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97년? 98년이던가?

그 날도 오늘 밤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칠흑 같이 어둡고 늦은 밤이었다.

그리고 사방 몇 km에 집 한체 없는 허허 들판에 야산 기숡을 돌아가는 2차선 지방 국도였다.

 

술 마시느라 평소보다 늦었고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며 운전하고 있었는데 

매일 건너는 다리에 진입했을 떄 다리 중간 난간 쪽으로 우산 한개가 걸어 가고 있었다.

이토록 늦은 시간에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혼자 우산을 쓰고 가는 것일까.......

 

우산에 가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지만 난 무조건 그의 옆에 차를 세웠다.

물론 나와 같은 방향이라 태워 줄 요량으로 그리 한 것인데.

그러나 그 사람은 나의 호의를 무시하며 우산으로 자신을 가리면서 아무 말 없이 계속 가는 것 아닌가?

 

어쩜 내가 음주 운전이라는 것을 알고 경계한 것일까?

그 상황에선 설령 음주운전이라도 사양하지 않을 법한데 괜찮다며 그냥 가겠다 말조차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얼핏 아래쪽을 보니 어두워 확실하진 않아도 신발이 여자 샌들인 듯 했다. 

 

그래서 나를 경계하는구나...생각하며 더 권하지 않고 떠났던 것인데.

하지만 가면서 생각하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여자가 이 시간에 비 맞으며 그 다리를 가고 있다니?

그 다리 부근은 인가가 한체도 없으며 족히 몇km는 걸어야 동네가 있지 않은가?

 

거기까지 생각하니까 술이 확 깨면서 순간 머리가 쭈뼛해지는 것이었다.

며칠 전 바로 그 다리 밑에서 죽은 여인 시체가 발견되었고 현재 수사 중임이 생각난 때문이다.

오늘 아침 출근 때도 경찰이 차를 세우며 수상한 사람과 차를 본일 없었는지 물었던 것이다.

 

난 물론 매일 그 다리를 다니지만 시간이 6시대라 사망 시간으로 추정하는 10시경 일을 알지 못한다.

경찰은 죽은 여인이 30대이고 다리 밑에서 죽은 건지 시체를 유기한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던데....

그야 어쨌던 그 다리 위치가 호젓한 외딴 지역이고 시간도 비 내리는 늦은 밤이다. 

 

그렇다면 혹시....?

에이..아니다.

내 비록 취하긴 했어도 분명 헛것을 보지 않았고 차에 태워 주겠다며 말까지 건네지 않았던가?

조금 전 그 우산은 의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난 잠시 생각하다가 차를 오던 길로 돌렸다.

그 궁금증을 풀지 않고선 도저히 갈 수 없었고 설령 유령이라 해도 난 그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그리고 다시 가면서 자세히 살폈지만 우산 쓴 그 사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볼 수 없었다.

 

????

그 도로는 매일 다니는 길이며 사방이 논과 밭 뿐인 넓은 들판이다.

도대체 그 우산 쓴 여인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 다리까지 갔지만 헛수고였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난 당시 천안에 파견되어 혼자 지내며 약 40km 거리의 청주시 외곽 소재 근무처로 출퇴근하고 있었다.

천안 숙소에서 6시 출발하면 약 50분 정도 소요되어 7시10분 전에 도착한다.

그리고 청주에서 정상 퇴근하면 천안 숙소에 밤 9~10시 경 도착하는데.

천안에서 처리할 업무가 많았고 그 때의 여관비 보다 숙소가 천안인 편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천안과 청주는 고속도로가 있어 시간도 빠르고 운전도 편하지만 그래도 난 지방 국도를 주로 이용했다.

그 이유는 양쪽 매표소 입구에 항상 고속 순찰대가 지키고 있어 음주 운전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매일 술 안 마시는 날이 거의 없었고 고속도로 거리가 국도 보다 많이 멀어 비용 또한 만만치 았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이 지났는가.....

그 때도 무더운 한 여름에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었는데....

마침 티비에서 미스테리 프로를 보고 지난 날 직접 경험했던 일을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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