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내 입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한발짝 한발짝 다가섰다. 이내 그녀 앞에 도달했을 때 힘주어 말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교리수업 잘 마치고 세례성사를 받으면 영혼뿐 아니라 몸도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서 근심이 사라지고 촉촉한 이슬이 반짝였다. 함께 수업하던 이들이 박수를 쳤다. 그 박수는 확신에 찬 강사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설사 그리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속 바람을 알아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을 것이다. 몸을 돌려 내자리로 돌아오면서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는지 스스로 의아했다. 어쩌면 내 신앙에 기대어 그녀가 정말 낫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지 않았을까? 분명해진 사실은 그 어떤 교리반보다도 암환자 교리반수업에 정성을 쏟아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을까? 성당공동체 또한 이 교리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남모르게 간식을 마련해 오는 이도 있고 차량 봉사자들을 포함하여 기도해 주는 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교리에 임하는 그녀의 자세는 다른 사람들과 분명 달라보였다. 극심한 통증과 지리한 투병생활을 겪은 이에게 성경말씀과 교리내용이 힘이 되었을까? 암환자교리반은 타 교리반에 비해 절박함과 간절함이 있었다. 예수님이 나병환자에게 하신 말씀, “내가 하고자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라는 구절을 읽을 때면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있었다. 또한 그녀는 3개월이 지날 무렵 묵주기도는 물론 삼종기도까지 빠르게 암송을 끝냈다. 과제로 내준 복음서 필사 역시 끝낸지 오래였고 신약성경의 다른부분을 필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제의 시선과 입모양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예수님의 말씀을 혼신을 다해 받아들였다.

그녀는 하느님을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것은 12년 동안 ‘하혈을 한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만이라도 잡고자 했던 간절함과 ‘예리코의 소경’이 예수님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주님, 제가 다시 볼수있게 해주십시요”라고 외치게 한 절박함이었다. 그들이 처한 육체적, 정신적 상황이 하느님의 구원에 대한 목마름을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