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벅차 올라 어쩌면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글을 씁니다.   주일 (9/9) 일찍 서둘렀는데 미사리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평소의 세배 가까운 두 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고향에 도착, 인사차 들른 집마다 식사 준비 됐다는 걸 어렵게 사양하고 제실로 향했습니다. 한 줄금 지나 간 소나기에 새벽 안개가 걷히면서 따가운 햇살이 쏟아졌지만 땀을 식히러 그늘에 들면 산들 바람이 시원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벌초하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았습니다. 푸른 물이라도 뚝뚝 떨굴 것 같은 파아란 하늘 높이 점점이 떠다니는 눈이 시리도록 하얀 뭉게 구름이 도심의 콘크리트 더미에 눌려 지낸 답답함을 모두 날려 버리는 상쾌함에 모처럼 고향을 찾은 도시인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예년의 두배가 넘는 참석 인원 덕에 일찍 벌초를 끝내고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구요. 덤으로 사촌형이 미꾸리 잡아 끓여 준 추어탕까지   귀경을 서둘렀는데도 막히는 차량에 국도와 지방도로를 오가며 서울에 도착, 지하철 강남구청역을 지나는데 지나 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대개 이 시간이면 성당 혼배 하객들이기에 차를 세우고 성당 가시는 거라면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더니 어떻게 알아 보았느냐며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천천히 걸어도 오 분 남짓이지만 초행길 심적인 부담도 무시 못할 테고 또 연만하신 분들에게는 힘겨울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소형 차이기에 뒷자리에 앉으신 세 분이 불편하심을 미안해 하며 성당에 내려 드리고 씻고 난 후, 밀려 오는 피곤함에 한 숨 자고 성당엘 갔는데 입구에서 어느 분이 손짓을 하며 부르더군요. 무릎 인공 관절 수술을 받은 다리가 불편해서 성당까지 걸을 생각이 까마득 했는데 마침 태워다 줘서 고맙다며 명함을 건네시면서 내일  꼬옥 사무실을 찾아 달라시는 겁니다. 점심이라도 대접하시겠다고   이제껏 어떤 보답을 바라고 남을 돕지는 않았지만 아까 내리실 때 충분히 감사 인사를 하셨음에도 지나치는 많은 사람속에서 일부러 불러 주심이 너무 고맙더군요. 환갑도 지나지 않았을 것 같아 보여 아직 젊으시니까 운동을 꾸준히 하면 금방 나으실 거라고 말씀 드렸다가 일흔 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친구 분들의 성화에  못내 아쉬운지 내일 꼭 찾아 달라는 다짐을 거듭하며 자리를 뜨셨는데요. 절룩거리는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차로 모셔다 드렸으면 좋겠는데 초면에, 과잉 친절은 상대방에게 부담만 준다는 집사람 말이 생각나서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친 게 지금도 마음 아픕니다.   오전에 명함에 적힌 번호에  잘 들어 가셨는지 문자를 보내 드렸습니다. 곧장 통화로 이어지고 조그만 식당을 집 사람하고 둘이 꾸려 나가야 하기에 점심 약속은 지켜 드릴 수가 없다고 했더니 아쉬워 하시더군요. 공직에 계시다가 정년 퇴임 후 소일 삼아 사무실을 운영하시는데 남을 많이 도우시는 분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로 오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며 통화가 끝났는데요. 그 '친구'라는 말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습니다. 약삭 빠른 풍토에 적응 못하는 변변찮은 처세에 허심탄회할 친구 하나 없이 들판 식구들 앞에서 푸념이나 하며 지내 왔었는데   '나'를 기억 해 주고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버팀목을 주님께서 보내 주신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