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레지오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홈지기 조정제 형제님을 비롯하여

저와 웹상에서 안면이 있는 여러 교형자매님께서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성모님의 탁월성과 위치, 그분의 도우심을 소중히 여기지만,

한국 천주교회의 성모 공경의 풍조에는 동의할 수 없기에,

레지오와도 거리를 두고 싶은 까닭입니다.

단체에 가입과 활동을 원하시는 새내기 교우님들께도,

전례단, 성가대, 청년성서모임 등을 권하면서,

레지오는, 명시적으로 딱 잘라 말하지는 않지만, 거론은 하지 않습니다.

사실, 레지오라는 단체의 성격부터가

교회나 본당 차원의 단체가 아닌 평신도 자발적인 신심 운동의 단체니까요.

(사실상 본당의 중요한 단체로 자리잡았습니다만)

 

레지오를 폄하하기만 해서도 안되겠습니다만...

 

사목의 실무적 책임자인 일선 본당의 신부님들께서는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목적 효율성과 평신도의 역동성 등의 레지오의 장점이 크기로서니,

그 단점까지도 그냥 못 본체 넘어가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단점 가운데는 개별 본당의 상황에 따라 다른 점도 있을 겁니다만,

저는 일단, 레지오의 조직, 운영 등 하드웨어적 측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조직 명칭과 용어들이 죄다 생경하기 그지없는 라틴어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그리스도교의 토착화를 아무리 외치고 연구한들 뭘합니까? 이런 것 보면, 토착화라는 말이 무색하고, 맥이 빠집니다.

교회의 공식적 교의와 건전한 주류(보수주의건 자유-진보주의건) 신학들이 가르치는 올바른 그리스도교 신앙과 상충되는 성모님께 대한 명칭과 찬미도 상당히 많구요.

 

이러한 레지오라는 단체가

일선 본당 사목의 중추로 활약하고,

나아가 한국 천주교회의 이미지와 색깔을 규정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제가 묻고픈 바는,

어차피 레지오도 평신도의 자발적 운동에서 시작했는데,

레지오 말고 다른,

한국의 토양 위에서 새롭게 평신도 자발적인 신심 운동과 단체를

시도해 볼 가능성이 없겠느냐는 겁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레지오라는 것도,

16-20세기 초까지의 반동종교개혁기에

'반개신교적 천주교성'으로서의 성모 신심을 강화하는

강력한 뒷받침으로 기능했다고도 볼 수 있을테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만)

제2차 바티칸 및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회일치의 흐름과 필요성에 부응하는,

그러한 평신도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