3신분 만으로 구성된 국민의회를 구성하였을 때(1789. 6. 23) 4명의 주교와 1백49명의 주임신부가 제3신분인 하층계급편을 들었다. 물론 다수의 귀족들도 가담하였다. 그래서 프랑스혁명은 단순한 하층계급만으로 발단된 것이 아니고 상층계급(성직·귀족)이 앞섰다하여 귀족혁명이 먼저 일어났다는 게 현대학설이다.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1789. 7. 14)할 때만 하더라도 종교적 이해가 관계되지 않았다. 각 지방에서 왕성, 교회, 수도원 등이 다소 소각되기는 하였으나 많은 성직자들은 국민의회에서 저 유명한 희생의 밤(1789.8.4-5)에 그들의 옛 봉건적 권리를 포기하고 평민과 농민을 위해 특권을 단념했다.

그리하여 1789년 8월5일 국민의회는 감사의 노래인 '떼 데움(Te Deum)'을 노래하였다. 이로써 시민권은 엄숙히 국법으로 선언되고(1789. 8. 27) 자유, 평등, 박애에 입각한 양심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그런데 1789년 11월 타락한 주교 딸레랑의 제의로 교회재산 몰수령은 교회와 대립하게 되었다. 몰수이유는 성직자의 생활비와 빈민구제를 위해 교회재산을 국가관리하에 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몰수령으로 국가에 귀속된 것은 당시의 재무장관 넥켈의 추정으로 본다면 1785년의 수입만으로도 1억3천만프랑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 몰수된 재산은 점차 팔게 되었는데 거의 낭비되고 국가이익이란 극히 적었다. 수도원은 교육간호에 종사하는 단체만 남고 해산되었다.

이렇게 교회를 국가 예속화에 두려고 온갖 수단방법을 취했다. 물론 성직자들은 항의하였고 3부 회의장을 떠나기도 하였다. 교회재산 국유화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자(1790) 자선적인 모든 수도회도 폐지되었다.

이에 1790년 7월12일 법률가 카뮈가 기초한 '성직자 공민헌장'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그 중요 내용을 들면 다음과 같다.

국외주교는 그 권력을 국내에 미칠 수 없다.
본당 사목구를 신설할 때에는 주교가 세속관청과 협동해야 한다.
사목을 하지 않은 성직자의 직봉은 중지한다.
주교좌 성당 참사회의 폐지
주교 및 본당 사목구 신부는 세속적인 현, 시, 군의 선거기관에 의해 선거할 것
본당신부와 주교는 교회법의 임명을 받기 전에 성직자공민헌장에 충성한다는 선서를 해야 한다 등등.
이러한 제규약 중에도 공민헌장에 충성해야 된다는 서약은 성직계급의 국가종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회에 대한 가장 굴욕적인 규정이었다. 이 규정에 반대한 보아제의 주교는 1781년 1월4일 의회단상에서 이를 격렬히 비난하였는데 그를 따르는 본당신부 몇명과 함께 살해당하였다.
당시 프랑스 신학의 중심지인 솔보느대학도 성직자 공민헌장의 선서를 거부했다. 교수들도 그러한 선서는 배교와 같다하여 교황에 대한 충성심을 주장하였다.

1790년 11월 모든 성직자에 대한 공민헌장에 선서가 요구되었다. 이로 인해 프랑스교회는 서명과 반대의 성직자로 분열되었다. 주교들은 선서한 성직자의 성무집행을 금지하고 그들의 관할권을 박탈하였다. 당시의 교황 비오 6세는 선서한 성직자들을 파면하였다.(1791. 4)

이에 맞서 프랑스정부는 1791년 11월 선서거부 성직자들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당시 6만7천명의 성직자중 4만6천명이 의회 성직자의원과 함께 선서를 거부했다. 많은 성직자들이 투옥, 유배, 처형되었다.

선서거부 성직자들은 산림과 광야 속에 숨어서 성무를 집행하였다. 발각되어 순교하는 성직자도 많았다.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은 혁명정부가 오히려 신앙을 유린하였다. 국민 대다수는 교회편을 들었다.

선서한 성직자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았으나 국민의 멸시속에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지방에서는 혁명정부에 반항하였다. 1792년 9월 파리의 혁명정부는 아무런 죄없는 성직자 3백여명과 남녀노소 9백여명의 평신도를 학살하였다. 이른바 9월 학살 사건이다. 이로부터 공포정치는 시작되었다. 자코뱅당의 마라, 단통,로베스피엘이 이끌었다. 1795년 10월까지 계속되었다.

1793년 1월21일 국가안녕 침해죄로 루이 16세가 처형되고 동년 10월에는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가 처형되었다. 이 기간 많은 인사들이 반혁명 용의자로 처형되었다. 1793년 7월13일 마라가 한 소녀에게 살해되자 로베스피엘이 실권을 계승하였고 공포정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러한 공포정치하의 희생의 제물이 된 것은 교회였다.

선서를 거부한 많은 성직자들이 하급혁명단원에 의해 단두대에서 희생되었다. 그 실례로 특이할 만한 사실은 오렌지의 우슬라회 수녀 32명, 알라스의 애덕회 수녀 4명, 와랑쇈의 우슬라회 수녀 11명, 피에슈의 가르멜회 수녀 등은 고요히 성가를 부르면서 용감하게 단두대 이슬로 사라졌다. 많은 양민도 함께 학살되었다.

이러한 혁명정부의 반종교적 음모는 프랑스국민의 뿌리깊은 신앙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바덴지방을 비롯하여 각지에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비록 그들은 거의 학살되었지만 전국에서 그들을 저주하는 소리가 높았다.

