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배치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유일하게 우리 내무반에만 티브이랑 오디오가 세트로 갖춰져 있더군요.

흠이라면  카세트가 아닌 대우에서 나온 덩치 커다란 그 머시더라???

아, 카트리지, 그래요 카트리지를 꽂아야 한다는 거였죠.

 

책장도 제법 갖춰져 있어서 웬만한 베스트 셀러는 구비가 되어 있는데다가

휴가병마다 귀대할 때는 엘피 판 한 장, 책 한권.

웃기는 거는 휴식 시간마다 흘러 나오는 음악이 수 십장 판 중 몇장 안 되는 트로트 일색이라는 것.

어느 누가 판을 갈든 무조건 트로트만 틀어 대는데 처음엔 이해가(하룻강아지) 안 되더라구요.

몇달 지나니 이제는 으례껏 그러려니 하게 됐는데

어느 주일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무반에 모두 모여 있는데

최고참 왕 짬밥께서

 

"야, 맨날 똑 같은 것만 틀지 말고 니들 듣고 싶은 거 틀어 봐라."

 

아무도 나서질 않더군요.

하룻 강아지가 나섰습니다.

리틀 지미 오스몬드의 '마더 오브 마인'을 걸었죠.

편찮으셔서 입대하는 아들을 방문도 열어 보지 못한 채 배웅해야 했던 엄마를 생각 하면서.

(당시 입영 장정은 온 동네 사람들이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오는 게 관례처럼,,,,)

그리고

사이몬 가펑클을 걸었습니다.

한 두 사람이 콧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 하기에

이번엔 클리프 리챠드를 올렸죠.

아예 박수와 함께 합창이 되더군요.

그래서 올렸습니다.

GO GO.

'킾 온 런닝'으로 시작되는 옴니버스판을 올리자 마자

점호 준비하던 걸레를 내던지고 흔들림이 시작 되었습니다.

트로트만 즐기는 줄 알았던 노털들은 뭐가 신난다고 저리 흔들어 대는지

"으쌰, 으쌰"

난데없는 소리에 다른 내무반에서도 웬 일인가 하고 왔다가

하나 둘 합류하더니

아예

온 중대원이 우리 내무반에서 한덩어리가 되어 비비고 흔들고

내지르는 함성이 막사 지붕을 들썩거리는데

찬물을 끼얹는 소리

 

"삐이익."

 

일순간 찾아 드는

정적.

고요.

 

그리고

이어지는

 

주번 사관의 일침을 가하는 외침.

 

 

 

 

"뭣들 하는가?"

 

 

 

 

 

 

"오늘 점호는 없다.

취침 시간까지 마음껏 즐기도록."

 

"와아아."

 

 

삼십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