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적 소 때린 이야기로 인하여^^

동물을 사랑하시는 따뜻하신 마음의 자매님들을 슬프게 해 드린 점 죄송합니다.

물론, 10대시절 고교 때의 일이고 근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어릴 때도, 동물을 싫어 한 것은 아니었고, 싫어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 시골의 대부분 사람들은, 동물들과 '함께' 살았다는 표현이 적합할듯 합니다.

거의 한 식구라는 개념으로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당시는, 어느 집이나 자식들이 5~6명이상으로 많았는데.

그래선지 부모님들의 따뜻한 사랑이랄까...그런 느낌을 자식들은 대부분 느끼지 못했으며.

그래도 자식들은 으례 그러려니 하고, 섭섭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지요.

외아들인 집 외에는, 대개의 집들이 모두 그랬습니다.

 

물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그랬을 겁니다만.

그래서, 각 가정마다 동물들을 길렀고, 그것들이 곧 '돈'이고 재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동물이든 싫다 좋다 할 형편이 아니었던 겁니다.

어느 가난한 집 어른들은,  자식 보다 가축들을 더 알뜰살뜰 돌보는 일도 있었고요.

 

전 그런 시절에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집 황소의 하루 세 끼니를 떠 맡은, 이른바 '쇠죽 담당' 이었던 것입니다.

농사거리가 많아 꼭 큰 황소여야 했는데, 젠장... 얼마나 많이 먹어대는지.....

한끼니의 쇠죽도 엄청난 량의 풀이 필요한데,

농번기에 일을 많이 하는 날은, 평소엔 없는 점심을 주니까 3끼니가 되는 겁니다.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쇠죽용 풀 배는 일이 여간 곤욕이 아니었습니다.

저녁에 먹일 것과, 다음날 아침 먹을 것까지 제 몫인 것입니다.

그 뿐입니까?

아침은 시간상 안 되지만, 저녁 쇠죽은 제가 직접 끓여서 주어야 했습니다.

이제, 제가 소를 때린 일이 이해가 되시는지요? ^^

아니라고요? 그래도 이해 안 되신다고요?

 

읍내 아이들은 아무 부담이 없는 하교 후의 복습과 예습.

전 저녁 또는 밤늦어 해야 하므로, 그들의 절반도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도 성적이 나쁘면, 큰형님에게 지게 작대기로 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먹여 주는 끼니 담당한테,  대가리를?????

 

그리고 소라 하는 동물은

아니, 저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다 그렇다 알고 있습니다만.

보듬고 다독거려 말을 듣는 동물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덩치만 컸지 우직하고 미련하기 그지 없습니다.

큰 황소는 약한 사람을 알아 보는듯, 아이와 여자들에게 덤빌 때가 많고요.

개와 말은 왠만큼 말귀를 알아 들어 때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소가 자신이 위험을 느낄 때 그럴거라 하십니다만.

아마도 대개의 동물들이 그렇다는 말씀이겠지요.

장정들에게도 스스럼 없는 소가, 아이와 여자에게 무슨 위험을 느끼겠습니까?

구화님께서 옳게 말씀하셨습니다.

소는 때려야 알아 듣는 동물이며, 처음 길 들일 때 말씀처럼 그렇게 합니다.

 

저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

그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개울에서 목욕도 시켜 주고

기왕이면 맛있는 쇠죽을 주려고, 좋아하는 풀을 찾느라 온 들판을 혜맸거든요.^^

동네에 소가 많아, 쇠죽거리 풀 배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는데.

암튼, 동물 사랑까지는 아니었어도, 전 우리집 황소는 사랑했던 겁니다.

 

그랬었는데 녀석이....저에게 대가리를 치 밀다니 말이 되는 짓입니까....^^

하긴, 그래서 미련한 짐승 소릴 듣는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