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경신성사성

(2000년 3월 20일)

 

완전한 고해성사에 관한 회람

 

    고해성사는 십자가 위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에 신비롭게 동참하게 함으로써, 죄가 가져온 인간과 하느님의 단절을 극복하게 해 준다. 이 귀중한 성사를 통하여 참회하는 죄인은 성령의 능력과 교회 직무에 힘입어,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의 선물인 화해를 얻게 된다. 이 화해는 “우리의 죄 때문에 희생된 어린양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며”(1베드 1,19`; 묵시 5,6`; 12,11 참조), 그리스도의 “고통과 포기는 자비와 화해와 사랑의 무한한 원천으로 변화된다.”

    따라서, 교황 성하와 경신성사성은 1998년 오스트레일리아 주교들의 로마 사도좌 정기 방문을 맞이하여, 고해성사의 참된 규율에 관하여, 특히 ‘일괄 사죄’를 줄 수밖에 없는, 요컨대 예외적인 상황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을 표명하였다.

    올해 2000년 대희년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과 만남이라는 깊은 의미에서 화해의 성사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하는 해이기 때문에, 경신성사성은 전례적, 교회법적 규범이 명확히 규정한 대로 예식의 올바른 적용뿐 아니라, 성사적 규율에 대한 참된 이해의 증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목적에서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연구한 경신성사성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1. 고해성사에 관한 시행 규범들은 로마 예식서의 「고해성사 예식서」와 「교회법전」에 나와 있으며, 하느님의 법과 교회의 변함 없는 교리와 전통적인 관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회람은 바로 그러한 규범들을 상기시키는 것이며, 따라서 시행 중인 법률에 대한 쇄신이나 변경이 아니다. 이 회람은 고해성사에 관하여 시행 중인 법 규율에서 허락하는 것은 아무것도 폐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회람은 교황청이 「고해성사 예식서」와 「교회법전」, 그리고 교황 성하의 여러 연설을 통하여 이미 여러 차례 표명한 고해성사의 참된 규율에 관한 이러한 규범들을 상기시킨다. 그러므로 법 규범의 적용에서 ‘점진성’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야겠다. 경신성사성은 시행 중인 법령을 이탈할 권한이 없다. 실제로, 경신성사성의 책임은 이러한 규범들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더 나아가, 사목 교역을 수행하는 주교들을 돕는 것이다.

 

    2. 하느님께서 세우신 고해성사는 모든 고해자가 사제에게 모든 대죄뿐 아니라 철저한 양심 성찰을 통하여 기억하는 모든 상세한 윤리적 상황까지도 고백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까닭에 「교회법전」은 “개별적인 온전한 고백과 사죄가 자기의 중죄를 자각하는 신자가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하는 유일한 정상적 방식을 이룬다.

 

오직 물리적 또는 윤리적 불가능만이 이러한 고백을 면제한다.”(교회법 제960조)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분별력 있는 나이가 된 모든 신자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자기가 지은 대죄를 성실하게 고백할 의무가 있으며”, “전통적 관행인 고해성사가 소용 없는 것이 되지 않도록 모든 유혹을 물리치려는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여야 한다.”고 여러 번 되풀이해 왔다.

 

실제로 이 희년에 가톨릭 신자들은 “개별적인 온전한 고백과 사죄, 곧 유일한 변화의 체험을 새롭게 하도록” 특별히 부름 받고 있다. 신자들은 교회의 법률과 관행에 따라 구두로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여야 한다(비밀 고백). 단, 물리적 또는 윤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는 제외된다(예를 들어, 중병, 말을 금하는 물리적 상황, 언어 장애 등).

 

이러한 경우는 고해자들이 고해 사제에게 죄목을 적어 내도록 요구받는 성사의 공동 거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경은 또한 성사적 고백의 불가침적인 보증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3. ‘일괄 사죄’에 관한 교회의 참된 규율을 중시하여,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주교회의 주교단과 함께 한 교황청 부서간 회의에서는 다음 사항에 유의하였다.

    ……공동 거행은 종종 일괄 사죄의 불합리한 이용을 발생시켜 왔다. 이러한 불합리한 이용은, 고해성사 집행의 다른 남용과 마찬가지로 근절되어야 한다.

    교회의 가르침은 「교회법전」의 요구(특히 제959조-제964조 참조)에 정확하게 나타나 있다. 특히 “큰 축제나 순례 때 있을 수 있는 참회자들의 회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들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필요로 간주되지 아니한다”(제961조 1항 2호).

    주교들은, 참된 전통에서 이탈하는 것은 교회와 가톨릭 신자 개개인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임을 깨닫고,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하여 새롭게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4. ‘일괄 사죄’의 집행과 관련하여, 교구장 주교는 자기 교구 안에서 어떤 특정한 경우에 그것이 참으로 중대한 필요성이 있는지를 결정할 특별한 권한이 있지만, “필수 조건을 변경하거나 주어진 조건을 다른 조건으로 대체한다든지, 비록 훌륭하더라도 개인적 판단 기준에 따라 중대한 필요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교구장 주교는 “양심의 무거운 의무를 지고 교회의 법률과 관행을 충분히 존중하여 이러한 판단”을 내린다.

