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초자연적 질서에로 올려짐
(The Elevation of Man to the Supernatural Order)

I. 초자연의 개념 (The Concept of the Supernatural)

(1) 개념의 정의

초자연에 대응되는 자연이란 개념은 대자연의 일부를 의미하거나, 자연으로부터 유래되는 결과를 의미하거나, 또는 자연에 속하거나 자연에 의해서 기인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적 질서란 모든 피조물들이 그들의 본성에 적합한,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에로 향해짐을 말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어원학(語源學)에 의거하여 "본래의 것(original)"이란 뜻으로 자주 사용했고, 때로는 "자연에 의거한다(according to nature)"는 뜻으로도 사용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적인" 자질(資質)은 인간의 타락 전에 주어졌던 초자연적인 은사들까지를 포함한다.

초자연이란 자연의 일부도 아니고,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결과도 아니며, 자연에 속하는 것이나 자연에 의해 기인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존재와 능력을 초월한다. 초자연은 피조물에 주어져 있는 자연적인 은사들에 첨가하여, 그 자연적인 은사들을 초월하는 선물들이 하느님께 의하여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초자연적 질서란 이성을 가진 피조물들이 초자연적인 궁극 목표에로 향해짐을 말한다.

(2) 개념의 분류

초자연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a) 본질적인 초자연(supernaturale secundum substantiam)과 양식(樣式)에 있어서의 초자연(supernaturale secundum modum). 본질적인 초자연은 내적인 본성이 피조물의 본성을 초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조력 은총, 성화 은총, 지복직관 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다. 양식에 있어서의 초자연은 본질상으로 자연적인 것으로부터 어떤 결과가 나오는 방식이 피조물의 자연적인 능력을 초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자가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것이다.

(b) "절대적인 초자연(the absolutely supernatural)," 즉 순수하고 단순한 초자연과 "상대적인 초자연(the relatively supernatural)"이다. 절대적인 초자연은 피조물의 본성을 초월하는, 신적 질서에 속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성화 은총과 지복직관 등이다. 상대적인 초자연은 창조된 질서에 속하는 것으로서 어떤 피조물에게는 초자연이 되지만, 다른 피조물에게는 초자연이 아닌 경우이다. 예를 들면, 주입(注入)된 지식(Infused knowledge)은 천사들에게는 자연적이지만, 인간들에게는 초자연적이다. 상대적인 초자연에는 인간이 타락하기 전에 받아 있던 초자연적인 은사들(the preternatural gifts)이 포함된다.

II. 자연과 초자연과의 관계 (Relation between Nature and Supernature)

(1) 자연이 초자연을 받을 수 있는 능력

"피조물은 초자연적인 은사들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A creature has the capacity to receive supernatural gifts)

초자연이 자연을 초월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자연은 초자연을 수용할 수 있다. 이는 피조물이 창조주에 의해서 초자연적인 존재와 활동의 상태로 올려질 수 있는, 피조물에게 부여되어 있는 피동적인 가능성을 말한다.

스콜라 학파에 의하면, 초자연적인 선물은 피조물의 본성 안에 수동적으로 잠재하고 있는 가능성이 하느님의 전능하심에 의하여 활성화됨으로써 추출(抽出)되는(educed) 것이라고 하였다. 이 가르침은 "생명 안에 내재함(vital immanence)"이라고 하는 현대주의의 주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후자에 의하면, 모든 신앙심은 순전히 자연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본성이 지니고 있는 필요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2) 자연과 초자연과의 유기적인 관련 (Organic Connection of Nature and Supernature)

(a) 초자연은 자연을 전제로 한다 (The Supernatural presupposes Nature)

초자연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의 안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본질이 아니며, 우유적(偶有的)이다. 그리하여, 초자연은 창조된 자연을 전제로 하며, 자연은 초자연을 받아들이고 그 (초자연) 안에서 작용할 수 있다.

(b) 초자연은 자연을 완성한다 (The Supernatural perfects Nature)

초자연이 단지 자연에 외적으로 첨가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내적인 영향을 준다. 초자연은 자연적인 존재와 능력들 자체에 배어들어, 그 자연을 피조된 질서 안에서(예를 들면, 초자연적인 능력들) 또는 신적인 존재와 활동의 질서(절대적인 초자연적 선물들)에로 올려줌으로써 이를 완성시킨다. 교부들과 신학자들은 초자연을, 쇠덩이를 붉게 달아오르게 하는 불, 또는 접목(接木, grafting)에 비유한다.

(3) 인간의 자연적 및 초자연적 목적 (The Natural and the Supernatural Aim of Man)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초자연적인 운명을 부여하셨다
(God has conferred on man a supernatural Destiny) (De fide, 즉 이는 믿을 교리임)

(제1차) 바티칸 공의회는 인간이 초자연적인 궁극 목표에로 향해져 있음으로 인하여 그에게 계시 진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선언하였다. 인간의 궁극 목표는 하느님 자신의 직관 안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게 되며, 인간이초자연적인 행복으로 채워지게 된다.

인간의 자연적인 목표는 하느님께 대한 자연적인 지식과 사랑이며, 그분께 자연적으로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의 초자연적인 목표에 종속되어 있으며 적응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적인 질서는 궁극적인 초자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된다. 인간은 그가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존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하느님께서 그에게 정해주신 초자연적인 목적을 향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만일 그가 이에 태만하다면, 그는 자연적인 목표조차도 달성할 수 없다.

저자 : 루드비히 오트 교수 (Dr. Ludwig Ott)
원저명 : Grundriss der Katholischen Dogmatik Verlag Herder, Freiburg, Germany,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