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로마 교회와

루마니아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일치 삼백주년에 즈음하여

 

PER IL TERZO CENTENARIO DELL’NIONE
DELLA CHIESA GRECO-CATTOLICA DI ROMANIA
CON LA CHIESA DI ROMA

2000. 5. 7.

차 례

기억과 현존
역사와 일치
일치의 증인들과 순교자들
과거의 재검토: 기억의 정화
일치의 표징
기도의 중요성

    루마니아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올해 2000년 희년의 부활 시기는 로마 교회와 여러분 교회의 일치 삼백주년이 되는 때입니다. 희년은 온 교회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2000년 전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사람이 되셨음을 상기하는 은총의 해입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이 놀라운 사건을 기쁜 마음으로 경축하면서, 기쁜 구원의 메시지를 온 세상에 선포하는 데 다시 새로운 힘을 얻게 됨을 느낍니다.

    말씀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Verbum caro factum est). 우리가 계속해서 감사 드리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 사실이야말로 희년 내내 특별히 상기하고 기념하는 은총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인류의 전 역사를 희망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기억과 현존

 

    2. 루마니아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존립 300년은 이러한 배경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1년 전 우리는 여러분의 사랑하는 조국에서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부쿠레슈티 성 요셉 주교좌 성당에서 여러분과 함께 거룩한 미사를 거행하며, 저는 “일치 삼백주년이 2000년 대희년과 일치하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이며 매우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한다.”(1999년 5월 8일 강론, 3항)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해 5월 제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특별한 은혜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어떤 의미에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체험을 여러분과 함께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란히 걸어가시며”, “성서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기사를 들어 설명해 주셨습니다”(루가 24,15. 27).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깨달음을 얻은 우리는 여러분 교회의 모습에 비쳐진 그분의 현존을 함께 관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로써 우리를 살찌우셨고, 우리는 참으로 뜨거운 감동을 느꼈습니다(루가 24,32 참조).

 

    3. 그 뒤로, 여러분 고국의 아름다움과 거기에 사는 백성들의 신앙이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여러분 교회와 로마 교회의 일치 삼백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부활 시기에는 그 만남의 기억이 더욱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제 마음은 ‘예수 부활하셨네(Hristos a i?viat!)’라는 기쁜 성가를 부르며 여러분과 하나 되기를 갈망합니다. 이 성가는 방문 기간 동안 제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제 마음 속에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 선포는 언어를 초월하며, 부활하시어 당신 교회와 함께 역사를 따라 걸어가시는 그리스도의 승리의 힘으로 충만합니다. 이러한 현존의 빛 안에서 저는 일치 삼백주년을 기쁜 마음으로 경축하는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역사와 일치

 

    4. 일치의 신비는 강생의 신비에서 비롯됩니다. 성서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하나가 되게”(에페 1,10) 하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비를 완성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교회의 임무는 하느님과 이루는 일치, 사람들 사이의 일치를 점차적으로 성취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성사와 비슷합니다. 곧 교회는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일치와 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표시하고 이루어 주는 표지이며 도구인 것입니다”(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Lumen Gentium〕, 1항). 일치와 평화가 교회 안에 꽃피어 날 때, 인류의 역사는 일치의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일치의 신비는 특히 루마니아 국민들의 특징입니다. 우리가 모두 알고 또 제가 이 자리에서 깊은 존경심으로 상기하는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사도의 설교를 통하여 이미 고대 그리스도교 시대에 루마니아 국민들의 역사적 발전에 함께하셨으며, 그들에게 일치에 대한 고귀한 봉사의 특별한 책임을 맡기셨다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동생인 안드레아 사도, 레메시아나의 니체타스, 조흔 카시안,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우스와 같은 이름들은 그 표상입니다. 거룩한 교회가 아직 크게 분열되지 않았던 시기에, 하느님의 섭리로 여러분은 로마의 유산과 더불어 비잔티움의 유산을 받게 되었습니다.

 

    5. 루마니아는 사실 라틴 민족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비잔티움의 신앙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었습니다. 분열의 상처를 입은 뒤에도,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는 계속해서 이 유산을 공유하였습니다. 이는 여러분 교회의 역사를 해석하는 열쇠입니다. 루마니아 교회는 동서방 그리스도교에 깊어만 가는 비극적인 긴장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고대 교회 자녀들의 마음은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일치에 대한 열정과 갈망으로 언제나 고동쳤습니다. 지난 해 이를 목격하고 저 자신도 깊이 감동하였습니다.

