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집무실과 도서실 양쪽을 자유롭게 왕내하며, 문맹자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던 중에.

교육생에게 귀가 번쩍하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가 다른 교도소에 있을 때,  한 방에 같이 지내던 죄수가 자랑스레 하는 말을 들었다고.

교육 중 잠시 한담을 나누다 나온 말인데,  그로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죄수가 돈 많은 은행 간부 집을 털러 들어 갔는데, 부부가 한창 재미 보는 중이었다고.

털고 나오다 여자에게 들켜 소리를 질러 총을 쏘았지만, 남편이 범인으로 체포.되었는데.

그런데 신문에 난 범인 사진이, 재미 보던 그 남자가 아니어서 우스워 죽을 뻔 했다던가....

 

그러고 보면 당신의 뜻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겨우 마음 잡고 열심히 잘 지내고 있는 그를, 이처럼 마구 흔들어 놓을 필요가 무엇인가?

결과가 너무도 참혹한 것은, 그 젊은이는 소장에게 불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 당했고.

주인공 역시 쓸데없는 소문 믿지 말라며, 몇 달동안 불빛 없는 독방 징계를 받았다.

 

소장에게 그는 절대 나갈 수 없는 존재이고, 진범이 나타나 무죄는 더욱 있어선 안 될일.

교도소 안에서는 오직 그가 법이며, 그만이 죄수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뿐이다.

그 교육생을 이곳으로 부르신 당신의 뜻은 무엇일까?

만일 이 싯점에서 무죄로 나가게 되면, 당초 계획하신 목적이 이루어 질 수 없지 않은가?

 

짐승들도 몸서리 칠 독방 징계가 끝나고, 겨우 마음을 추스려 다시 시작하는 주인공.

소장에게 계속 의심 받아선 안 되므로, 완전히 포기했음을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 얼마나 속 뒤집히는 일인가?

그리고 불가사의 하다는 말도 그 같은 경우를 일컬을 것이다.

 

아내를 죽인 범인이, 한 방에 지내는 동료 죄수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전국에 죄수와 교도소의 수가 얼마이고, 또 교도소마다 죄수들과 그들의 방이 얼마인가?

그 많은 교도소와 죄수들 중에서, 하필 그가 이곳에 와서 그에게 이야기를 했으니.....

물론 우연이지만 너무도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어쨌던 그는,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비밀 작업은 아무도 모르며, 친하게 지내는 흑인 친구도 모르는 것은 물론이다.

영화는 그가 벽 구멍 뚫기 작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 주지 않는다.

다만, 이제 복역 20년이 가깝다는 것, 탈옥을 준비 중이란 것 더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

 

어느날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조용히 흑인 친구에게 말했다.

혹시 맥시코 국경 부근에 모모 지역을 아는가?

그곳 어디쯤 가면 큰 떡갈나무가 있는데, 그곳이 아내와 처음 만나서 놀았던 곳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죽지 않고 살아 나간다면, 국경 넘어 맥시코 모모 해변에서 살고 싶다고.....

 

그는 간혹 이상한 말을 잘 했으므로, 흑인 친구는 이번에도 그런 정도로 들었던 것인데.

그러나 며칠 후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전날 밤 취침 점호시 있었던 그가, 하루 밤 지나고 아침 점호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교도소 역사에 죽어 시체라면 모를까, 누구도 탈옥에 성공한 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제일 놀란 사람은 당연히 소장이었다.

어젯밤에 있던 죄수가 아침에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난리를 치며 펄펄 뛰었지만.

그는 그 시간에 은행을 돌며, 차명계좌를 해약하여 수표에 서명하고 있었다.

그당시 40만불 정도면 매우 큰 금액일테니, 그의 억울한 옥살이에 왠만큼 위안이 될듯.

 

그가 기거하던 감방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벽에 걸려 있던 여배우 포스터 뒤에 큰 구멍을 뚫어, 탈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흑인 친구는 그 구멍을 뚫는데 600년을 말했었지만, 그는 정확히 19년만에 뚫었으며.

그리고 비오고 번개 치는 밤을 기다려, 낡은 하수관을 깨고 들어가 400m를 기었다.

 

그는 은행에서 돈을 모두 찾은 다음에, 신문사에 보내 달라며 서류 봉투를 남겼는데.

그 봉투에는 소장과 교도소의 모든 비리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그의 탈출에 당황하여 정신없는 교도소에, 경찰과 기자들이 들이 닥친 것은 당연.

결국 지옥의 악마 두목은 자살하고, 간수부장 이하 졸개 악마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그리고 지옥 교도소가 해방된지 얼마 후, 흑인 친구에게 엽서가 한장 배달되었다.

언젠가 가석방되면, 전에 말한 국경 부근의 떡갈나무 아래에 흑암색 돌을 찾으라는...

다행히 1년 후 40년만에 가석방되어, 그가 알려 준 떡갈나무를 찾았다.

가석방을 축하하는 매모와 여비, 그는 그가 기다리는 맥시코로 행복한 여행을 떠났다.

 

 

이 영화 시나리오 원작자, 혹은 제작자가 그리스도교인 아닐까?

표면상으로는 누가 봐도 죄수가 감옥을 탈출하는 영화가 맞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 있어서 안 되는 악마의 소굴을, 주인공이 괴멸시키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물론 주인공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정의로우신 당신께서 하셨으며, 주인공을 도구로 쓰신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