 

    5. 교구 직권자들과 사제들은 고해자들이 모든 교구 본당에서, 또 가능하면 다른 사목 센터에서도 개별적이고 완전한 죄의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그리고 자주 예정된 기회를 보장해 줄 양심의 의무가 있다. 또한 사제들은 예정된 시간 이외에도 신자들이 합당하게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개별적이고 온전한 고해를 하도록 너그럽게 응하여야 한다. “시간 부족으로 다른 일들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는 있어도, 고해성사만은 그럴 수 없다.”

 

    6. 교황 성하께서는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로 여러 참회자를 화해시키는 예식이 “죄에 대한 개인적인 고백과 개별적 사죄를 요구하는” 이유인 죄와 회개, 용서와 화해가 갖는 개인적인 성격을 지적하셨다. 죄에 대한 개별적이고 온전한 고백은 신자들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침해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는 권리”이기 때문에, 고해자들에게 한 가지 죄 또는 대표적인 죄만 말하도록 권고하거나 권장하는 등 이러한 의무의 이행을 방해하는 모든 변경은 배제하여야 한다.

 

    7.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더욱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돕고 또 참회의 정신과 덕을 강화하도록, 「고해성사 예식서」에는 하느님의 말씀 선포를 들으려는 하느님 백성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참회 예절’을 위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신자들이 이 예절을 고해성사 예식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그러한 예절이 준비의 성격을 가질 뿐, 죄에 대한 성사적 용서를 내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신자들에게 분명히 하여야 한다. 그러한 참회 예절에서는 성사적 사죄경을 사용할 수 없으며, 미사에서 참회 예절의 마침 경문이나, 죄의 사면으로 오해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경문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8.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로 여러 참회자를 화해시키는 예식도, 또 앞에서 말한 참회 예절도 미사 거행에 통합될 수 없다. 각 예식의 거행이나 이러한 관습이 보여 주는 미사 거행에 대한 독단적인 변경과 더불어 특히 유념하여야 할 것은, 그러한 남용 때문에 신자들이 성사적 사죄가 이루어졌느냐 아니냐에 대하여 혼란을 느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9. “성찬례는 화해의 성사가 지니는 고유한 특성인 대죄의 용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여야 한다. “정확히 말하여, 성찬례는 교회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고 있는 신자들의 성사이다.” 동시에, 그리스도의 희생제물과 성찬의 희생제물은 하나의 단일한 희생제물이므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합당하게 받을 때마다, “일상 생활에서 약화되기 쉬운” 사랑을 굳건하게 하며, “이 활발한 사랑은 소죄를 없애 준다.” “성찬례는 우리 안에서 불타오르는 이 같은 사랑으로써 미래의 대죄에서 우리를 지켜 준다.”

 

    10. 교구장 주교들은 “하느님 백성에게 성사에 대한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주입함으로써, 화해의 메시지와 회개의 길, 성사 거행 자체가 우리 동시대인들의 마음을 더 깊이 감동시킬 수 있도록 사목 필요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 하느님의 성사적 은혜에 대하여 응답할 때,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은총과 구원의 수단들을 제멋대로 무시하려 들며, 특히 그리스도께서 바로 용서를 위하여 제정하신 성사 없이도 용서를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주제넘은 생각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는 고해성사의 거행으로 탁월하게 성취되므로” 교구장 주교들은 고해성사를 자주 받도록 강력하게 권고하여야 한다. 철저한 양심 성찰을 거쳤지만 고해자가 대죄를 알아 내지 못하였을 경우에도 이 가르침 자체를 장려하며, 또 고해 사제들이 신자들에게, “정기적인 소죄의 고백은 우리의 양심을 형성하고, 악의 경향에 맞서 싸우며, 그리스도께 치유를 받고 성령 생활에 진보하도록 도와 준다.”는 것을 조언하도록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교황 성하께서 교회에 호소하시는 고해 성사의 참된 ‘재발견’을 위하여 “「고해성사 예식서」(Ordo Paenitentiae)를 주의 깊게 다시 읽어 본다면, 이 희년에 우리가 고해성사의 중요한 요소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회개하라시는 예수님의 권유를 더 깊이 느끼게 해 주는” 이 성년에 “2000년 대희년의 결실 가운데 하나로서, 많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고해의 성사적 실천으로 되돌아오기 바란다.”

로마에서
2000년 3월 20일
성 요셉 대축일

경신성사성
장관 호르게 A. 메디나 에스테베스 추기경
차관 프란체스코 피오 탐부리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