    특히 동서방 그리스도교의 비극적인 분열 이후에, 트란실바니아 주(州)의 루마니아 교회는 이러한 일치에 대한 갈망을 특별히 강하게 느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많은 민족들─루마니아인, 헝가리인, 아르메니아인, 색슨인─이 공통의, 때로는 험난한 역사를 함께하였으며, 그것은 주민들의 인종적 종교적 구성에 그 흔적을 남겼습니다. 불행하게도 초세기 루마니아 교회의 특징이었던 일치를 다시는 이룰 수 없었고, 여러분의 역사는 점점 더 심한 분열과 비탄으로 얼룩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열의 상처를 감수하면서도 그 치유를 위하여 노력하였던 사람들이 밝은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트란실바니아에서는 특히 16세기와 17세기에, 루마니아의 그리스도인들과 사제들의 마음 속에서 베드로 후계자의 사도좌와 완전한 일치를 회복하려는 욕구가 일었습니다. 이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쇄신과 일치에 대한 불타는 갈망으로 고무되어, 복되신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가 순교하고 묻힌 도시의 교회와 맺은 오랜 유대를 마음 속 깊이 느끼면서, 점차 로마와 완전한 일치에 이르게 한 운동을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결정적인 단계들 가운데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것은 1697년 과 1698년에 알바이울리아에서 열렸던 대의원 회의로서, 일치에 대하여 호의적이었습니다. 공식적인 결정은 1698년 10월 7일에 이루어졌고, 1700년 5월 7일 대의원 회의에서 정식으로 비준을 받았습니다.

 

    6. 아타나시에 안겔(? 1713년), 이오안 이노켄티에 미쿠-클레인(? 1768년), 페트루 파벨 아론(? 1764년)과 같은 저명한 주교들과 다른 훌륭한 고위 성직자들과 사제들과 평신도들의 활동 덕택에,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는 정체성을 강화하였고 짧은 시간에 현저한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저의 존경하는 선임 교황 비오 9세께서는 1853년 11월 16일자 칙서 Ecclesiam Christi를 통하여 통일된 루마니아인을 위한 파가라스와 알바이울리아 수도 대주교좌를 설립하셨습니다.

    트란실바니아의 모든 루마니아 주민에 대한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귀중한 공헌을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블라지의 트란실바니아 학파의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루마니아인들의 교회, 문화, 사회 생활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성직자와 평신도 등 수많은 상징적 인물들로 대표되는 그리스 가톨릭 교회는 주민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여러분 교회의 특히 현저한 공적은, 교황청이 권장하는 가치들을 트란실바니아에서 채택하고, 또한 기존의 분열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던 동방 그리스도교의 가치들을 전 가톨릭 세계에 전함으로써 동서방 교회를 중개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그리스 가톨릭 교회는 교회 전체의 일치에 대한 웅변적 증인이 되었고, 같은 사도 전통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 낸 제도와 전례 예법, 교회 전통의 가치들을 통합하는 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동방 가톨릭 교회들에 관한 교령〔Orientalium Ecclesiarum〕, 1항 참조). 

 

    일치의 증인들과 순교자들

 

    7.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가 걸어온 길은, 그 교회가 겪었던 고난이 보여 주는 것처럼,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루마니아 교회는 어렵고 힘들지만 일치에 대한 복음의 요구를 충실히 증언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이리하여 루마니아 교회는 특별히 일치와 진리와 사랑의 증인들의 교회가 되었습니다.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차 온 그리스도교 세계에 교회 일치라는 절대로 필요한 가치를 훌륭하게 증언한 증인으로 비쳐졌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교회는 공산주의 시대이며 전체주의 시대였던 20세기 후반에 특히 호된 시련을 겪어야 하였으며, 당연히 ‘증거자와 순교자들의 교회’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작용하는 죄악의 신비(mysterium iniquitatis, 2데살 2,7 참조)와 신앙의 신비(mysterium pietatis, 1디모 3,16 참조) 사이의 대립이 더욱 분명해진 것은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순교의 영광이 여러분 교회의 얼굴에 더욱 밝게 빛난 것도 바로 이 때부터였습니다. 그것은 전세계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반사되어 감탄과 감사를 자아내는 빛과 같았습니다.

