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혼 소브리노 신부의 저술에 관한 공지에 대한 해설

1. 가난한 이를 향한 교회의 관심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고유한 임무는 신앙과 윤리 도덕에 대한 교리를 전세계 가톨릭 교회 안에 증진시키고 보존하는 것이다[요한 바오로 2세, 교황령 ｢착한 목자｣(Pastor Bonus), 48항 참조]. 이러한 방식으로, 신앙교리성은 하느님의 백성에게 그리고 특히 교회의 가장 단순하고 가난한 구성원들에게 봉사하고자 한다. 처음부터 가난한 이들을 향한 이러한 염려는 교회 사명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교황 성하께서 지적하셨듯이 “가장 큰 가난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베네딕토 16세, 2006년 사순 시기 담화 참조), 모든 사람에게는 “민족들의 희망이며 구원”이신 주 예수님을 알 권리가 있다. 더욱이, 각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 대하여 교회가 선포하고 표현하는 진리를 적절하고 확실하며 완전하게 알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 따라, 교도권은 이러한 진리가 위험에 빠지거나 부인될 때에는 언제나 이에 개입할 의무가 있다.

 

바로 그리스도의 진리에 대한 신자들의 이 권리 때문에, 본 신앙교리성은 예수회 혼 소브리노 신부의 일부 저술에 관한 ‘공지’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저술들은 오류나 위험한 명제를 담고 있어서 신자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 소브리노 신부는 특히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염려를 표명하였다. 이 염려는 물론 온 교회가 함께하는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훈령 ｢자유의 자각｣[Libertatis conscientia, 『사도좌 관보』(AAS), 79(1987), 554-599]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인간 불행 …… 구세주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그 본성을 걸머질 만큼 동정심을 보이셨고 또 자신을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와 동일시하셨다(마태 25,40.45 참조).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배타주의나 분파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교회의 존재와 그 사명의 보편성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은 배타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선호를 편파적인 선택이나 분쟁의 근원으로 격하시키는 사회학적 이데올로기적 범주의 수단으로써, 교회가 이러한 선택을 표명할 수 없는 것이다”(68항). 그에 앞서, 신앙교리성은 해방신학의 일부 측면에 관한 훈령 ｢자유의 전갈｣[Libertatis nuntius, AAS 76(1984), 876-909 참조]에서, 그러한 문서에 담긴 신학적 경향에 대한 경고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우선의 선택’에 헌신적으로 응답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되거나, 절박한 인간 불행과 불의의 문제에 무관심한 태도를 지키는 자들을 위한 핑계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서론 참조).

 

이 인용 구절들은 이 복잡한 문제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보여 준다. “오늘 수많은 남녀들을 짓누르고 있는 온갖 형태의 억압과 극악한 불평등은 공공연하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거역하고 있으며, 어떠한 그리스도인의 양심도 이를 무관심하게 방관할 수는 없다. 교회는, 성령의 가르침에 따라, 진정한 해방의 길을 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교회의 구성원들은 해방의 추구에 있어서 그들의 실패와 지연을 깨닫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사도 시대부터 그 이래로, 온갖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인간 존엄성의 증진을 위하여 그들의 힘과 삶을 투신해 왔다. 성인들의 체험과 이웃에 대한 수많은 봉사 활동의 표양은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해방 과업의 자극이며, 해방을 위한 횃불이다.”(｢자유의 자각｣, 57항).

