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 그래요?

 60년대 후반에 해군생활 했다고요?

 어디 모자 좀 벗어 볼래요. 머리를 보면 진짠지 가짠지 금방 확인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고요.

 요즘은 가짜들이 진짜 뺨치는 세상이라 말만으론 믿기 어렵죠."

 

난 물론 거짓이 아니므로 그의 요구대로 모자를 벗고 머리까지 숙여 보여 주었다.

그래도 그는 정말 많이 속았는지 내 머리 중앙 부분을 손으로 더듬어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네...진짜네...

  이번엔 내 머리를 함 만져 볼래요. 난 해병대라 내께 훨씬 더 클거요...."

 

난 그가 디미는 머리를 만지지는 않았지만

아니 만질 것도 없이 눈으로 봐도 부처님처럼 볼록 튀어 나왔고 머리카락도 없었다.

그리고 그 정도면 해군 보다 고생이 더 심했던 해병대 출신임이 틀림 없어 보였다.

 

난 튀어 나온 크기도 작은데다 머리카락도 몇개지만 듬성듬성 남아 있는 상태.

그 원인은 물론 원산폭격을 맞은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무자비한 폭격이었으면 40여년이 지나도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것일까......

 

작업장엔 대개 젊은 화물운전자들이 많이 드나드는데

드믈게 모처럼 늙은이가 왔고 역시 늙은 나를 보더니 반가웠는지 말을 걸어 왔다.

그리고 그의 머리 모양이 요상하여 혹시? 하고 물었던 것인데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해병대는 몰라도 해군이 그렇다는 것을 어찌 아는가에

해군 출신 친구들에게 들었으며 실제로 그들도 모두가 튀어 나왔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산폭격 상혼이 없는 놈들은 무조건 가짜라며 크게 껄껄 웃는 것이었다.

 

거참.. 부처님 머리라야 진짜라 해도 그게 뭐가 그리 크게 웃을 일일까?

허구헌날 머리 쳐 박고 폭격하던 군 시절 그 때를 생각하면.......

그런데 어느 집단이든 기발한 말과 익살로 즐거움을 주는 친구 한 두사람은 꼭 있다.

 

"난 원산폭격 끝나면 대갈통 위에 달걀 세울란다?."

"달걀을 세워? 맨날 폭격하느라 대가리 깨지겠구만 뜬금 없이 무슨 달걀 타령?"

"흐흐...정수리가 푹싹 꺼져 평평해 지면 달걀 열개는 충분히 올릴 수 있단 말이지."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는 고통속에서 주고 받는 대화가 그랬다.

그러면 틀림없이 어느 넋 빠진 녀석이 킬킬 거리게 마련.

조교는 이~ 개××들...고통이 약해서 그런다며 한 단계 더 업그래드 된 기합을....

 

즉 두손 뒷짐지고 원산폭격 자세 그대로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다.

그 짓은 연병장에서도 죽을 맛인데 간혹 아스팔트에서도 했으니.....

머리통은 분명 뼈이고 돌로 만든 맷돌이 아닌데도 무지막지에 인정사정 없었다.

 

머리 털이 빠지고 피가 나면서 중앙이 판자 모양 평평하다가 나중엔 푹 들어가는데

그것은 잠시....조금 후면 반대로 주먹만큼 높이 솟아 부어 오른다.

그리고 부어 오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매일 같이 원산폭격은 계속되었다.

 

결국 부어 오른 부위가 원위치 되지 않고 다소 남아 있는 상태로 굳어 버린다 

즉 원산폭격이 계속되면 결국 해골이 명령 불복종 원대복귀를 거부한다고 할까....

그리고 정수리에 부처님처럼 튀어 나온 혹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은 한창 때라 머리카락이 빠지면서도 계속 났지만

심하게 타격을 입은 모근들이 나이가 많아 지면서 뿌리체 맥없이 빠지는 것 같다.

그러나 곱슬머리는 원래 대머리가 없다 하니 난 그래서 더 이상은 아닌 것 같기도....

 

들꽃님 모발 이야기에 옛날 군 시절 추억을 더듬었는데

나의 머리 중앙의 동그란 대머리 혹에는 그러한 잊지 못할 추억이 담겨 있다.

그나저나 극심한 고통을 이기려고 익살을 떨던 그 전우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아마도

그 친구는 물론 당시 동료 모두는 죽을 때까지 원산폭격 추억을 잊지 못하리라.....

그 때문에 생긴 혹과 대머리를 무덤까지 함께 해야 하니 말이다.

 

 

 

외론별.....군 시절을 그리며