 

    8.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를 깨닫고 감동을 받은 저는 모든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여 여러분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에게 저의 연대와 지지를 더욱 분명하게 표명하고자 합니다. 지난 해 제가 여러분의 조국을 순례하는 중에 부쿠레슈티 가톨릭 묘지에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저는 기도하면서 마음 속으로 온 그리스도교 교회를 생각하였으며, 교회 전체와 함께 침묵 중에 순교자들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매장지조차 대부분 모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박해자들이 그러한 영예와 존중의 마지막 표지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살아 있는 이들의 책에 새겨져 있으며, 각자 “받는 사람밖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이름이 적혀 있는 흰 돌”(묵시 2,17 참조)을 받았습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여러분의 조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효험이 있는 복음 생활의 누룩입니다.

    흰 두루마기를 입은(묵시 7,13) 이 “많은 사람”(묵시 7,9) 속에 있는 루마니아 교회의 순교자들과 증거자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로서, 어린양이 흘리신 피에 자기들의 두루마기를 빨아 희게 만들었습니다”(묵시 7,14). “하느님의 옥좌 앞에 있는”(묵시 7,15) 그들은 바실레 아프테니에, 요한 발란, 발레리우 트라이안 프렌티우, 요한 수치우, 티트 리비우 키네주, 알렉산드루 루수 같은 주교들과 율리오 호수 추기경 같은 빛나는 이름들로 눈부십니다.

 

“하느님의 성전에서 밤낮으로 그분을 섬기는”(묵시 7,15) 기도의 사람들답게, 그들은 다른 순교자들과 증거자들과 함께 그들의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며, 그들에게서 참되고 깊은 존경을 받습니다. 그리스도와 그분 교회의 일치 안에서 순교의 증거와 신앙 고백이 교회 전체의 이름으로 저녁 제사의 분향처럼(시편 140,2 참조) 하느님의 옥좌로 피어 오르게 하시고, 온 교회가 그 존경과 사랑을 누리게 하소서! 

 

    과거의 재검토: 기억의 정화

 

    9. 교회 안에서 신앙에 대한 빛나는 증거와 일치에 대한 아낌없는 봉사는 진리에 대한 쉼 없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하여 희망의 역동성이 정화되고 강화됩니다. 이것이 2000년 희년의 분위기이며, 그 안에서 교회 전체는 과거를 재검토하여 교회의 자녀들이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모순된 행위를 저질렀음을 인정함으로써, 정화된 모습으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미래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억압이 끝나고 회복 단계에 있는 루마니아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과 교회의 열정을 꺾는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은 사기를 저하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극복하여야 할 장애물이 크면 클수록, 그들 곁에서 함께 걸으시는 하느님의 도움에 더욱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아름다운 성가 ‘Cu noi este Dumnezeu’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여러분 백성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참으로 뜻 깊은 성가입니다.

    이 희년에 루마니아 교회도 세계 교회와 더불어 과거, 특히 박해 시대로 돌아가 여러분 교회의 ‘순교록’을 갱신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자료가 부족하고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충분히 공평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개탄할 만한 망각을 폭로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가까운 과거의 증인들이 아직 많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과거 사건들에 대한 증거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미래 세대가 그들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물론 그 역사는 비판적 평가를 거친 믿을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루마니아 교회의 증거와 순교는 20세기 그리스도인들이 당한 고통과 박해라는 좀더 넓은 맥락에서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Tertio Millennio Adveniente)에서 저는 우리 세기의 순교자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위대한 뜻을 위하여 싸우는 ‘무명 용사들’입니다”(37항). “제이천년기 말에 와서 교회는 다시 한 번 순교자들의 교회가 되었습니다.……피를 흘리면서까지 보여 준 그리스도 증거는……가톨릭, 정교회, 성공회와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의 공동 유산이 되어 왔습니다. 이 증거가 망각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37항). 이들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순교를 통하여 교회의 일치는 새롭게 비추어집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흘린 그들의 피는 모든 그리스도교 세계의 일치를 위한 굳건한 바탕입니다.