2. 교리적 가르침의 검토 절차

이 ‘공지’는 교리적 가르침의 검토 절차에 따라 소브리노 신부의 저술들에 대한 세심한 연구의 결과로 나왔다. 신앙교리성이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저술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간략히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저자의 저술이 교리상 이의를 제시하거나 하느님 백성의 신앙에 해가 되리라고 판단될 때, 신앙교리성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97년 6월 29일 승인한 가장 최근 개정판인 ｢교리 검토 규정｣(Agendi Ratio in Doctrinarum Examine)에 규정된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일반 절차에는 몇몇 전문가들에게 문제의 자료를 보내어 그들의 검토와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그 연구에 필요한 모든 문서화 작업을 포함하여 이 결과물은 다양한 신학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신앙교리성의 상임위원회인 심의위원들에게 제출된다. 그러고 나서, 그 저술에 담긴 교리적 오류나 위험한 견해의 존재 여부와 관련된 회의록과 심의위원들의 서면 의견과 평가를 포함하여 모든 자료들은 신앙교리성의 정례회의에 제출된다. 신앙교리성의 위원 추기경과 주교들로 구성되는 이 정례회의에서는 그 전반적인 문제를 상세히 검토하고, 저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정례회의의 결정은 교황의 승인을 위하여 교황에게 제출된다. 오류 있는 명제나 위험한 견해들의 목록이 승인을 받으면, 이 목록은 주교나 수도 장상을 통해 저자에게 전달된다. 저자는 3개월 안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만일 정례회의에서 이 답변서가 만족할 만하다고 결정하면, 더 이상의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이 답변서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한 조치로는 저자의 오류가 있는 명제나 위험한 주장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공지’의 발표가 있을 수 있다.

 

저자의 저술에 명백하게 오류가 있고, 동시에 그 저술의 보급으로 신자들에게 심각한 해가 미칠 수 있거나 이미 미쳤을 때(｢교리 검토 규정｣, 제23조 참조), 그 과정이 단축될 수 있다. 전문가 위원회가 소집되어 오류가 있는 명제들을 결정할 임무를 맡게 된다. 이 위원회가 확인한 명제들은 신앙교리성의 정례회의에 제출된다. 그 명제들이 실제로 오류이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신앙교리성은 교황의 승인을 얻은 다음, 저자의 직권자를 통해 그러한 명제들의 목록을 저자에게 전달한다. 저자는 두 달 안에 그 명제들의 수정 또는 해명을 하여야 한다. 이 해명서는 정례회의에서 검토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 

3. 소브리노 신부의 사례

이번 사례에서, 본 ‘공지’는 긴급 검토를 위한 약식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절차는 소브리노 신부의 저술들이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필요한 판단이었다. 이 저술들에는 방법론과 내용 양쪽 다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공지’에서 상세히 다룬 내용을 여기에서 되풀이하지는 않겠지만 주목할 점은, 소브리노 신부의 주요 방법론적 결함들 가운데 하나가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그리스도론의 교회적 ‘바탕’이고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는 주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교회가 세세대대로 전수해 오는 사도 신앙만이 그리스도론과 전반적인 신학의 교회적 바탕을 이룬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소브리노 신부는 신약뿐만 아니라 초기 교회의 위대한 공의회들에서 단언한 교리의 규범적 가치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방법론적인 오류들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하느님 아드님의 강생, 하느님 나라와 예수님의 관계, 예수님의 자의식, 예수님 죽음의 구원적 가치와 같은 일부 핵심 주제에서 교회의 가르침에 부응하지 않는 결론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앙교리성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구체적인 체험으로부터 전개되는 신학적 반성은, 이제까지는 그 풍요로움이 완전히 이해되지 못했던 하느님 말씀의 측면들을 부각시킬 수 있을 때, 극히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성을 통해 성경을 올바로 읽고 성경에 담겨 있지 않은 의미를 하느님의 말씀에 적용하지 않으려면, 신학자들은 자기가 겪은 체험을 교회 자체의 체험에 비추어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교회의 이러한 체험은 성인들의 삶에서 독특하고도 순수하게 빛나고 있다. 그 해석의 정통성을 판별하는 일은, 베드로의 후계자와 일치하여 있는, 교회의 목자들에게 속한다.”(｢자유의 자각｣, 70항).

 

이 ‘공지’가 교회의 목자들과 신자들 모두에게 교회의 교리에 근거한 확실한 기초를 제시하여 신학을 위해서나 사목 실천을 위해서 중요한 이 문제들을 판단하는 지침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