드디어 공포정치의 원흉인 로베스피엘 자신이 체포되어 자신이 만든 단두대에서 희생되었다.(1794. 7. 28) 그가 단두대에서 희생되던 날 프랑스 전국에 산재한 많은 과부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이렇게 공포정치는 끝났고 1795년 집정정부(1795-1799)가 수립되었다. 성직자들이 서서히 관용되었으나 교회와 국가는 완전분리가 법률화되었다.(1795. 2. 21) 이에 1799년 11월9일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총재정부를 타도하였을 때 박해는 한때 중지되었다.

나폴레옹은 종교를 정치적 요인으로 생각했다. 혁명을 근절하는데는 종교와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은 가톨릭의 재흥을 환영했다. 국가의 정당한 정부를 위해 생명과 재산을 희생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뿐이었다.

나폴레옹 자신이 말했듯이 국민사상과 감정을 일치시키고 융화하는데는 로마교황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기엔 많은 장애가 가로막고 있었다. 내부사정이 복잡했다.

즉 부르봉왕가와 나폴리 왕국, 빈의 왕가와 많은 유력자들이 정치적 이유로 나폴레옹 정부를 반대했다. 가톨릭교회 혁명운동의 반대특사였던 마우리 추기경도 반대하였다. 뿐만 아니라 혁명 정부의 대표인 딸레랑은 교회를 증오하고 있었다.

더욱이 나폴레옹정부는 교회재산 몰수를 승인하고, 교황임명의 주교를 폐하고, 성직자 공민헌장에 서명한 주교를 그대로 임명하고 반혁명적인 혁명법률의 유효함을 교황으로 하여금 선포코자 하였다. 그러나 교황은 가능한한 양보하고 '정교협약(政敎協約)'을 추진키로 하였다.

이러한 상호노력에 의해 1801년 7월15일 정교협약이 조인되고 교황은 같은해 8월15일 '그리스도의 교회'란 회칙을 반포하여 이를 인준하였다. 이 협약으로 교회의 탄압은 완화되었다. 그러나 교회는 국가예속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고 국가 의무인 성직자에 대한 생활비 지출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이러한 협약으로 프랑스교회를 뜻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또한 혁명단원의 파견과 종교증오심을 완화한다는 구실하에 무단으로 77개조의 부속명령을 발하여 교회의 권리를 유린하였다. 이러한 부속명령은 곧 프랑스 교회를 국가교회로 만들고 로마와의 관계를 끊고 정부에 예속코자 한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즉 주교는 자기 교구내에서의 권한을 가지며 정부의 한 관리로 정부의 허가 없이 교황의 친서 또는 공의회의 결의문과 그밖의 결의문도 발표할 수 없고, 로마 여행도 할 수 없으며 축일도 정할 수 없고 행렬도 안되며 신학교칙도 정부허가를 받아야했다.

이러한 부칙은 기본협약의 완전 무시로 교황의 항의를 나폴레옹은 묵살하였다. 오히려 교황통치국의 영토를 점령하고 영국과의 왕래단절을 요구, 투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1808년에는 로마를 정복하여 교황청을 이탈리아 왕국에 병합시켰다.

교황청 직원을 체포 추방하고 추기경을 로마로부터 추방하였다. 1809년 5월17일에는 교황령의 남은 지방을 점령하고 교황에게 2백만프랑을 바치고 교황궁정을 보장한다는 칙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나폴레옹의 행위에 교황은 파문벌을 발하고 그 지휘자 및 후원자를 엄벌하였다. 나폴레옹은 자신에 대한 파문을 무시하고 1809년 7월 비오 7세를 납치하여 뷜렌츠근교의 샬트르회 수도원에 감금하였다. 얼마후 제노아로 옮기고 또다시 프랑스의 그루노불시로, 마지막에는 리구리아 공화국해안 사보나에 유치했다.

나폴레옹은 죠세핀과의 이혼을 단행하고 프랑츠와 2세의 딸 마리아 루이제와 결혼하고 전처와의 결혼무효 판결을 원로원과 파리의 수좌교구재판소로 하여금 판결케 하였다. 1809년에는 추기경이 파리에 오도록 명령하고 교황청의 문서와 중요성성(聖省)을 파리로 옮겨 교황성좌로 정하였다. 그리고 라인연방을 구성하여 그의 일족을 통치자로 임명하였다.

그는 러시아 원정에 앞서 교황과 만났으나 교황은 굴복하지 않았다. 1814년 유럽 연합군에 폐한 그는 퇴위하고 유배되었으나 교황은 그의 일족을 교황령 안에 수용보호하고 영국왕에게 친서를 보내 유배된 그의 고통을 완화하여 줄것을 간청하고 그의 임종을 돌볼 신부를 파견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회의 박해와 시련은 너무나 길었다. 프랑스 국내 뿐만 아니라 혁명의 여파를 입은 모든 지역에서 교회는 수난을 당했으나 성직자들은 더욱 단결하여 순교정신으로 맞섰다.

나폴레옹의 퇴위와 더불어 교회는 활기를 얻었다. 각국의 왕은 교회에 대한 박해를 중지했다. 참으로 오랜 순교정신의 결과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우리들 주변책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마저 교육시키지 않고 또는 왜곡되고 있으니 슬픈 일이다. 왜곡된 역사도 바로잡아야 되지만 역사적 진실을 일깨워 미래사의 거울로 삼아야 하겠다.

조경래(前상명대 대학원장, 서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