    부쿠레슈티에서 저는 루마니아에서도 여러분이 함께 고통당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공산주의 정권은 로마와 일치된 비잔틴 루마니아 예법의 교회를 탄압하였고, 주교들과 신부들, 남녀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을 박해하였습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는 피로써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의 대가를 치렀습니다.……저는 또한 이와 유사한 박해와 심한 속박을 당하였던 루마니아 정교회와 다른 교회들, 그리고 수도 공동체의 신자들에게 합당한 치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죽음은 영웅적인 순교의 증거를 통하여 우리 형제 자매들을 신앙 안에 일치시켰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대한 잊지 못할 사랑의 교훈을 남겼습니다”(도착 연설, 바네아사 공항, 부쿠레슈티, 1999년 5월 7일, 4항).

 

이와 관련하여 저는 이제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희년을 맞이하여 교회 일치 삼백주년을 경축하는 동안,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 순교자들을 찾아 내어 감사를 드리며,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하여 크나큰 추진력을 불어넣어 준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십시오.

 

    10. 루마니아 역사에 비추어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해 보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1872년과 1882년과 1900년에 열린 관구 대의원 회의의 배경과 정신, 결정들을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역사를 특징짓는 다른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역사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진지한 역사적 언어적 분석을 바탕으로 사건들을 면밀히 검토해 온 블라지의 트란실바니아 학파의 저명한 학자들의 예는 믿을 만한 결과를 얻으려는 이러한 조사의 중요한 준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재검토를 통하여,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신학적, 전례적, 영성적 전통에 대한 근본 측면들이 명확히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이리하여 루마니아 교회의 정체성과 영성의 모습은 새로운 활력을 띠게 되어, 루마니아와 전 그리스도교 세계의 문화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모든 노력을 진심으로 격려하며 축복합니다.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받아들이는 문제를 다루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루마니아 교회는 그 당시 박해 때문에 그 역사적인 회의에 온전히 참여할 기회가 없었으며, 성령의 활동도 명확하게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동방 가톨릭 교회와 교회 일치 운동, 교회 전반의 민감한 문제들에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였습니다. 공의회의 가르침은 뒤이은 교도권이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현재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가 교황청의 모든 지침을 완전히 받아들이고자 길고 힘든 노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일치의 표징

 

    11. 교회의 다원성은 성령의 현존에 힘입어, 교회 일치를 깨지 않고도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로마와 일치를 이루고 있는 동방 교회들의 보화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존경스러운 그 오랜 교회에서는 사도들로부터 교부들을 통하여 내려온 전통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 전통은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가를 수 없는 보편 교회의 유산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동방 교회 교령, 1항). 그러므로 전 그리스도교 세계에는 그들 나름의 목소리와 현존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는 같은 신앙과 같은 성사와 같은 통치로 성령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신자들로 구성되며, 신자들은 교계 제도를 중심으로 연합하여 여러 집단을 이루고 개별 교회나 예법을 형성합니다. 그들 사이에서 놀라운 친교가 왕성하게 이루어져 교회 안의 다양성이 교회 일치를 결코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그 일치를 뚜렷하게 드러냅니다”(동방 교회 교령, 2항).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격려를 받아, 특히 최근 몇십 년 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추구에 단호하게 매진해 왔습니다. 존경하올 요한 23세로 시작하여 저의 선임 교황들께서는 특히 정교회들과 교회 일치를 위한 화해의 노력을 배가하셨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바로 복음의 요구이며 성령의 강력한 촉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의 자비로우신 눈길 아래, 교회는 자기 과거를 기억하고, 자기 자녀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였음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고 용서하며,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완전한 일치를 회복하고자 노력합니다.

 

    12. 완전한 일치를 이루려는 노력은 물론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상황, 지배적인 시대 정신에 좌우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트란실바니아 연방은 피렌체 공의회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에 지배적이었던 일치를 본받았습니다.

 

그 당시 일치에 대한 불타는 갈망은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인들과 로마 교회의 일치를 가져왔습니다. 이 은혜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교회 사이의 친교는 결코 최종적인 도달 목표로 생각할 수 없으므로, 주 예수님께서 단 한 번에 베풀어 주신 일치의 은혜는 변함 없는 수용의 자세, 곧 각 사람의 내적 회개의 결실로써 응답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오늘날은 상황이 변하였으므로 좀더 폭넓은 교회 일치의 전망에서 일치를 추구하여야 합니다. 다시 말하여, 우리는 성령께 기꺼이 귀 기울여야 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로마 4,18) 사람들의 자세로, 다른 교회들과 또한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형제 자매와 맺는 관계를 용기 있게 다시 생각하여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일치의 선물에 대하여, 저는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에서, “우리는 진리에 대한 증언에서 타협하지 말고, 이 선물에 책임 있게 응답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34항) 하고 썼습니다. 그러므로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삼백년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되짚어 보아야 하며, 그 길에 표적을 남겼던 사건들에 침착하고 진지하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제가 그리스도의 뜻에서 나온 요구들은 남겨 두고, 전 그리스도 교회 안에 베드로의 직무를 수행하는 방법들을 깊이 검토하도록 권고한 것처럼(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 95항 참조), 또한 저는 여러분이 새로운 맥락에서 로마와 친교를 이루는 동방 교회들의 특수한 소명에 대하여 검토하고 쇄신할 것을 촉구하며, 모든 교회가 연구와 성찰에 이바지하도록 요청합니다.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 사목자들이 설립한 모든 신학 위원회는 이러한 종합적인 전망으로 활동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앞에는 “이미 성취된 결과의 수용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그 결과들이 양측 위원회의 선언만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고, 공동 유산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고 친교의 유대를 강화하려면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검토에는 여러 수단과 방법으로 책임을 지닌 다양한 차원에서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하여야 합니다”(「하나 되게 하소서」, 80항). 또한 “이 과정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려면 그 결과들을……적절히 알려야 합니다”(「하나 되게 하소서」, 81항).

    사랑과 진리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일치 추구는 더욱 효과적인 복음화를 위한 근본 요소입니다. 사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하나이고 갈라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정교회와 공유하고 있는 보화, 곧 전례 전통과 교부 전통으로 진정 복귀한다면, 루마니아에 있는 다른 교회들과 화해하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이러한 화해의 정신으로 여러분 교회와 정교회가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 대화를 계속할 것을 진심으로 권고하며, 모든 논쟁이 정의와 그리스도교의 사랑의 정신 안에서 하루빨리 명백하여지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대화의 정신으로 여러분 교회는 성령께서 자매 정교회에 드러내 보여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더 발견하여야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에 대하여 자매 정교회에 같은 것을 바라야 합니다. 그러할 때 여러분은 바오로 사도가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한 증언을 하게 될 것입니다(로마 12,9-13 참조). 

 

    기도의 중요성

 

    13. 희년 동안 교회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나는 광채 안에서 자기 쇄신을 위하여 노력하고, 교회 자녀들이 진지한 양심 성찰과 정화와 참회의 노력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응답하도록 촉구합니다. 이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시대에 시작되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여정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교회의 양식이 되어 왔던 거룩한 근원이 무엇인지 새롭게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곧 전례와 공의회, 교부들과 성인들이 사실과 말씀(factis et verbis)으로 해석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교회 안에서 일치의 주요 원천은 거룩한 삼위일체임을 거듭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교회 헌장, 1-8항 참조).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 또한 하느님 말씀과 교부들의 가르침, 비잔티움 전통에 근원을 두고 있지만, 이에 덧붙여, 사도좌와 이루는 일치, 20세기 박해의 표지들, 민족의 라틴적 특성에서도 독특한 점이 발견됩니다. 이 모든 요소는 여러분 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며, 그 궁극적인 근원은 거룩한 삼위일체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여러분 교회의 주요한 기원이고 “생명수”(요한 7,38 참조)의 샘으로서 여러분 교회가 계속해서 의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교회 전통의 원천으로 되돌아가려면 열정을 가지고 삼위일체의 근원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저의 굳은 믿음입니다. 이것은 우리 각자가 기도를 통하여 표현되는 그 깊은 친밀성을 회복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기도는 인간에게 힘을 주고 인간의 길을 밝혀 줍니다. 깊은 침묵의 기도 체험에서 우리는 참되고 영원한 정체성을 가진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는 동시에, 모든 그리스도인의 가장 참된 신원을 드러내 주시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2000년 희년과 여러분 교회와 로마의 일치 삼백주년은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권유하시는 기도의 때입니다.

    교회의 영원하고 완전한 모범이시며 하느님의 옥좌 앞에서 우리를 옹호해 주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천주의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우리와 함께하여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러한 바람으로, 저는 파가라스와 알바이울리아의 전임 수도 대주교이신 존경하는 형제 알렉산드루 토데아 추기경과 현재의 수도 대주교이신 루치안 무레산 대주교님, 다른 형제 주교님들, 신부님들, 수도자들과 루마니아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모든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에게 사도로서 진심으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교황 재위 제22년
2000년 5월 7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